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재임 중 한국 창작발레 단 한 편 뿐인 이유?
[이슈ㅡK_컬처] 공공이 무너지고 있다③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 |
“지금 10년 차가 됐네요. 창작발레를 한다면 재능있는 안무가를 발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리미리 계획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데.. 임기와 맞물리더라구요. 그래서 아쉽지만,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아닌데, 정확한 대답은 드릴 수가 없네요. 왜냐하면 금방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지난 4월 23일,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국립발레단 제200회 정기공연으로 신작 <인어공주>(존 노이마이어 안무)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기간 10년 차 되는 동안 한국창작발레 작품이 왜 없는지? 계획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0년째 연임하고 있지만, 매번 임기와 맞물려 한국창작발레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고 답했다.
국립발레단은 7월, <갈라> 공연으로 미국과 파리로 해외공연을 간다. 7. 10.(수)에 한미 교류 특별 행사로 <갈라 퍼포먼스>로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 아이젠하워극장과 7. 28.(일)~7. 29.(월)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 대극장에서 2024 파리올림픽대회 기념 <2024 국립발레단 스페셜 갈라> 공연을 한다.
해외에 선보일 한국 대표 창작발레 전막이 아닌, <갈라>로 가는 이유는 뭘까?
국·공립 예술단체 단장 및 예술감독 임기 짧아, 계획 수립 어려움..
전임 감독 프로젝트 연계, 장기계획 수립해야
한국창작발레 육성 TF팀 신설-추진 필요
국.공립 예술단체 단장 및 예술감독 임기 너무 짧아....
강수진(57) 단장은 올해 임기 10년 차로 국립 예술단체 수장이 임기를 네 차례 연임하는 것은 강 단장이 유일하게 최초다.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는 강 단장은 2026년까지 국립발레단을 책임진다.
국내 발레계의 대표적 ‘스타’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재직하던 2014년 국립발레단 제7대 단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2017년과 2020년에도 단장을 맡으며 4번째 연임 중이다.(2014-2026)
해외극장에서는 10년, 20년, 심지어 <인어공주>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는 함부르크발레단에서 예술감독으로 52년째 재임 중으로 해외극장에서는 장기 재임이 흔한 일이나, 국내의 상황은 국.공립 예술단체의 수장 임기가 보통 2~3년으로 유난히 임기가 짧은 탓에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국립발레단을 비롯해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서울예술단 5개 대표적 국립예술단체의 경우, 단장 겸 예술감독의 임기가 3년인데, 부임해서 첫해 1년은 전임자가 정해놓은 프로그램을 그대로 하며 업무를 익히고, 2년째에야 예술감독으로서 자신의 작품을 하거나 혹은 기획으로 예술적 비전을 시행해보게 되고, 마지막 해인 3년째에는 자신이 재임될지, 안될지 알 수 없기때문에 장기적 비전과 프로젝트는 고사하고 해외교류의 진행 등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강수진 단장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째인 강단장의 답변은 한편으론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항변이 아닐 수 없다. 어떻든 10년 동안 창작발레라고 발표한 작품이 <허난설헌-수월경화>, <호이 랑> 두 편인데, 두 작품 모두 강효형 안무작으로 <허난설헌-수월경화>(강효형 안무)는 중극장용 단막극(60분)이다. <호이 랑>(강효형 안무)은 대극장용(110분)인데, 이후 간혹 지방공연을 제외하곤 정기공연 레퍼토리에 재공연이 잘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유인촌 문체부장관은 지난 4월 24일, 세종시 기자간담회에서 지체되고 있는 기관장 선임과 관련해 공공기관 '수장' 공석이 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4월말 기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만료되는 곳은 한국관광공사, 한국저작권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12곳이었다. 장기 공석이거나 기관장 임기가 끝났으나 후임이 지체되어 전임자가 계속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까지 포함하면 기관장이 공석인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은 약 38%에 이르렀다.
문체부 소속기관도 비슷한 상황으로 18곳 가운데 국립중앙도서관,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정책방송원 등도 공석이었다가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장 등이 임명됐다. 현재는 국악방송 사장, 국립국악원장이 공석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10년간 4명의 단장들이 임기를 제대로 완수한 적이 없던 암흑기도 있었다.
현재 기관장 임명 절차와 관련해 유 장관은 “추천위원이 추천을 하고 추천된 사람을 심사해서 3배수로 보내면 그 중에서 결정하는 건데, 그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 각 기관의 (기관장) 임명 기본 절차가 상이해 병목 현상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4 국립발레단 라인업 |
창작레퍼토리 없어.... 해외에 선보일 한국 대표작(발레) 없다..
1962년 창단된 국립발레단은 올해 창단 62년째 접어드는 역사를 갖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직업발레단으로 한국 발레 역사를 상징하며 국가 대표 예술단체다. 세계적인 명작뿐만 아니라 한국 고유의 창작 발레 작품을 국민들에게 선보임으로써 예술의 가치 제고와 민족적 자긍심 고취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국립발레단의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창작작품 레퍼토리는 많지 않다.
