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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수집과 활용? 메타 전시_<전시의 전시 All about Exhibition>

기사승인 2023.03.28  19: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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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의 ‘기념’ 주제 과거 전시 4개를 재해석

지난 전시를 재해석한 메타 전시는 어떤 유효한 의미가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미술관의 다양한 활동 중 ‘전시’자체에 주목하고 이미 종료된 전시를 소장품을 전시하듯 다시 전시함으로써 소장품 수집과는 다른 전시의 수집과 활용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미술관의 전시를 소개하는 주제 기획전《전시의 전시》를 3월 29일부터 7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청주관은 지속적으로 미술품수장센터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전시를 개최해왔다. 올해는 특히 청주관 개관 5주년, 서울관 개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간 국립현대미술관은 연간 약 20건의 전시를 개최하며 수많은 담론을 생성하고 전시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기획전 《전시의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지난 전시 중 ‘기념’을 위해 개최되었던 4개 전시를 다시 전시하며 전시를 통해 무엇인가를 기념한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본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기념’ 주제 과거 전시 4개를 재해석하다

- 청주관 개관기념전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 덕수궁관 개관 20주년 기념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40주년 기념 《신호탄》,

- 광복 60주년 기념 《한국미술 100년(1부)》

 

이정형, 〈오늘의 현장〉, 2023, C-print, 가변크기

이정형(1983- )은 전시 공간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숨겨진 일들에 대한 관심을 작업에 반영해왔다. 작가는 작품을 걸기 위해 흰색으로 칠해진 완성된 전시 공간 안에서 드러나지 않은 노동의 과정과 흔적을 기록한다. 많은 사람들의 노동력이 투입되어 조성되는 전시 공간은 노동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이다. 작가는 노동으로서 전시 이면의 일들을 드러내며 깔끔하게 정리된 전시 공간을 선보이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과정을 거치는지 생각하게 한다.

김보람, 〈소환술〉, 2023, HD, 4K, 6개의 영상, 모니터와 QR코드 관람, 21분 30초김보람(1977- )은 전시를 준비하는 큐레이터의 업무에 상상력을 더해 한 편의 짧은 영화를 제작하였다. 작가는 학예연구사, 즉 큐레이터를 ‘학예마법사’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상정하여 전시를 준비하는 중에 일어난 학예마법사와 작품 간의 사건을 영화화한다. 마법을 부리며 전시를 준비하던 학예마법사는 자신의 마법으로 전시실의 작품이 살아난 것을 알고 고민에 빠지는데, 영화 속 비유들이 큐레이터의 전시 준비 과정과 맞닿으며 전시와 큐레이터에 관한 상상의 폭을 넓힌다. 이 작품은 실제 전시 공간에서 촬영되었으며 완성된 영상은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를 비롯해 전시실 곳곳에 부착된 QR코드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전시의 전시: 기술’에서는 전시를 완성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들을 살펴본다. 완성된 전시에서는 알 수 없었던 전시의 과정과 고려해야 할 기술적 요소들을 전시함으로써 하나의 전시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과 결과를 공유한다. 특히 전시를 이루는 단계적 구성요소로 공간 및 시각 디자인, 공간 설계 및 공사, 홍보 등 일반화된 과정과 기준 혹은 틀에 대해 생각해본다.

 

권영우, 〈화실별견〉, 1956, 종이에 수묵담채, 154×113cm

〈화실별견〉(1956)은 권영우(1926-2013)의 초기작으로 자세를 잡고 있는 모델과 이를 그리고 있는 화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화구 등 화실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다. 인물과 대상을 명암의 변화 없이 단색으로 채색하여 평면적으로 표현했고, 화가와 문을 중첩해 화면을 분할한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근·현대기 작품 중에는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등 돌린 누드화가 많다. 누드를 멸시하는 시대 상황과 그 시대에 맞추어 작업을 해야 하는 작가의 고민이 보이는 작품으로, 작품 제목처럼 관람자가 화실을 엿보는 듯한 구도로 제작한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

 

《한국미술 100년(1부)》 전시

두 번째 ‘전시의 전시: 기념’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지난 전시 중 ‘기념’을 주제로 한 4개 전시를 다시 살펴본다.

과거 미술관에서는 개관 기념, 광복, 작가의 탄생과 죽음, 국가 간의 수교 등 다양한 목적의 기념 전시가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여러 기념 전시 중에서 광복 60주년 기념 《한국미술 100년(1부)》(2005)전, 미술관 개관 40주년 기념 《신호탄》(2009)전, 덕수궁관 개관 20주년 기념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2018)전, 청주관 개관 기념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2018)전 등 4개 전시를 선정하여 재구성하였다.

