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기고_리뷰] '실험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_2024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전통)

기사승인 2024.03.13  23:29:59

공유
default_news_ad2

- _2024 아르코(ARCO)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전통공연 5작품

<물의 놀이>_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매년 초 대학로는 아르코(ARCO, Arts Council Korea,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모를 통과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공연으로 흥성거린다. 올해는 <만중삭만-잊혀진 숨들의 기억>, <물의 놀이>, <남성창극 살로메>, <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2> 그리고 <무한수렴의 멀티버스 Multiverse of Infinite Convergency> 등 전통공연 분야에서 5개 작품이 첫선을 보였다.

 

만중삭만_하지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명상과 사색의 가능성 보인 첫 무대_<만중삭만-잊혀진 숨들의 기억>

라폴라예술연구소의 <만중삭만-잊혀진 숨들의 기억>은 영산회상의 장단 중 만(慢) 중(中) 삭(數) 개념을 소재로 정악의 장단을 ‘사색과 명상’으로 접근한 방법론이 돋보였다. 무대의 오브제로서 달항아리, 고전과 현대를 융합시킨 의상, 사람들이 속삭이는 소리 및 생활 소음 등을 활용한 도입부(INTRO), 전통악기와 미디어사운드의 융합 그리고 장단 없이 관·현악의 호흡만으로 만중삭을 연주한 연주자의 역량 등이 훌륭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향하는 라폴라(L'art Pour L'art)의 실험정신이 느껴지는 소재와 주제가 비교적 참신하다. 이번 작품은 이후 연출, 안무 등 공연형식의 깊은 고민을 통해서 ‘명상과 사색’의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작품으로 생각되며, 그 첫 무대로서 의미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물의 놀이_ⓒ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물의 놀이

꿈과 몽상을 구현한 실험정신_<물의 놀이>

그루브앤드(groove&)의 <물의 놀이>는 물을 형상화한 타악의 무대다. ‘물’이라는 일상적이고 단순한 소재로 흐름과 순환의 주제를 표현한 발상이 신선했다. 물방울, 냇물, 강, 바다, 심해를 끊임없이 흘러가는 서사의 시도가 소리, 무용, 영상 등 다양한 형식과 어우러졌고, 전통음악의 리듬(groove)을 통해 이런 추상적 주제를 잘 구현했다. <물의 놀이>에서 운라, 양금, 핸드팬 등 다양한 유율 타악기의 맑고 영롱한 음색, 적절한 안무, 영상 및 조명을 결합해 물의 흐름이 주는 꿈과 몽상을 구상화시켰고, 관객들을 명상의 세계로 초대했다. 몽상이란 깨어있는 상태에서 꿈을 꾸는 의식 상태이며, 명상의 최고 순간이다. 그루브앤드가 <물의 놀이>에서 보여준 실험정신은 우리에게 신선한 인사이트를 주었고,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물의 놀이>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젊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상상력의 철학자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의 4원소 즉 물, 불, 공기, 흙(대지)과 같은 이미지를 모두 담아내는 연작들도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남성창극 살로메_
남성창극 살로메_

강렬하고 파격적인 젠더프리 연출_<남성창극 살로메>

김시화의 <남성창극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를 창극화했다. 기존 인물 구성을 전부 남성으로만 한 젠더프리(gender free)의 파격적인 실험작이다. 탐미적이고 잔혹한 원작의 주제를 ‘욕망의 막장극’으로 재해석한 고선웅의 각색, 광기와 탐욕, 집착의 캐릭터 모두를 한순간에 파멸로 몰고 간 김시화의 연출은 강렬하고 독특했다. 진양조와 왈츠를 융합하고, 다양한 음계를 사용한 정은혜의 작창은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해 연출의 의도를 충족시켰고, 김현섭의 그로테스크한 작곡, 특히 첼로를 이용한 음악적 구성 역시 인상적이었다. 또한 국립창극단 간판 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 등의 소리와 연기 역시 출중했다. 너무 높은 음역대에서 노정된 어쩔 수 없는 한계마저도 ‘파국을 표현하기 위한 연출’로 여겨질 정도였다. 주요 등장인물 다섯 명 사이의 변태적 탐욕과 집착, 마지막 광란의 아리아 속에서 모두가 파멸하는 허망함, 속도감 있는 전개를 받쳐주는 뛰어난 음악적 연출 등은 예술성과 대중성 면에서 관객을 사로잡았다.

