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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단 하나의 기억이 남긴 돈키호테의 시대적 해석

기사승인 2024.09.13  0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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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창작발레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

노인 돈키호테_댄스시어터샤하르_<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는 부담감은 적지 않다. 창작이라는 새로운 샘물이 용솟움치기 위해서는 원작의 가치는 견지하되 새롭게 해석한 콘텐츠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세르반테스(Cervantes)가 1605년 쓴 풍자소설 ‘돈키호테(Don Quixote)’의 변신을 2024년 8월 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마주했다. 성공적인 해석이었다.

창작발레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은 당대적 가치를 담지한 시대적 해석, 치매로 보여준 고령화 문제, 사랑이라는 숭고한 가치, 무엇보다 ‘기억(記憶)’이라는 키워드의 발레미학적 고양은 이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폭넓게 담았다. 댄스시어터샤하르 예술감독인 안무자 지우영은 인생의 어려움 속 가장 큰 미덕은 사랑임을 역설한다. 우리네 삶의 마지막 단계에 멈출 수 있는 단 하나의 기억에 대한 고민은 단연 마음속에 남아있는 가장 사랑했던 기억이라고 말이다.

노인 둘시네아_ 김순정 발레리나

요양원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사랑한 노부부, 노인 돈키호테(강준하)와 노인 둘시네아(김순정)가 치매로 인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요양원장(조윤라), 노숙자 산초(박희태), 후원회장(김인선), 목사(김형민) 등 굵직한 캐스팅은 노련한 작품 전개에 힘이 됐다. 추억의 돈키호테(정민찬)와 추억의 둘시네아(스테파니)의 앙상블은 조화로움을 넘어 사랑의 가치, 기억과 추억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제로 작용했다. 앙상블과 군무진이 주는 서사성은 극을 읽어가는 데 편안한 지침이 된다.

 

추억의 돈키호테와 추억의 둘시네아 2인무

잔잔한 분위기 속 젊은 남녀의 춤추는 모습으로 시작되는 공연은 노인 돈키호테와 노인 둘시네아의 안타까운 그리움이 회상의 언덕을 넘어간다. 이 작품에서 일기장은 단순한 소품 이상의 역할을 한다. 젊은 날의 둘시네아를 간신히 기억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보물이다. 지난날의 추억과 사랑이 담긴 일기장은 돈키호테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에 따르면, 돈키호테는 기사도 소설에 심취해 기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의 말인 로시난테를 타고, 친구인 산초 판사를 기사로 삼아 함께 모험을 떠난다. 하지만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상상과 환상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결국에는 여러 번의 실패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는 노인 돈키호테가 젊은 시절 둘시네아를 찾기위해 요양원을 탈출한다. 길 잃은 돈키호테를 도와주는 노숙자 산초의 모습, 도시의 젊은 여자들을 자신의 여자로 착각해 말썽을 일으키는 모습들은 원작의 자연스러운 처리다. 돈키호테가 일기장을 찢어버리는 장면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삶의 단말마(斷末魔)라 할 수 있다. 찢겨지는 일기장의 마지막 숨소리는 돈키호테의 사라지는 기억들과 연결돼 공감대를 상승시킨다. 잠시라도 그의 기억을 되돌려주고자 한 노력도 아내 둘시네아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이별을 고한다. 처연한 노인의 모습은 고독을 넘어 위로로 다가온다.

지우영 안무_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

댄스시어터샤하르는 ‘어머니’, ‘소월의 꿈’, ‘레미제라블’, ‘기적의 새’, ‘마태수난곡’ 등 2003년 창단 이후 새로운 해석을 자양분으로 해 독창적인 창작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휴먼성을 기저로 한 단체와 대표, 구성원들 노력의 결과물이다. 창작발레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은 원작의 해석이 일차적인 공감대를 높였다. 강준하, 김순정, 조윤라, 박희태 등 한국발레를 이끌고 있는 무용가들의 혼신을 담은 연기와 움직임은 일등공신이다. 쓸쓸한 요양원과 현란한 도시 거리, 노인 돈키호테와 추억의 돈키호테, 노인 둘시네아와 추억의 둘시네아 등의 대조는 감정선을 자극하는데 기여했다. 클래식발레 돈키호테의 음악적 재해석은 유쾌함과 아련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창작발레의 이정표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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