국립발레단 역대 단장들 |
지난 2022년 국립발레단 60주년을 기념한 포럼 자료 책자의 <국립발레단 60주년 연혁>에 의하면 한국창작발레 공연은 제1대 임성남 단장때는 '민족발레' '코리언발레' '민속발레' 라는 화두로 한국적 발레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목표에 매진했다.
한국적 발레의 기치 아래 <푸른 도포> <멍든 산항> <까치의 죽음> 등의 작품이 탄생했고, 1970년 초기 국립무용단에서 '국립발레단'으로 분리되면서 첫 작품은 <지귀의 꿈>(1974)이었다. 창작발레 <지귀의 꿈 The Dreams of Chigui>(3막 5장 임성남 안무)은 국립발레단 창단 20주년 기념으로 <제30회 정기공연>이었다.
임성남 안무의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을 비롯해 <처용>(1980) 그리고 <비단우리.어린이유희>(로이 토비아스 안무). <어린이를 위한 발레잔치>(1983), <고전. 창작 발레 모음>(1983), <고려애가>(1990 임성남 안무) 등의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다.
지귀의 꿈_임성남 안무 |
이후 서양발레가 주를 이루어 오다가 창작발레는 2010년 다시 한국 창작발레의 지평을 연 문병남 안무의 <왕자 호동>에 이어, 7년 후인 2017년 강효형 안무의 <허난설헌-수월경화> 그리고 2019년 발표한 <호이 랑>이 있을 뿐이다.
<호이 랑>은 한국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발레를 새로이 제작한다는 포부를 내걸고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여성의 성장을 그린 드라마다. 대한제국 시대의 언론인 장지연이 엮은 열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부랑’이라는 한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탄생했다. 2019년 5월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대극장)에서 세계 초연 후 그해 1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다.(11.6-11.10) 그 이후는? 심지어 올해 2024년 국립발레단 라인업에 한국창작발레는 한 편도 보이지 않는다.
해외에 선보일 K-컬처, 한국 창작발레는 어디에?
강수진 단장은 올해 7월, <갈라 퍼포먼스>로 미국(워싱턴)과 프랑스(파리) 해외공연을 간다. 해외에 선보일 한국 대표 창작발레는 없는 것일까? 왜 갈라 일까? K-POP의 후광효과로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한국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창작발레 한 편은 왜 준비되지 않은 것일까?
강단장은 올해 5월, 국립발레단 제200회 정기공연을 기념하는 무대에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를 초청해 공연했고, 국립발레단 창단 60주년 기념무대에는 조지 발란신 안무의 <주얼스>를 올렸다. 60주년 기념무대에 한국창작발레 한 편 볼 수 없다는 것에 관객들은 아쉬움을 나탄냈다.
지난 연보를 살펴보면, 2000년대 들어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이집트, 이스라엘 등지로 해외공연에도 한국창작발레는 보이지 않고 <백조의 호수> <발레 하이라이트> <해적> 등이다.
강수진 단장은 앞서 발언한 바와 같이 창작발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안무가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2015년 첫 부임과 함께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강효형, 송정빈 안무가를 발굴했다.
강수진 단장은 안무가 육성과 더불어 시대에 부응해 새로운 안무가 영입 등으로 창작발레에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60주년 기념 포럼에서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감독은 "국립발레단이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신경써야 합니다. 60년 동안 대표적 레퍼토리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국적인 발레와 컨템포러리한 발레 개발이 미흡했습니다" 라며, "고전은 고전대로 뛰어나게 잘 살려야 하고, 한국적인 발레도 개발해야 하고, 컨템포러리 발레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던져졌습니다" 라고 말했다.
강수진 단장은 안무가 출신이 아닌 무용수 출신 예술감독으로 매 작품별 외부 안무가를 초빙한다. 포럼에서도 제기된 발레단 운영의 정무적 감각을 지닌 수장(단장)과 안무 역량을 갖춘 예술감독의 분리에 대한 행정시스템에 대해서도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 행사 마지막 종합토론에서 강수진 단장은 국제교류를 위해 전용극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단장은 "전용극장이 없은 상황에서는 국제교류 계획을 짜기 어렵습니다" 라고 밝혔다.
예술한류의 붐업에 힘입어 K-컬처의 글로벌 확산에도, 자국민의 예술적 긍지와 감흥에도 한국창작발레 레퍼토리 작품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교류를 위한 발레전용극장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단장과 예술감독의 분리에 대한 경영시스템에 대한 문제, 예술감독의 임기에 대한 시스템 점검과 작품 제작을 위한 TF팀 구성 등이 시급하다.
이수민 · 임효정 기자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