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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국립오페라단 <동백꽃아가씨>

기사승인 2017.09.14  07: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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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한국미(美)? 화려한 LED 병풍쇼 오페라?

지난 달 공연계 최대 이슈는 무엇보다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였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국내에서 야외오페라가 성공하지 못한데다, 평창동계올림픽 기념으로 올림픽 붐업을 위한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에 의해 국민 세금 25억원을 투입한 대형 프로젝트인만큼 국민적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름 휴가철이면 클래식 매니아들은 대개 오스트리아 브레겐츠나 이탈리아 베로나 등 해외로 ‘유럽음악축제’를 보러 나가곤 하는데, 이번 여름 막바지에 국내에서 수준 높은 오페라 공연을 야외에서 하게 됨으로써 오페라 매니아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들의 클래식 향유로 인한 질적 고양감을 충족하여 오페라의 대중화로 장기적인 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또한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공연으로 한국적 미를 담은 ‘한국적 오페라’를 하겠다는 국립오페라단의 의도로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의 첫 오페라 연출작이어서 새로운 무대에 대한 흥미로운 기대 또한 컸다.

그러나,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원작 소설: 뒤마 피스의 ‘동백꽃 여인)에 한국적 색채를 입혔다고 하는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아가씨>(8.25-26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무대였다. 대중성을 겨냥해 88잔디마당뿐 아니라 네이버 생중계를 통해 오페라를 잘 접해보지 못한 국민들에게 쉽고 편안하게 집에서도 오페라 무대를 감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만큼 대중적 평가는 실시간 전국적으로 즉각적 반응을 알 수 있었다. 모니터 영상을 통해 극 초반 붉고 화려한 미장센으로 뒤덮은 무대의 강렬함에 매력과 호기심을 느낀 시청자들은 곧이어 단조로운 무대에 지루함과 공연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어디서 하고 있는 것인지 등 궁금함을 나타냈다.

야외오페라의 컨셉과 기본 특성 자체가 대중적, 상업적 목적으로 관광, 이벤트 상품으로 예술성보다는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지만, 한 편의 오페라에 쏟아부은 25억이라는 비용으로 단 2회 공연의 대형 무대인만큼 처음 의도한 문화올림픽의 ‘한국적 오페라’ 라는 기획 취지에 비추어볼 때, 원작의 베르디 음악이 주는 서정성과 섬세함을 잘 살리지 못한 점과 조선 중기 귀족문화가 내포한 한국미에 대한 내용이 녹아들지 못해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두 가지 모두 충족하지 못한 무대였다.

혹자는 “우리도 이제 한 편의 오페라 무대에 25억을 투자할 수 있게 되어서 반갑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많은 오페라 연출가를 제치고 오페라 경험이 부재함에도 무용극에서 인기를 끈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의 첫 오페라 시험 무대로 총연출을 담당한 것에 대해서 갑론을박할 때, 한국오페라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지켜보자 했지만, 음악에 대한, 오페라 장르에 대한 예의가 없이 스타일리스트로 자기 그림만 보여주는 시각연출에 그쳤다.”는 실망감을 토로한다.

야외오페라의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날씨인데, 다행히 리허설기간동안 며칠 내내 비가 와 우려되었으나 공연 당일은 날이 개어 야외오페라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여서 여름밤 바람 부는 잔디밭에서 공연을 만끽하는 데 무척 좋았다. 낮은 관람료(1만원-3만원)로 오페라를 잘 접해보지 못했던 관객들도 소풍삼아 가족나들이로 종합 예술무대 양식인 오페라를 감상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러나 무대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를 비켜갈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전체 무대를 총감독하고 콘트롤해야 하는 단장이 부재한 상황에서(현재 국립오페라단장 공석) 국립오페라단이 이런 큰 프로젝트를 무사히(?) 수행한 것에 대해 안도하고 뒷짐 진 채 면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각각의 능력을 컨트롤하고 오페라적 언어로 무대를 살려야함에도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보다 개선된 이후의 다른 야외오페라 무대를 기대하며 <동백꽃아가씨> 오페라 무대 속으로 들어가 부분별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review

 

대중적 이벤트 야외오페라, 비주얼 넘어 음악 어법 살려야

성악가 배려 부족, 음악적 무대 강조 필요

 

