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 콘서트 & 현대음악의 강렬한 경험
spo_퇴근길토크콘서트1_ⓒ서울시향 |
음악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들릴까? 음악은 그 자체로 시간과 공간을 많이 차지하며, 뛰어난 품질과 상황에 따라 리듬이 나타난다. 공연장과 콘서트홀은 내부 공간과 음악 사이의 강력한 합성을 강조하고, 라이브 공연에서는 아티스트와 흥미진진하게 감정을 교환하고, 음향과 결합해 더욱 강렬한 경험을 제공한다.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의 음악, 또, 늦은 밤시간의 음악은 어떤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까? 낮과 밤이라는 시간의 주체는 음악으로 인한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활동적인 낮에는 에너제틱한 음악이 주로 선호되고 특징적인 구성요소와 일을 중심으로 음악이 활용되는 반면, 밤에는 감정을 좋아하는 음악을 선호하는 경우가 크다. 밤은 주목하고 떠오르는 음악을 통해 마음의 감정을 다루거나 하루의 끝을 정리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올해 많은 음악회 중에서 특히 서울시향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와 예술의전당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두 음악회가 공간과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주목된다.
9년 <퇴근길 토크 콘서트>_클래식을 더 가까이
서울시향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는 서울시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직장인과 일반시민, 관광객 등이 퇴근 시간대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회로 기획됐다. 직장인이 밀집한 광화문 인근과 서울의 역사적·상징적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인문학 토크와 클래식 음악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음악회다.
지난, 11월 14일(목)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2024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Ⅲ <고대 이집트, 음악으로 떠나는 시간여행>는 성악과 함께하는 연주 두 번째로 ‘고대 이집트로의 음악여행’으로 진행됐다. 조은아 교수와 곽민수 이집트학연구소장의 해설과 나레이션으로 이집트과 연계된 음악이 연주돼 이집트로 여행한 듯 전개됐다. 성당의 건축적 공간미와 더불어 벽화,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운 채색화에 어울려 관객들에게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전했다.
서울시향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는 특별한 주제와 해설이 있는 클래식 연주와 인문학 토크를 결합한 대중적인 콘서트로 시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해 2016년부터 개최해 9년째 이어오고 있다.
바쁜 직장인들이 퇴근 후 클래식 콘서트를 어렵지 않게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직장인이 밀집한 시청역 인근의 역사적 의미를 지닌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을 시작으로 정동제일교회, 경동교회, 남대문교회 등으로 공연 장소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부터 KDB산업은행이 협찬하고 있다.
올해는 총 6회 열렸다. 2016년 첫해 4회를 시작으로 매해 2회~4회로 이어온 퇴근길콘서트는 2023년부터 공연 횟수를 6회로 확대하고 역사적·상징적 의미가 있는 장소를 발굴해 공연장소도 늘려가고 있다.
다만, 향후 발전적 지향을 위해 좀 더 횟수를 늘림과 동시에 출연진의 레벨 업과 지정석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역대 퇴근길 토크 콘서트 현황
연 도 |
일 자 |
장 소 |
주 제 |
진행 |
2016년 (4회) |
5.11(수) |
정동극장 야외마당 |
주제 없음 |
서울시향 경영본부장 |
8.2.(화) |
서울시립미술관 1층 로비 |
주제 없음 (전시관련) |
김진근 악보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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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화) |
정동극장 야외마당 |
주제 없음 (소품곡 위주) |
김보람 악보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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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수)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
주제 없음 (현대 음악) |
김보람 악보위원, 최해성 단원(1st 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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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회) |
7.18(화)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음악과 건축의 동행 |
조은아 교수, 황두진(황두진 건축사무소) |
12.28(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음악과 건축의 동행 |
조은아 교수, 황두진(황두진 건축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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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회) |
2.27.(화)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음악과 스포츠, 대단히 쾌활하게 |
정윤수(스포츠 칼럼니스트) |
5.18(금)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애도 |
정윤수(스포츠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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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화)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한여름 밤의 꿈 |
정윤수(스포츠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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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화)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활기차게 하지만 지나침 없이, 약간 은 엄숙하게 |
정윤수(스포츠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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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회) |
1.31(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오선지에 담은 우주 |
조은아 교수, 김성수(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
5.9.(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숲과 나무악기 |
조은아 교수, 이유미(국립수목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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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건축과 음악 도시를 걷다 |