남성창극_살로메

 

한편, 1896년 파리 초연, 1912년 도쿄 초연에 이어 일제 강점기 경성에서 1915년 초연된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 <살로메>는 ‘퇴폐적 에로티시즘’의 데카당스적 성격으로 당대 식민지 조선의 청년 지식인들에게 문화적인 큰 파급력을 미쳤는데, 이후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남성창극의 형식으로 다시 돌아온 것 또한 뜻깊은 무대라 할 것이다.

 

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오구굿 중심, 불세출 음악적 개성 강화 필요...._<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2>

2006년 결성된 불세출(不世出)은 전통음악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원천과 형식을 활용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작 음악 연주단체다. 이번 작품은 동해안 오구굿의 기악화를 모토로 <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2>를 선보였다. 공연의 제목 ‘밤쩌’는 세습무들이 동해안 오구굿을 부르는 은어인데, 밤을 새며 망자를 위로하는 굿을 뜻한다. 작년에는 동해안 별신굿을 연주자 1인 중심의 장구 병창으로 새롭게 시도하며, 현 시대성을 반영한 홍성현 아트컴퍼니의 <RE:오리지널리티>가 선정되었는데, 올해는 <밤쩌>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작품은 동해안 오구굿을 오마주한 창작실험음악으로 단순한 재현과 전승을 뛰어넘고자 시도하였으나, 무녀 김동언의 굿 연행이 중심이 되어 불세출만의 음악적 개성은 다소 가려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굿판의 현장성과 예술성을 재현하고 오구굿의 전통적 본질을 담아내려 한 점, 동해안 오구굿을 악, 가, 무의 조화를 통해 입체적인 작품으로 녹여내고자 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무한수렴_옥상훈

 

거문고의 원초적 힘과 현대적 변용_<무한수렴(無限收斂)의 멀티버스 Multiverse of Infinite Convergency>

거문고 명인 허윤정의 음악을 집대성한 공연으로 <무한수렴(無限收斂)의 멀티버스 Multiverse of Infinite Convergency>는 악기 거문고가 갖는 원초적 힘과 그 현대적 변용의 무한한 가능성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허윤정의 거문고를 중심으로 소리, 아쟁, 첼로, 피아노, 트럼본, 콘트라베이스, 백파이프, 기타 등 다양한 악기의 뛰어난 연주자들과의 협연이 휼륭했다. 회전무대를 통한 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 움직이는 동심원의 조명 등 스태프들의 역량 역시 허윤정의 음악이 갖는 현실과 비현실의 감각적 소통을 매우 잘 뒷받침했다. 또한 모든 예술가가 각자의 우주(universe)를 가지며, 이런 개개의 우주들이 모여 다중 우주(multiverse)가 되며, 이런 다중 우주를 무한 합산하면 결국 ‘사랑’으로 수렴된다는 주제가 잘 구현된 공연이었다. 허윤정의 거문고는 현재와 미래, 현실과 비현실,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우주의 소리’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전통의 소리를 넘어 온갖 소리의 향연을 지휘하는 절대자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무한수렴_포토 옥상훈

인지행위로서의 예술을 주창한 페터 바이벨(Peter Weibel)은 2023.2 서울에서 열린 자신의 전시회에서 “예술은 작가의 행위이기도 하고 관객의 참여행위이기도 하다”면서 “이 행위는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에 기여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통예술을 포함한 모든 예술 진흥의 초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다양한 관점을 어떻게 아름답고 조화롭게 제시하는가에 있다 할것이다. 그런 점에서 벌써 15년의 연륜을 가진 아르코(ARCO)의 <공연예술창작산실>은 세상을 인지하는 다양한 관점들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물의 놀이

전통예술 분야에서 올해 아르코가 선정한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5개 작품 중 <만중삭만>, <물의 놀이> 및 <밤쩌>는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성격이 짙었다면, 김시화의 <남성창극 살로메>는 각색을 통해 한국적 정서가 조율되었을 뿐 아니라 현재의 문화적 역량이 비교적 잘 결집되었기 때문에 장기 공연의 레퍼토리로 상업적 성공까지 기대하게 된다. 허윤정의 <무한수렴의 멀티버스> 역시 동·서양 악기뿐 아니라 나아가 다양한 현대 악기들과의 협연을 통해 전통악기인 거문고에 내재된 한국의 원초적 힘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대중적 보편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글_신정혜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 2022-23 창작산실(전통예술) 전문가평가단)

사진제공_아르코 창작산실

 

 

 

신정혜 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