잠실벌 잔디마당위에 붉은색 발광 다이오드(LED) 스크린이 병풍처럼 펼쳐진 채 선명히 드러나 있는 앞으로 24M의 원형무대위로 창살들이 칸막이로 세워져 있다. 붉은 단심(丹心)을 상징한 듯 동백꽃으로 상징되는 붉은 무대는 2시간 내내 시종일관 강렬한 원색으로 시각적인 비주얼을 강요하며 다가왔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시민혁명 이후 18세기 유럽의 신생 부르조아 계급의 이중적 윤리와 퇴폐적 세태를 비판하며 사교계 매춘 여성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비극으로 담은 작품인데, 배경을 18세기 조선으로 바꿔서 조선 여성의 자태와 한국적 애티튜드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한국적 오페라’를 표방한 이번 무대는 무대 연출, 음악적 표현에 있어서 원작 오페라의 매력과 조선 중기 인문의 정신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품격 있는 양반 문화의 면을 왜곡, 지나치게 겉핧기식 단편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음악의 미흡함

어둠속에 무대가 열리면 무대 뒤에서 패트릭 푸흐니에 지휘로 오케스트라의 서곡 연주가 스크린에 비치면서 시작된다. 가수와 오케스트라가 조응하며 생동적인 연주를 하는 장면을 볼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실내 극장에서보다 더 미약하게 오케스트라를 배려하지 않은 방식이다. 세계적인 명장 지휘자를 초빙해놓고 그 기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음악적 특성에 대해 파트릭 푸흐니에는 “흥겨운 축제와 기쁨을 나타내는 오케스트라와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고독, 외로움을 드러내는 어두운 음악, 이 두 가지가 상반되는 느낌의 대비”라고 말했는데, 무대를 마주하지 못한 채 연주를 하게 된 것이다. 또한, 2막의 비올레타를 찾아온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과 만나 대면하는 장면에서 원형무대가 회전하며 두 사람은 어긋나기만 하는데, 이 장면은 딸의 결혼을 위해 아들과 헤어져 달라고 부탁하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노래하며 부정(父情 )의 이중윤리에 대한 작품 전체의 메시지가 담긴 중요한 부분으로 오페라 양식에 대한 이해를 놓친 연출의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평면무대의 단조로운 무대, 책가도 앞 가면춤 부조화

 

거대한 트러스트를 세워놓았음에도 야외오페라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입체적 무대가 아닌, 극장식 평면무대로 단조롭고 지루하다. 시종일관 붉은 스크린에 피어나는 배경 그림은 모란꽃과 나비가 날아다니는 화조도와 책가도다. 책가도는 책 사랑이 깊었던 조선 르네상스의 군주 정조가 책과 책장을 소재로 한 그림 ‘책가도(冊加圖)’를 그리게 해 일월오병도 대신 세우게 했는데, 조선 중기 문치주의의 재천명이며 선비문화의 핵심이다. 남아서 전해지는 도화서 화원이 그린 왕가의 10폭 책가도 병풍에는 정갈한 선비의 책장에 층층이 쌓인 책과 당시 최신문물들이 세련미를 더하며 담겨 있다.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귤과 석류 같은 과일도 단지 방 안 주인의 간식이 아니라 행운(吉)과 다산, 자손번창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모란꽃은 부귀영화의 상징이다.

 

 

 

기생의 연회장에 펼쳐지는 책가도, 또 그 앞에서 집시들과 투우사의 춤이라며 탈춤 군무와 정체모를 가면 쓴 솔로 가면춤은 가히 난장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이해불가의 장면이다. 김재승 안무와 ‘묵향’ ‘향연’ 등으로 호평 받은 정구호의 춤 안무에 대해 “무성의한 땜질이다”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라트라비이타>에서 보인 가면춤에서 차용한 듯 보이기도 하는데, 서양의 가면 쓰는 파티문화를 그대로 본 딴 것이라면 참으로 허술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정구호 연출은 이번 <동백꽃아가씨> 연출에 이어 9월에 국립극장의 시즌 개막작으로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춘상> 연출도 맡아 시기적으로 “국가 프로젝트의 중요한 두 작품을 동시에 준비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전력을 다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그의 전공 분야인 복식에 있어서도 개인적 특성이라기보다 새로운 무대 의상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알프레도와 제르몽, 귀족들의 잘록한 도포는 경사무대의 활동성 때문이라 하더라도 양반의 품위 있는 자태를 표현하기에는 미흡했고, 비올레타의 원색적 의상과 소복 같은 의상, 시아버지 제르몽과의 만남에서 속옷 차림의 의상 등도 적합하지 않고, 주인공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이다. 특히 변사 채시라의 도발적인 정체성 불명 의상과 예의 없는 말투는 국민오페라에 맞지 않는 경솔함이라는 것이다. 또한 오페라 공연에서 주인공인 가수를 제치고 변사 역 연예인을 부각시킨 것에 대해 매너 없는 몰이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 외에도 자막의 불편함과 야외 오페라의 여타 열악한 어려움 속에서도 소프라노 이하영, 테너 김우경 등 성악가들의 높은 기량과 음악이 주는 매력은 한여름밤 야외 오페라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테너 김우경