조은아 교수, 황두진(황두진 건축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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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송구영신 |
이희상(성악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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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회) |
2.6.(목), 취소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베토벤 시민 청중의 탄생 |
조은아 교수, 하상응(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6.25(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신화, 음악의 날개를 달다 |
조은아 교수, 김헌(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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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화)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세레나데 |
조은아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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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금)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바로크와의 만남 |
조은아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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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회) |
5.21.(금), 취소 |
덕수궁 함녕전 앞뜰 |
음악과 문학, 이렇게 봄의 손을 잡고 |
조은아 교수, 이문재(시인) |
11.11.(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음악과 청년, 청춘에 귀기울이다 |
조은아 교수, 임홍택(90년생이 온다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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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수)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송년 |
조은아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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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회) |
3.24.(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시와 음악, 새봄을 만나다 |
조은아 교수, 이문재(시인) |
6.30.(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여름스케치 |
조은아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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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목)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동물, 음악의 숲을 노닐다 |
조은아 교수, 박종무(수의사) |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
늦은 밤 현대음악의 매력_<2024 SAC Night Concert>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_공연이 끝나 극장이 문을 닫을 즈음, 늦은 밤 9시에 시작하는 현대음악 콘서트는 어떤 관객이 찾을까? 예술의전당은 늦은 밤 현대음악의 생소한 선율로 무한한 상상력을 이끄는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 번 열었다.(7.4/ 11.7)
현대음악 감상의 몰입도가 높은 리사이틀홀에서 관객들을 만나, 보다 집중도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의 대표적 현대음악 시리즈인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는 1시간 동안 입체적인 현대음악의 매력을 심도 있게 소개한다. 지휘자 최수열이 이끄는 KCO모더니즘(음악감독 김민)의 연주와 함께 매회 새로운 아티스트와 함께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지난 11월 7일, 무대는 잘 짜여진 정교한 구성, 최수열이라는 젊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지휘자의 반짝이는 선곡, 세련된 연주자들,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이라는 작은 공간에서의 친밀성이 온전히 몰입된 현대음악의 음향적 사운드로 귀를 즐겁게 했다. 이에 더해 각 선곡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새롭게 조망되는 음악적 지식과 함께 우리의 음악적 사유를 한층 넓고 깊게 했다.
천년을 넘어 이어오는 서양음악사에서 인간 사유의 창의성이라는 시공간의 확인이야말로 20세기 이후 음악을 새롭게 조망하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며 음악의 모더니즘은 시작된다. 현대음악을 규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음고(pitch)가 아닌, 음색(音色, timbre)을 강조하는 경향이다. 조화로운 배열음과 음향학적 특성으로 음고와 악음 중심의 서양 고전음악의 한편에 음색 선율과 보다 더 악기간의 균형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현대음악은 새롭고 매혹적이다.
이탈리아 현대음악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1925-2003)의 '더블베이스를 위한 독주곡' 2분짜리 짧은 연주곡 <싸이>로 시작해 괴짜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굴다(1930-2000)의 첼로 협주곡(심준호)과 특히 마지막 곡으로 이색적인 루이 안드리센(1939-2021)의 <워커스 유니온 Worker's Union>, 그리고 추가로 연주된 바흐의 무반추 첼로협주곡으로, 전체 프로그램 구성이 1시간이라는 길지 않은 공연시간임에도 긴밀한 짜임으로, 연결된 하나의 드라마틱한 음악 공연(Concert)으로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곡의 제목이 '노동조합' 즉, 노조라는 '워커스 유니온'은 네덜란드의 명가 출신인데도 마르크스주의자 였던 작곡가의 급진적인 음악실험의 실현인듯했다. 기획한 최수열 지휘자가 '시위 현장을 생각했다"고 말했듯, 무대는 시위하듯 북소리에 맞춰 객석으로부터 등장하는 연주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연주하는 퍼포먼스로 경쾌한 도발과 연주형식의 자유로움으로 재즈의 즉흥성(improvisation)의 흥미를 자아냈다.
지휘자는 "음고(음높이)가 아닌, 리듬, 다이내믹, 강세, 어떠한 악기 편성으로도 가능한 연주의 다양함"을 시도해 잘 나타냈다.
특히, 마지막의 앙코르 같은 바흐의 첼로곡으로 처음과 끝이 이어지며 고전이 될 현대음악으로서 다이내믹한 리듬감과 더불어 고유의 독창성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예술의전당 '나이트 콘서트' 는 지금까지 4회째 공연을 마쳤다. 1년에 2회, 11월 7일, 올해 마지막 콘서트였다.
예술의전당 <현대음악시리즈>는 동시대 주요 작곡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며 동시대의 클래식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흔치않은 현대음악 프로젝트다. 새롭고 신선한 좋은 프로그램이 지속됨과 함께 좀 더 많은 횟수로 늘어나 자주 만나길 기대한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