김창열, 〈물방울〉, 1978, 천에 유채, 182×230cm김창열(1929-2021)은 1970년대 초반 캔버스에 맺혀 반짝이는 물방울에 매료되어 줄곧 〈물방울〉 연작을 발표해왔으며 타계하기 전까지 물방울을 소재로 작업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신문지 위에 물방울을 그려 문자와의 결합을 시도했으나, 신문지가 내구성이 약하고 크기가 작아 1980년대부터는 지지체를 캔버스로 바꾸고 자신이 직접 한자를 써넣은 후 그 위에 물방울을 그렸다. 1990년대 이후 한자를 여러 번 겹쳐 써서 화면을 가득 채우거나 한자의 음영을 바꿔 표현하는 등 연작에 구성적 변화를 주며 물방울과 한자를 다양하게 변형하였다.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보이는 물방울들은 회화의 평면성 문제를 드러내거나 한자의 기본 획 다섯가지와 물방울이 주요 요소로 등장하는 〈해체〉 연작, 작가 자신의 문화권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회귀〉 연작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신호탄》 전시

과거의 전시를 다시 펼쳐 보이기 위해 각각의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인터뷰와 각 전시에 출품되었던 작품 일부를 다시 선보인다. 또한 당시 제작되었던 전시 포스터, 초청장, 도록 등 인쇄물과 문서, 사진, 영상 등 남겨진 기록 자료를 활용하여 과거의 전시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장운상, 〈미인도〉, 1956, 비단에 채색, 79.5×82.5cm장운상(1926-1982)은 1970년대 전후부터 전형적인 한국 여성상을 섬세한 필선과 맑고 선려한 채색으로 묘사하여 세칭 ‘미인 화가’라는 평을 받았다. 〈미인도〉(1956)는 장운상의 초기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대조되는 스타일의 두 여성을 그린 작품이다.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를 융합 혹은 절충하려는 작가의 시도가 반영되어 있다. 이 작품은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2018) 전시의 도록 표지로 사용되었다.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전시

김만술, 〈해방〉, 1947(1960년대 주조), 청동, 73×35×29cm몸을 묶고 있는 단단한 밧줄을 풀어내는 남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제목처럼 ‘해방’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단단한 근육질의 몸은 밧줄을 풀고 어딘가를 향해 뛰쳐나가려는 듯 응축된 힘과 의지를 보인다. 매우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이 작품은 조각가 김만술(1911-1996)의 작품이다. 작가는 일제의 억압에서 풀려난 민족의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며, 자주적인 민족 통일의 염원을 강하게 담고 있다. 해방기 제작된 조각들은 주로 파손되기 쉬운 석고로 만들어져 있어 작품이 대부분 소실되었지만 이 작품은 석고 원형이 남아 있어 1960년대 청동으로 주조한 것이다. 〈해방〉은 관내 전시 및 대여 등 약 12회 이상의 전시에 출품되었다.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전시

원성원, 〈드림룸-배경〉, 2004/2017, C-프린트, 100×160cm〈드림룸〉 연작은 작가의 독일 유학 시절 시작한 첫 번째 사진 콜라주 연작으로 원성원(1972- )의 작업 세계의 시작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유학 시절 주변 친구들과 교류하며 각자의 성격이나 기질에 맞는 이상적인 공간을 상상하고 이를 사진 콜라주로 제작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꾸지만 꿈은 실현되지 않고 머릿속에서 소멸될 뿐이다. 작가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미지들을 작품 속 공간에 펼쳐놓으며 소멸된 지인들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전시

마지막 ‘전시 이후’에서는 전시 이후에 남겨진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의 전시 참여자들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들어봄으로써 전시에 대한 다른 각도의 시선을 생각해본다.

‘전시’를 주제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챗지피티)와 대화와의 대화 영상을 설치하였다. 전시의 의미와 큐레이터의 역할, 미래 전시의 모습 등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살펴보며, 미래의 전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전시는 개최된 이후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알려지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전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미래의 전시는 어떤 변화를 맞을 것이며, 전시를 기획하고 보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상상해보기 위해 VR 전시 영상과 전시를 주제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와의 대화 영상을 소개한다.

 

이처럼 전시를 전시한다는 것은 이미 보여졌던 전시를 다시 펼쳐 보이거나 혹은 전시의 과정과 부산물 등 전시 자체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을 꺼내 보인다는 의미이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전시의 의미와 목적, 역할 등 전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생각함과 동시에 전시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봄으로써 전시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를 마련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전시의 전시》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과거 전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전시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미술관 역사와 한국미술 발전과정에 교감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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