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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깊이와 포용적 대안을 보다_2024부산비엔날레

기사승인 2024.09.26  05: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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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항해하는 36개국 62작가/팀(78명) 349점_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

<2024 부산비엔날레>는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를 주제로 8월 16일 부산현대미술관 야외 특설무대에서 개막식을 갖고 항해를 시작했다.

8월 17일부터 10월 20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을숙도)과 원도심에 위치한 부산근현대역사관의 금고미술관, 한성1918 그리고 초량의 주택을 개조한 전시장 초량재까지 총 4개의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에 36개국 62작가/팀(78명)이 참가했다.

어둠에서 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2024부산비엔날레>의 주제인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는 우리가 어둠 속에서는 볼 수 없기에 역설적이다. ‘어둠’은 우리가 처한 곤경, 어두운 역사, 알 수 없는 곳을 항해하는 두려움을 상징한다. 이 혼란함 속에서 대안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는 의미다.

전시감독 필립 피로트가 작품 <엔리케>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공동 전시감독인 베라 메이(Vera Mey)와 필립 피로트(Philippe Pirotte)는 해적들이 시도한 공동체 방식과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불교 도량의 깨달음에서 출발한 주제라고 밝혔다.

송천

여러 문화와 배경의 사람들이 섞여서 소통하고 생활하는 모습이 부산과도 닮아있다고 보았다. 팔레스타인, 이란과 같은 중동 지역뿐 아니라 세네갈, 자메이카, 코트디부아르, 토고와 같은 아프리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지역의 작가들이 다수 참여해 다채로운 문화와 관점을 접할 수 있다.

 

이두원 <The flower garden of BUDDHA-BEE in a caravan>(2024)

먼저 부산현대미술관 1층 야외마당에 놓인 이두원의 먼저 부산현대미술관 1층 야외마당에 놓인 이두원의 <The flower garden of BUDDHA-BEE in a caravan>(2024)은 카라반으로 만든 하나의 소우주로 내면과 외면, 지구와 우주의 경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돌아보게 한다.

조 네이미_더빙 식물

미술관 입구에서는 대형 송신탑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 조 네이미(Joe Namy)는 높이 8미터의 대나무 구조물에 매달린 빈티지 스피커를 통해 성장과 치유를 위한 새로운 소리와 꿈을 라디오 전파 리믹스로 송출한다. 역사적으로 긴밀했던 라디오 문화와 농업의 관계를 탐구하는 설치작업으로 역사를 바탕으로 작곡한 조 네이미의 사운드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송출한다.

송천
송천

 

로비를 지나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송천의 <견보탑품:통도사 영산전 벽화 모사>(2012)와 <진리의 눈>(2024),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를 만날 수 있다. 송천은 성화를 진리로 해석해 진리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고 있으며,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인도하는 구원자 또는 불면의 법칙과도 같은 존재로 본다. 벽화를 통해 옛사람들이 그림으로 남김 공동체의 삶과 수행 과정은 해방 공간의 한 형태를 상상하게 한다.

말법집

 

카를라 아로차 & 스테판 슈라넨(Carla Arocha & Stéphane Schraenen)의 출품작 <말벌집>은도둑, 해적, 침입자, 혹은 말벌처럼 도덕적으로 모호한 존재들을 담아내는 연작 <약탈자> 시리즈 중 하나로 플렉시 글라스로 제작된 창문 형태 조형물 수백 개가 조도와 변화를 포함한 여러 변수를 흡수하여 전시장 공간을 집어삼켜 불안감을 조성한다.

 

윤석남

 

윤석남의 여성 초상화 시리즈도 주목된다. 윤석남은 어머니, 여성 노동자, 여성주의의 길을 개척해 온 동료 등 작가 주변 여성들의 모습부터 허난설헌, 김만덕, 바리공주 등 역사와 설화 속 인물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회화, 나무조각, 대형 설치 등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총 57점의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 시리즈>(2020-2023)는 초상화 속에 배치된 사물, 배경, 의상 등을 상징적 도상으로 새롭게 그려 넣어 채색화를 그리는 빈 종이에서 자유를 되찾은 윤석남의 궤적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해방을 향한 강인한 투쟁 정신과 흥미롭게 겹쳐진다.

타링 파디_쌀값 폭등

 

인도네시아 작가 타링 파디의 <그림자 인형 만들기>는 실물 크기의 골판지 인형이 시위에서 열망을 표출하고 군중을 확대하며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다양한 용도의 사용을 예술적 실천으로 나타냈다.

1층 로비에 설치

 

누가 역사를 약탈했는가?

2층에서는 홍이현숙의 설치와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야행夜行>(2024)으로 피난처를 상상으로 찾아가는 내용이다. 홍이현숙은 비인간 존재를 비롯해 소외된 니들과의 연대 및 공생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다. 일상에서 수행과 수련을 통해 비인간 존재를 만나 따라가보며 빛이 완전히 차단된 암흑의 공간 안에서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행려자는 후각, 촉각, 소리의 진동을 통해 타자와 일시적 연결감을 느끼게 한다.

