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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pera] 유쾌한 환상과 풍자의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기사승인 2025.06.26  14: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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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기지만 절대 가볍지않은,현대 오페라 S. 프로코피예프 <Любовь к трём апельсинам>

국립오페라단_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세 개의 오렌지를 찾아 사랑에 빠지리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L’amour des trois oranges)

기묘한 웃음과 음악적 독창성으로 무장한 ‘기괴한 오페라’가 한국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은 2025년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의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L’amour des trois oranges)을 국내 최초로 전막 공연한다. 현대 오페라사에서 보기 드문 풍자극으로, 러시아 전통과 이탈리아 희극, 프랑스 낭만주의, 독일 표현주의까지 한데 섞인 독특한 색채의 무대다.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이탈리아 극작가 칼로 고치(Carlo Gozzi)가 쓴 희곡 L’amore delle tre melarance에 기반한 작품이다. 원작은 동화적 판타지와 희극 요소가 강한 '피아베스크' 형식(희극+마술+가면극)으로, 고치가 당대 리얼리즘 극작가들과 논쟁을 벌이며 창작한 판타지 희극 시리즈 중 하나다.

1919년 파리에서 러시아 망명객으로 있던 프로코피예프는 프랑스어로 직접 대본을 집필하며 음악과 희곡을 통합했다. 이후 작품은 시카고 오페라 하우스의 위촉으로 1921년 미국에서 초연, 그는 직접 지휘를 맡았다. 초연 당시 일부 보수적인 평론가들로부터 “볼셰비키의 광대극”이라는 혹평도 받았지만, 재치와 음악적 창의성으로 관객들에게는 호평을 얻었다.

음악적으로 이 오페라는 전통적인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의 구조를 따르되, 리듬과 조성, 악기 사용에서 20세기 초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실험성과 직관이 반영되어 있다. 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악장인 ‘행진곡(March)’은 독립적인 관현악곡으로도 널리 연주되며, 특히 영화와 방송에서 자주 사용된다.

 

 

줄거리는 왕국의 우울증에 빠진 왕자를 둘러싼 황실과 마법사, 어릿광대, 요정, 마녀 등의 난장극이다. 왕자를 웃기기 위해 벌어지는 즉흥극과 그 속에서 나타나는 파타 모르가나의 저주 — “세 개의 오렌지를 찾아 사랑에 빠지리라!” — 가 중심 플롯을 이룬다. 왕자는 충직한 어릿광대 트루팔디노와 함께 오렌지를 찾아 황야로 떠나고, 각 오렌지 속에서 나타나는 공주들과의 만남은 극적인 코미디를 형성한다. 오페라는 환상적 세계관 속에서 희극, 멜로드라마, 블랙코미디, 동화적 상상력이 혼재된 ‘극장의 실험장’으로 기능한다.

 

지휘는 독일 출신의 펠릭스 크리거(Felix Krieger), 연출은 독일 오페라 연출가 로렌조 피오로니(Lorenzo Fioroni)가 맡는다. 피오로니는 “극장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장치이자 이야기 생성기”라는 콘셉트 아래, 과일 바구니, 자동차, 인형극 등 기이하면서도 감각적인 오브제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본래 작품이 지닌 연극성·환상성·해학성을 시각적으로 더욱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왕자 역에는 테너 김영우와 신현식이 더블 캐스팅됐다. 테너 김영우는 독일 퀼른 오페라극장 솔리스트로, 신현식은 독일 로스톡 시립극장에서 솔리스로 활동하며 독일을 기점으로 K-클래식을 이끌어온 테너들이다. 마녀 파타 모르가나, 어릿광대 트루팔디노, 니네타 공주 등 주요 배역은 젊은 성악가들이 맡았다. 도이치 오퍼 베를린 교류 성악가로 선정된 메조소프라노 카리스 터커를 비롯해 소프라노 박세영과 오예은이 출연한다.

 

웃기지만 절대 가볍지않은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겉으로는 유쾌한 어린이용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웃음’이라는 장르를 통해 사회와 인간에 대한 복잡한 시선을 드러낸다. 파타 모르가나의 저주는 사실 연극 자체가 지닌 강박과 진지함에 대한 풍자이며, 왕자는 오렌지를 좇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이 오페라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다. 관객은 작품 전체를 통해 ‘무엇을 믿을 것인가’, ‘진지함과 진실함의 경계는 어디인가’를 유쾌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는 프로코피예프가 단순한 동화극을 넘어, 20세기식 블랙코미디와 예술철학을 담아낸 결과다.

6.26(목)-6.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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