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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생생무용다이어리 ⑩ 영감과 음악_ ‘River Flows In You’

기사승인 2024.01.04  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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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서 만난 음악의 순간, 무용 되다

한 사람의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것에는 사회적 요인, 주변의 환경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가치관이 자리 잡아 나간다. 나의 춤은 어릴 적 자리 잡았던 부드러운 선율의 음악성을 기반으로 삼아 점차 쌓여갔다.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는 발매된 지 20여 년이 지난 곡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회자되는 명곡이다. 이 곡의 멜로디 라인은 마치 악보에서 음계가 물을 타고 흐르는 느낌을 준다. 반복적인 멜로디는 점차 다양한 구성으로 변주되고 부드럽고 강한 파도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너의 마음에는 강이 흐른다’라는 뜻의 제목이 한층 파도의 깊이를 더하는 듯하다.

어릴 적, 이 곡이 처음 내 귀에 들어왔을 때부터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나질 않았다. 제목은 몰랐지만, 처음으로 가사 없는 피아노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처음 춤을 추기 시작하며 우연히 이 곡을 다시 접했다. 몸을 풀며 들었고, 작품을 만들며 들었다. 다양한 바리에이션에 몸을 맡기며 즉흥을 하기도 하였고 공연도 만들었다. 나의 무용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한 영상 매체에서 음악으로 세상과 얘기하는 두 뮤지션을 보았다. 한 공항 안에 있는 그랜드피아노에서 버스킹을 하는 피아니스트에게 여덟 살 여자아이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River Flows In You를 연주할 수 있나요?” 그 말에 화답하듯 피아니스트는 웃으며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여자아이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등 뒤에 매고 있던 바이올린을 꺼내 들었다.

두 연주자는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호흡을 맞추었고 피아니스트의 변주에 맞추어 바이올린을 켜는 아이도 그의 흐름을 따라갔고 때로는 흐름을 만들었다. 바쁘게 공항을 걷던 여행객들은 자리에 멈춰서 그들의 연주를 즐겼고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그들도 아름다운 선율에 젖어 잠시 바쁜 일정을 내려놓고 여행의 낭만을 더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나에게 있어 이 곡은 나의 춤을 만들고 나의 예술관을 만들어 나아가는 데에 큰 일조를 한 곡이기에 난 두 연주자의 음악이 더욱 아름답게 들렸다. 즉흥적으로 만난 연주자가 눈빛과 호흡으로 멜로디를 변주해 나가는 순간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난 그 소녀를 모르지만, 그녀에게도 아주 뜻깊은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인생에서 이제 막 본인의 선택을 시작하며 스스로 세상에 나아가려는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River Flows In You’를 사용해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멜로디를 들으며 떠오르는 이야기를 종이에 적게 하고 글 속에 담긴 단어들을 뽑아내 감정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였다. 세 명의 학생은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멜로디 속에 자신들의 움직임을 화합하며 담았다. 너무나 오랜만에 경험한 순수한 무용 작품이었다.

앞으로 자라나며 어떠한 경험과 어떠한 선택이, 그리고 어떠한 음악이 본인을 만드는 기반으로 자리 잡힐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River Flows In You’와 같은 음악이 자라나는 예술학도 학생들에게도 나타나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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