엔리케

 

 

나탈리 무챠마드의 설치작업 <엔리케>(2024)는 ‘누가 역사를 약탈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바틱(batik)천으로 만든 깃발 패치워크, 코코넛 섬유로 엮어 정향으로 마감한 점토, 금속으로 된 명판이 포함된 작품은 1495년경 엔리케 데 말라카(Enrique de Malacca)를 조명한다. 포르투갈의 탐험가 마젤란의 노예이자 통역사로 수마트라 출신 엔리케는 마젤란과 함께 신대륙으로 가는 통로를 찾아 떠났다. 작가 무챠마드는 인도네시아 땅의 후손으로 유럽인들의 영토 점령에 대한 소유의 표식이자 거부의 제스처로서 철 명판을 만들어 부산현대미술관을 ‘무주지(Terra Nullius)’fh 삼아 점령한다. 정향으로 만든 점토 설치가 땅(Terra)의 지역적 특색을 상징하며 매우 인상적이다.

김경화 조율

김경화의 <무명옷을 입은 사람들>(2024, 염색천에 바느질)은 무명천에 물들인 들풀과 꽃, 나비와 나무가 여럿 겹쳐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데,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학살지 중 하나인 부산 사하구 구평동 동매산의 꽃과 풀이다. 전국적으로 4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동매산은 쓰러져간 희생자들의 피 얼룩 위로 번져갔을 꽃과 풀을 떠올린다. <조율>(2024)은 가수 한영애의 노랫말 중 일부분으로 동학의 이념에 깃든 뭍생명들이 서로 연결된 채 다투지 않고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이 담겼다. 오늘날 각자도생을 삶의 가치로 삼은 세태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방정아_언제든지 난 너의 배에 탈 수 있어

지하 전시장에는 방정아의 <물속 나한들<(2024)이 거친 바다 한가운데에 부유하는 여성 나한을 통해 불안한 듯 평온하기도 하고 물을 토해내며 간신히 떠 있기도 한 나한의 모습이 지금-여기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며 매일 조금씩 깨닫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는 걸 알 수 있다. <언제든지 난 너의 배에 탈 수 있어>(2024)는 고해을 건너 피안을 향하는 구원의 배, 반야용선을 닮았다. 두려움에 체념한 듯 미지의 목적지를 향하는 승객들은 서로에게 타인이지만, 시간으로 얽혀있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이기도 하다.그리고 누구든, 언제든 그 배에 탈 수 있다.

가나에서 활동하는 트레이시 나 코우쉬 톰슨(Tracy Naa Koshie Thompson) 작가가 가나의 주요 음식인 와케와 한국의 전통 음식인 배추김치를 섞어 환경적 요인에 따라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각각의 물질들의 성질을 가시화한다.

 

2층 전시장은 2004부산비엔날레 출품을 마지막으로 유명을 달리한 故박이소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생전에 남겨 놓은 스케치를 바탕으로 재제작한 작품 <무제(오늘)>은 전시장 바깥에 설치된 두 대의 감시 카메라와 전시장 내부의 프로젝터가 연동된 작품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잡는다.

 

 

 

마다가스카르 해적의 민주적 세계는 과연 유토피아였을까?

“보이는 모든 것에 무지개가 있는 것처럼....”

 

부산근현대역사관 지하 금고미술관에서는 차지량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꾸며진 개인적인 공간에서 선보이는 <보이는 모든 것에 무지개가 있는 것처럼>(2024)은 작가 개인이 경험한 꿈과 깸 사이의 현상을 나타내는 다층적 시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무궁화 해적단

구헌주(필명 Kay2)의 <무궁화 해적단>(2024)은 직선제 이전 대통령의 초상을 해적의 이미지로 바꾼 작업이다. 비엔날레의 주제와 맞물려 구헌주는 “유럽 계몽주의의 토대가 된 마다가스카르 해적의 민주적 세계는 과연 유토피아였을까?”라고 질문한다. 작가는 민주주의가 지속적인 개선의 노력에 근거한다는 점을 상기하며 과거의 이미지를 빌려 현재를 이야기한다.

 

사운드 프로젝트 특화 전시장으로 조성된 한성1918에서는 전시 개막을 기념하는 프로그램들이 이어진다. 근대의 생활상을 간직한 초량의 주택 전시공간인 초량재에는 동시대의 재앙에 대한 정유진(Eugene Jung) 작가의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유토피아와 정반대를 상징하고 재난의 시작을 안내하는 지구본이 산산조각 난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1호 금고

 

스리화나 스퐁의 <모호한 개>(2024)는 반려견 두 마리의 체온을 열화상 카메라로 추적한 영상작품으로 인간성에 관한 법적인 정의를 주장하는 여러 법원 판례를 낭독하는 소리와 작곡가이자 가믈란 음악가인 아리스 다리오노의 음악이 배경으로 흐른다. 개를 통해 인간의 재화와 인간이 머무는 장소 사이의 영역을 질문하며 모든 번역 행위와 자기 인식에 내재된 모호함을 꼬집는다.

금고미술관

 

 

2024부산비엔날레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어둠 속의 잡담 △어둠 속의 연주 △어둠 속의 탐구 △특별 프로그램 4가지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들 또한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모든 프로그램은 예술적 실천과 연구를 아우르며 전시를 다채로운 형식으로 확장한다. 2024부산비엔날레는 부산현대미술관을 주 전시장으로 부산근현대역사관의 지하금고미술관 등 원도심 일원에서 오는 10월 20일까지 개최된다.

8.17-10.20 부산현대미술관, 부산근현대역사관, 한성1918, 초량재

 

이수민 기자 / 부산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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