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춘천세계인형극제 화제작 <곰 사냥(Bear Hu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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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에서는 제25회 유니마총회와 춘천세계인형극제가 열렸다. 국내외 많은 인형극 작품이 무대 위에 올랐고, 관객들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이런 작품들 가운데 화제를 모은 공연이 있어서 살피고자 한다. 바로 선욱현이 출연하고 연출한 1인 공연 <곰 사냥>이다.
이 작품은 2025년 5월 31일 춘천인형극장 야외무대 가운데 하나인 솔밭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솔밭극장은 춘천인형극장 대극장 옆에 있는 춘천인형극박물관 뒤쪽에 있다.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면, 의암호 절경이 20m 거리에 펼쳐져 있어서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이 상쾌해진다. 이런 훌륭한 공간에서 날씨까지 화창한 날에 국내외 많은 관객이 모여서 <곰 사냥>을 관람했다. 그래서 선욱현 배우는 한국어와 영어로 대사를 전달하면서 연기하였다.
관객들은 춘천인형극장 야외무대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이 모였지만, 특히 이 작품을 많은 외국인과 국내 관객이 주목한 까닭은 선욱현 배우가 작년까지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을 하면서 6년 동안 행정가로서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극작가와 배우, 연출 등으로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막중한 역할을 맡아서 인형극계에서 가장 큰 국제 행사인 이번 축제를 준비하기 위한 행정적인 기반을 튼튼하게 다졌다. 그리고 국내외 우수한 작품들을 초청하기 위해 좋은 인형극이 있다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이런 과정에서 인형극 배우와 스태프, 행정가 등 인형극 관계자들을 수없이 만났고, 춘천세계인형극제에 참가한 훌륭한 인형극 작품들을 선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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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공연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주인공은 ‘곰’이고, 곰을 사냥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1인극이기 때문에 배우 선욱현은 이 두 역할과 함께 배우 선욱현이라는 화자로도 등장하여 곰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곰을 연기하면서 다층적으로 서사를 전달한다. 배우의 할아버지가 곰 사냥꾼이셨는데, 사냥하러 가실 때 총이나 창 대신 밧줄을 가지고 가셨다. 곰이 지나가는 길에 밧줄로 커다란 바위를 매달아 놓으면 곰 사냥 준비는 끝이었다. 그 바위 곁을 지나치던 곰이 바위에 슬쩍 부딪치면 그 바위에서 떨어져서 지나가면 될 텐데, 곰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곰의 이런 습성을 알고 계셨기에, 무겁고 단단한 바위를 매달아 놓았다. 곰은 바위를 피하지 않고, 자기 머리로 바위를 부딪치며 ‘쿵쿵’ 공격한다. 곰은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다가 머리를 다쳐서 결국 죽게 된다.
인형극 <곰 사냥>의 첫 번째 특징은 ‘곰 사냥’이란 이야기와 ‘선욱현’ 배우의 삶이 만나서 서로 융합한 후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였다는 점이다. 곰 사냥 이야기에 등장하는 곰은 선욱현의 인생을 은유하고 있다. 즉, 곰은 쉽고 이익이 되는 길을 버리고 목숨을 버려야 하는 길을 선택하는데, 선욱현 배우의 삶이 그러했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편한 삶을 선택하는 대신, 고집을 두고 뚝심 있게 살아왔는데, 공연의 내용과 겹친다. 오랜 세월 극작이나 연기, 연출을 하면서 연극의 발전을 위해 살아오다가, 최근 인형극의 발전을 위해 행정가로 변신하여 고생을 많이 하였는데, 이런 그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이 공연에 담겨있었다. 국내외 관객들은 이런 상징적 의미를 파악하였기에 관람하면서 등장인물에 큰 소리를 지르고, 탄식하면서 더 큰 호응을 보여주었다. “그만해!, 머리 아파, 하지 마!, 안돼!, 피해가!, 아니야!” 이런 외침에는 곰을 아끼는 관객들의 감정이 담겨있었고, 곰처럼 살았던 사람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인형극 <곰 사냥>의 두 번째 특징은 인형극에 등장하는 곰 인형의 유형이 다양하다는 데 있었다. 먼저, 문자로 된 곰 인형이 있었다. 악사가 손에 들어서 관객에게 보여준 흰 종이에 ‘문’이라고 쓴 글씨가 그것이다. 이것을 180도 회전해서 보면 ‘곰’이 되는데, 인형으로만 보여주지 않고 고정관념을 전복함으로써 관객에게 웃음을 주었다. 둘째, 관객 역할을 하는 곰 인형이 있었다. 사라진 곰을 찾는 과정에서 작은 곰 인형이 등장하는데, 배우는 그 곰 인형의 이름을 ‘용민’이라고 불렀다. 춘천인형극제 사무국장님의 이름을 빌림으로써 또 웃음을 유발하였다. 그리고 이 인형은 공연에 등장하는 게 아니라 공연을 관람하는 곰이라고 하여 또 한 번 폭소를 자아냈다. 셋째,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로서의 곰 인형이 있었다. 이 미니 곰 인형은 테이블 인형극의 주인공이고, 극단 별 B612의 대표인 인정아 님이 제작한 인형이었다. 인형극에서는 대부분 이런 유형의 인형이 등장한다. 넷째, 의상디자이너 박현주 님이 제작한 곰 인형으로 보디 퍼펫이 있었다. 배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착용하는 곰 복장이 그것이다. 곰 사냥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그 서사를 전달하는 인물이나 방식이 다층적이었고, 이를 보여주는 인형의 유형도 풍부하여 볼거리가 많았다. 결국, 인형극 <곰 사냥>에서는 작은 곰 인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테이블 인형극과 배우가 의상을 착용하고 연기하는 보디 퍼펫 인형극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형의 인형들을 활용함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인형극 <곰 사냥>의 세 번째 특징은 인형극 배우의 기본 콘셉트가 어릿광대라는 점이다. 관객들이 인형극 공연을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려는 공연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관객들이 그 캐릭터를 보면서, 찰리 채플린이나 마르셀 마르소와 같은 유명한 배우들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얼굴 분장과 의상이 확연히 달라서 기존의 어릿광대와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어릿광대 유형이었다. 이런 설정으로 외국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면, 외국인들이 더 친근하게 여기면서 마음을 열고 관람할 것 같았다.
어떤 인형극 공연 중에는 서사를 지나치게 생략하거나 불필요하게 난해하게 해석하여 보여주느라, 공연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흐릿해진 작품이 있다. 그런데 인형극 <곰 사냥>은 그런 작품과는 결이 아주 다른 공연이었다. 관객과 함께하려는 이야기를 명료하게 정리하였고, 이를 반복하거나 심화하여 다채롭게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이 작품은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충분히 인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실험하고 연구하여 더 단단한 작품으로 완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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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