유명한 작곡가 토스카니는 “야외오페라는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는데, 그만큼 야외오페라가 대중화에 기여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 다수가 향유하는 대중성에는 시각적 볼거리만이 아니라 시대상을 담은 작품으로 장르의 고유한 형식미를 갖춘 완성도 있는 무대를 제시해야 하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도 담겨 있을 것이다. 내년 여름밤 다시 새로운 오페라 무대를 기대해본다.

 

임효정 기자

 

변사 역 채시라

 

관객 평가

 

우리나라 문화부 사람들과 일부 얼빠진 음악가들의 자기부정 오페라지요. 이제 우리나라 작곡가들도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데, 작곡계 전체를 무시하는 작업입니다. 저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 이용일(한국음악교육협회장)

 

감동적으로 잘 봤다. 특히 로얄 코벤트 가든과 함부르크에서 활동하고 있고 60회 정도 경험이 있다는 비올레타 역 이하영씨의 가창력, 연기 정말 최상이었다. 물론 항상 잘하지만 알프레도 김우경도 뛰어났고요. 무대는 무대대로 좋았고 의상은 의상대로 좋았으나 서로 색깔이 어울리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채시라씨가 나레이션은 잘했지만, 정구호씨가 오페라를 잘 몰라서인지 아님 채시라씨가 조금 모자라서인지 맨 마지막 인사 때, 그렇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은 것은 비올레타가 아니라 마치 채시라씨를 주인공처럼 인사시키는 말도 안되는 행동에 씁쓸함을 물고 왔다. 정구호씨가 채시라씨를 데리고 나왔을 때, 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것 같아서 우리를 더욱 슬프게 했고, 더구나 인사하면서 마치 3류 쇼 장의 제스처를 하는 인사마저도 심히 역겨웠다. - 김귀욱

 

음악위주의 오페라를 오페라 경력 없는 의상디자이너의 오페라 연출이다 보니 그런지 꽃으로 도배한 배경도 마치 만신의 집 같고 붉은 조명까지...오페라 무대를 테러한 느낌이었어요.- 단테로

 

국립오페라단에서 음악을 포기하고 정구호의 의상패션쇼를 내세운 서막. 희안한 장치로 ‘변사’의 과도한 돌출- 마지막 커튼콜에서 남여주연가수보다 더 화려하게 부각되는 채시라 그리고 그녀의 의상. - 류은희

 

변사는 변사답게 좀 더 겸손하게 옷도 입고 연출을 했어야지요. - 이종구 박사

 

평창홍보용 오페라로는 아쉬운 점이 많네요. 차라리 창작오페라로 한국의 미를 더 살렸으면.. - umbrella

패션쇼라 하기엔 의상이 빈약했고, 컨셉도 없었고, 25억짜리 LED 병풍쇼에 성악가들을 들러리 세운 공연이었네요. -신동임

 

 

<네이버 Live 중계 실시간 댓글>

외국오페라에다가 겉포장만 메이드인코리아로 구색만 -알렉스

저런 자리에서 싱어들에게 박수를 넘기지 않는 채시라도 웃깁니다 - tutu

홍혜경은 천재임. 김우경은 정에 약한듯. 본인도 빠지고 싶었을거야...- 아뉴타

채시라씨가 어우러지지 않아서,, 이질감이 느껴졌네요.

채시라는 별로임, 연기가 어색하고 과장되어서 부담스러웠음. -Soo Choi

국립창극단이 자꾸 떠오르네요~~ -뭉게구름

저 좋은 가수들 데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연출이 다 망치네요. - rosa

나만 눈감고 듣는게 더 좋은가...눈과 귀가 따로 노는 느낌...- 나지막히

무대의 단조로움 - 정조연

 

시도는 좋았으나 음악과 원작이 너무 좋기에 어색함은 어쩔수 없네요. - 달빛감성

야외에서 자리깔고 봤는데, 정말 좋았다. 피크닉석 1만원, 이거 실화냐?

안방에서 감동적인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어 넘 행복합니다. - dkdl

무대 전체를 보고 감상하는 거랑 인물 줌인한 거랑은 느낌이 다를지도,,현장 느낌이 궁금하네요. -OXY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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