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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야기, 따뜻한 노래! 그리고 아쉬움

기사승인 2017.03.05  22: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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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학전 <아빠 얼굴 예쁘네요>

 

“까만 집, 까만 길, 까만 물, 까만 산 

온통 새까만 탄광 마을에 우리들은 살아요.”

 

노래가 울려 퍼지며 무대가 막이 내렸다. 따뜻한 느낌이 온 마음을 감싼다. 연이, 순이, 탄이가 사는 탄광 마을은 석탄을 캐내는 마을이다. 석탄 가루가 날려 시냇물도 까만 물이 흐르는 동네다.

이 공연을 보기 전, 사북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임길택 선생을 따라 사북에 다녀온 뒤라 공연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 공연의 제목은 1981년에 임길택 선생이 가르치던 5학년 하대원 어린이가 <아버지가 오실 때>라는 제목으로 쓴 시에 나오는 말이다.

 

‘아버지가 

집에 오실 때는 

시커먼 탄가루로 

화장을 하고 오신다 

그러면 우리는 장난말로 

“아버지 얼굴 예쁘네요”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이 

“그럼 예쁘다 말다” 

우리는 그런 말을 듣고 

한바탕 웃는다’

 

까만 물이라니, 언뜻 들으면 사람이 어떻게 살겠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탄광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오며가며 그 물에 세수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 마을에 적응하며 그곳에서 자기 삶을 살아내고 있다.

연이, 순이, 탄이도 그렇다. 극은 연이가 끌고 가고 있는데, 연이의 일기가 중심에 있다. 탄광 마을에서는 언제나 제일 큰 걱정은 막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극도 그 사건을 중심에 놓았다. 순이 아버지는 전에 막장이 무너져 돌아가셨다.

다시 막장이 무너져 이번엔 연이 아버지가 갇히게 되었다. 광산까지 달려가는 연이 엄마와 동생을 업고 달려가는 연이의 모습은 독무대로 긴 시간을 보여 주었다. 걱정과 달리 연이 아버지는 무사히 광에서 나왔는데 탄이 아버지가 다리를 크게 다쳐 집에서 쉬게 되었다.

탄이네는 이제 엄마가 선탄(캐낸 탄에서 좋은 탄을 선별하는 일) 일을 하고, 탄이는 아버지가 중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말을 듣고 신문 배달을 한다. 연이 엄마는 빨래하는 일을 하는데 그 전에 탄이 엄마가 하던 빨래까지 대신 해 준다. 연이와 순이는 그 일을 도와주고, 연이 아버지는 굴 밖에서 갱목 자르는 일을 탄이 아버지에게 알아 봐 준다.

공동체가 살아 있는 따뜻한 동네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배우들이 따뜻한 가락을 가진 노래를 맑게 부르니 더욱 따뜻한 마음이 들게 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사촌형제나 다름없는 가까운 이웃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웃은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극에서 보여준 탄광마을이 그랬다. 이웃의 정을 모르고 사는 지금 이웃들이 사촌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는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따뜻함에도 뭔가 마음이 다 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예쁘게 살아가는 삶이 확 와 닿지가 않았다. 공연을 본 뒤 마음은 따뜻했는데, 찜찜한 마음이 계속 따라다녔다. 아마 아이들의 삶이 너무 예쁘게만 그려진 탓이 아닐까 한다. 연이가 극의 중심이지만 순이와 탄이가 같이 이야기를 엮어 가고 있는데, 순이의 삶이 잘 보이지 않았다.

순이는 선탄 일 하는 엄마와 할머니랑 살고 있다. 탄이네 빨래를 도와주는 장면에서 순이네 빨래는 누가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선탄 일 나가고 집에는 꼬부랑 할머니가 있다. 순이 엄마는 가장으로 가정의 모든 걸 떠맡고 있다.

아마도 시어머니일 할머니까지 책임지고 있는데, 빨래도 일마치고 돌아와 혼자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순이 엄마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연이와 놀다가 연이 엄마를 도와 탄이네 빨래를 도와주는 순이가 다가오지를 않았다.

아버지가 없다고 순이를 놀리던 탄이는 아버지가 사고가 났을 때 순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을 법한데, 아무런 말이 없다. 돈 받지 않고 신문을 넣어 주겠다는 탄이 말이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 말일 수 있겠지만 신문 돌리는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이렇게 한다는 것도 뭔가 찜찜하다.

신문 돌린다고 잘 컸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평가도 애매모호하다. 공연을 본 뒤에도 오랫동안 잔상이 남는 건 좋은 공연의 효과일 것이다. 거기에 섬세하게 등장인물들 성격을 더 불어넣어준다면 더 오래 기억되는 공연이 될 것 같다.

 

 

김소원 (어린이문화연대 문화국장)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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