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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아힘 프라이어의 색깔 있는 바그너 해체

기사승인 2018.10.26  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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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욕구는 우리 자신을 파괴하고 있지 않은가?"

 

 

 

바그너 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가 시작된다

한국 최초 링 시리즈 제작, 3년에 걸친 4부작 오페라, 총16시간, 제작비 120억원

<니벨룽의 반지>_1부 <라인의 황금>

 

 

리하르트 바그너의 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가 오페라계 거장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Achim Freyer, 84세)에 의해 국내 무대에 전막으로 첫 선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제작하며 2020년까지 3년 동안 전 4편이 제작 될 예정이며, 그 중 1편 <라인의 황금 DAS RHEINGOLD>이 올 1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국내 최초로 3년에 걸친 4부작 오페라로 공연시간 총 16시간, 제작비 120억원 등 엄청난 프로젝트로 인해 연초에 제작발표 소식 이후 세간의 화제로 주목받는 가운데, 지난 9월 12일 남산창작센터 제1연습실에서 프레스 리허설이 열려 최초로 공개됐다.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주요 인물들과 무대 세트, 알록달록한 의상 등은 아힘 프라이어의 판타스틱한 영감으로 동화적이면서 드라마틱한 무대가 될 것을 예고했다. 주요씬이 선보인 후 기자간담회가 열려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아힘 프라이어 총연출은 “ 독일에는 바그너에 열렬한 팬들이 있는데, 사실 저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싫어하는 편에 가까웠다. 바그너의 팬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 시간이 단축되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독일 출신의 아힘 프라이어는 바그너 작품이 워낙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고 한국 관객들에게 다소 낯선 상황에서 마음을 열고 봐주기를 당부했다. 그는 또 “지금의 현실에서도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것으로 등장인물이 우리의 모든 것을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빨강 파랑 초록의 알록달록한 의상에 대해서도 그는 색상은 많은 것을 표현하며 빛과의 조화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라인강에 햇빛이 들어오는 장면에서는 무대 바닥을 거울로 연출하고, 라인강의 세 요정이 반짝반짝 빛나는 치마를 입어 춤을 출 때 모든 것이 빛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신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큰 성(城)과 무대가 움직이도록 꾸미고, 황금 반지를 손에 쥔 니벨룽 족 알베리히가 자기 능력을 자랑할 때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을 연출해 로켓이 지붕을 뚫고 나가도록 한다거나, 거인 형제들이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 한쪽이 죽는 장면에서 피가 위에서 바닥으로 쏟아져 세상이 온통 더럽혀지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화려하고 흥미로운 장면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또, “한국이 처한 정치 상황을 고려해 한국이 분단 국가라는 점을 고려한 연출 부분이 있다. 역사적인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것들을 색깔있는 연기를 통해 표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연습 무대에서는 대형 무대 세트와 배우들의 기묘하고 화려한 의상과 인형극을 연상시키는 투구 형태의 커다란 마스크가 인상적이었는데, 배우들은 특수 제작된 의상과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평생 있을까 말까한 바그너 작품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탄 역을 맡은 성악가 양준모는 “평소 모자를 쓰고 노래하는 것도 싫어하는데, 마스크를 쓰기는 처음이다. 의상도 아주 무거워 기초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신의 근엄함이 아닌, 인간의 추악한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보탄의 모습을 잘 표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보탄 역의 다른 성악가 김동섭은 “보탄 역을 동양인이 하는 것은 세종대왕을 외국인이 하는 것과 같다고 어떤 평론가가 말했는데, 보탄 역을 맡게 되어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니벨룽의 반지>를 한국 제작진과 성악가 중심으로 기획, 제작하는 것은 최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월드아트오페라 에스더 리 단장은 “지난 3월 제작발표회 이후 많은 분들이 이 공연이 실현될 수 있을지 염려했다. 우리는 그때부터 조용히 모든 걸 준비했다. 우리가 아는 바그너는 너무 어렵고 어두운 색깔이지만, 이것을 해체하는 연출을 아힘 프라이어가 해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그는 북한의 성악가가 한무대에서 참여하는 평화와 통일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독일 외무성에서 협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니벨룽의 반지-1편 라인의 황금>은 1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대장정의 첫 막을 시작한다.

 

강영우 기자

 

 

니벨룽의 반지- 1부 <라인의 황금> 중 '보탄' 장면

■ <니벨룽의 반지> 왜 걸작인가?

‘링(Ring) 시리즈’로 불리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바그너 필생의 예술미학을 구현한 작품으로 그가 성취하고자 했던 세계와 인간의 궁극적인 진리를 담으려고 한 대서사극이다.

바그너는 전통적인 오페라와 구분해 악극(Musikdrama)이라는 형식에 담으려고 했다. 이는 서양의 신화들로부터 비롯되는 이야기 구조에서 새로운 내용을 가진 극을 만들어내고자 함으로써 반지를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건이 전개되는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기(서사문학)와 음악이 결합된 이 지점이 바그너 오페라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하는 것이다. 극을 지배하는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욕망이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며 음악적으로는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장대하고 깊이 있는 선율, 갈등과 대치되는 불협화음들이 전편에 녹아있어 감상자들을 사로잡는다.

반지의 근간을 이루는 독일 게르만족의 신화는 북유럽의 엣다 산문 설화에서 유래되는데, 척박하고 황량한 환경에서 살아왔던 북유럽의 환경은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지중해 연악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달리 염세적이고 비극적이다, 그러한 요인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능한 신들과 달리 반지의 신들은 인간과 흡사하고 결국에는 신들이 모두 멸망에 이른다는 비극적 내용이다.

16시간에 이르는 방대한 걸작 오페라 반지 공연은 오직 반지를 공연하기 위해 지어진 바이로이트극장에서 매년 4일 동안 공연한다. 인간과 우주의 대서사에 비견되는 반지 4부작을 모두 보려면 총 6일이 소요되며 특별한 감동의 시간을 선사한다.

 

 

 

■ 오페라의 피카소 ‘아힘 프라이어(Achim Freyer)’

‘오페라의 피카소’라 불리는 아힘 프라이어는 오페라계의 거장으로 독일 1급 연방공로십자장 훈장, 오스트리아 실버 훈장, 독일 파우스트 데아터상 무대의상 부분 대상 등을 수여하였으며, 2011년도에는 판소리 역사상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국립극장에서 <수궁가>를 연출하는 등 수 많은 오페라 연출을 통해 업적을 남겼다. 이번 <니벨룽의 반지>는 아힘 프라이어 총연출의 미국 LA오페라 극장,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에 이은 3번째 버전으로 특별히 한국인들을 위해 재해석 하고 연출한 한국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아힘 프라이어 총연출은 이번 공연을 위하여 작품에 대해 새롭게 동서양의 근본 철학을 담고 재해석했다. 국내에서 2020년까지 아힘 프라이어 연출로 총 4편 전편이 한국에서 공연 된 후 독일 본(Bonn) 극장 등에 수출해 공연할 예정이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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