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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유한성과 영원성의 중첩으로 담은 삶과 죽음

기사승인 2024.05.06  17: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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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자의 춤, ‘생(生), 무극(無極)’


이애주(1947~2021) 승무 예능보유자는 생전에 승무에 대해 ‘비움의 철학’을 강조했다. 종즉유시(終則有始)라 할 수 있다. 주역에서 언급한 것처럼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다. 故 이애주 스승의 3주기를 추모하며, 본(本)에 대해 천착한 무대가 열렸다. 2024년 3월 23일, 포스트극장에서 진행된 김미자의 춤이다. ‘악(樂)으로 춤소리를 탐(探)하다’라는 구현 방식이자 주제 의식을 담은 ‘생(生), 무극(無極)’. 만물이 시작되어 완성되는 순환성이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원형이정(元亨利貞)이다. 이는 역학에서 말하는 천도(天道)의 네 가지 원리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의 흐름이 삶과 직조돼 철학성 강하다. 이번 무대는 생장수장(生長收藏)을 중심으로 춤을 담아냈다.

 

공연이 시작되면, 김미자가 무대 우측에서 짚신 한 켤레를 들고 들어온다. 갓 쓴 저승사자 4명과 김미자의 춤이 시작된다. 생과 사의 투쟁, 아비규환의 모습이 엉킨다. 구음과 어우러진 마지막 생(生)을 보여주는 긴 천의 떨림이 크다. 넋풀이가 처연하다. 깊다. 망자를 위한 춤과 소리가 공간에 퍼진다.

마스크를 쓴 4명의 무용수들이 차례로 마스크를 벗어면서 아박춤과 어우러진다. 비장하다. 춤과 음악이 거세다. 죽음에 대한 신성성까지 부여하는 순간이다. 천도(天道), 귀도(鬼道)를 대변하는 사(死)를 위한 뿌림이 허허하다. “씻김받고 가옵시다...”. 기원의 나래가 가지런히 모은 두 팔에 안긴다. 사물연주의 울림이 위로를 전하며 마무리 된다.

 

국가무형유산 승무, 처용무 이수자, 서울시무형유산 한량무 이수자인 YeART CENTER 대표인 김미자의 안무와 출연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생장수장을 축으로 앞뒤에서 여닫는 장치를 통해 구성미를 확보했다. 망자를 위한 마음 가득한 위로의 프롤로그, 청신(請神) 격으로 영혼을 불러들이는 생(生),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길닦음의 장(長), 춤굿을 통해 이승 끝자락에서 한판 푸는 수(收), 전통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해원을 담지한 장(藏),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자들을 위로하는 뒷전거리가 에필로그 역할을 했다. 이혜주, 이호준, 변창일, 이소희의 춤, 문순조, 김지혜, 김준호, 고희창, 김재현의 음악이 합을 이뤄 생과 사를 넘나들었다. 손재서가 연출을 맡았다.

이번 공연은 철학성 깃든 메시지를 춤과 음악을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 이 무대에서 추구한 유한성과 영원성의 중첩은 삶과 죽음을 의미있게 담는다.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은 물리적 흐름을 넘어 삶을 담아내는 좌표가 된다. 오늘에서 내일을 마주하는 창과 같다. 무극의 창연함이 아로새겨진 시간이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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