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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피아니스트 신수정_ "음악 앞에 겸허할 때, 비로소 울림이 시작됩니다"

기사승인 2025.06.19  18: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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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풀 마스터즈> 서초문화재단 창립 10주년 특별 콘서트

피아니스트 신수정

 

 

초여름, 6월 서초 반포아트홀에서 열리는 특별한 무대 <서리풀 마스터즈>는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음악이라는 거대한 유산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시도다. 이번 무대의 중심에 선 피아니스트 신수정은 클래식 음악계의 오랜 중추이자, 연주자이자 교육자, 그리고 무대 위의 구도자로서 꾸준한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와의 이번 무대는 호흡이 잘 맞는 두 예술 거장의 음악적 호응으로 주목받는다. 정규 콘서트와 달리 거장에 대한 프리 토크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그에게 ‘거장’이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오랜 음악 인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베토벤 앞에서는 누구나 겸허해집니다”

<서리풀 마스터즈>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예사롭지 않다. ‘거장’이라는 말이 주는 울림에 대해 묻자, 피아니스트 신수정은 단호하면서도 겸허한 어조로 말한다.

“저에게 ‘거장’이라는 단어는 곧 베토벤입니다.

‘거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단연 작곡가 베토벤입니다. 그 이름 앞에서는 누구든 한없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거장’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어떤 압도적인 존재감과 무게를 품고 있어서, 그 아래에서는 스스로가 한없이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신수정의 음악적 정체성에도 깊은 흔적을 남긴 베토벤. 이번 무대 역시 그의 음악과 정신이 중심에 있다.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와의 ‘운명 같은’ 인연

이번 무대는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한다. 두 사람의 호흡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 인연은 지난 2023년 백남상 시상식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시상식 연주를 준비하며 문득 김응수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어렵게 부탁드려 크로이처 소나타를 함께 연주하게 되었죠. 리허설에서 저는 단숨에 느꼈습니다. ‘이분은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진정한 거장이구나.’”

공통의 음악적 뿌리인 ‘비엔나’도 두 사람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이후 <비엔나 프로젝트>, <아름다운 오월에>, 파주 헤이리 콘서트 등 다수의 무대를 함께하며 ‘말이 필요 없는’ 호흡을 증명해왔다.

 

Q.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와는 작년 예술의전당 <비엔나 프로젝트>에서도 함께 했는데, 호흡이 잘 맞아서 일까요? 혹,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가요?

 

_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김응수 선생님과는 제가 2023년 9월 백남상을 받게 되면서 김응수 선생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백남상을 받게 되면서 시상식에서 연주를 해야했는데, 김응수 선생님이 떠올라서 어렵게 부탁을 드렸고, 베토벤 크로이처 소나타를 같이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시상식 전에 리허설을 하는데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며, 우리들의 뿌리가 ‘비엔나’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본 시간은 짧았지만 더 가깝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의 리허설 및 연주는 말을 많이 할 필요할 없이 잘 맞았습니다.

그 계기로 2024년 6월 예술의전당에서 함께 <비엔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Duo 연주를 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김응수 선생님의 능력과 실럭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굉장한 경이로움과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재미있었던 일은, 작년, 7월 예술원 행사로 인하여 런던에 갈 일이 있었는데, 김응수 선생님께서도 런던에 연주가 있으셔서 런던에서 만나 예술원 오프닝에서 함께 크로이처를 연주를 하였고, 매년 모차르트홀에서 진행되는 <아름다운 오월에> 연주에서 함께 베토벤 스프링 소나타(5번)을 함께 연주하고, 10월엔 파주 헤이리에서 함께 베토벤 1, 10, 5번을 함께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음악적으로 잘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2023년 7월 예술원 행사로 런던을 방문했을 때, 마침 김응수 선생님께서도 런던에 연주 일정이 있으셔서 현지에서 다시 만나 예술원 오프닝 행사에서 크로이처 소나타를 함께 연주했던 일입니다. 10월에는 파주 헤이리에서 베토벤 소나타 1번, 5번, 10번을 함께 무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음악적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통하는 관계라 생각하며, 연주를 함께 할 때마다 깊은 신뢰와 울림을 느끼고 있습니다.

 

작지만 깊은 울림, 베토벤과 슈베르트

이번 무대의 주요 레퍼토리는 베토벤 소나타 7번과 슈베르트의 소나타다. 슈베르트 곡의 내면적 아름다움, 그리고 베토벤의 강력한 서사와 서정이 균형을 이룬다.

“베토벤 소나타 7번은 크로이처(9번)에 견줄 만큼 큰 규모의 난곡입니다. 특히 2악장은 연주할 때마다 벅찬 감동이 밀려옵니다. 이 작품들을 통해 베토벤이 인류에게 남긴 유산에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됩니다.”

 

Q. 이번 무대에서 연주곡으로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바이올린-피아노 소나타’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

 슈베르트의 곡은 아주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은 정말 깊고 섬세합니다. 작년 <비엔나 프로젝트>에서도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관객분들게 이 아름다운 곡을 다시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메인은 베토벤 소나타 7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0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9번인 크로이처와 견줄 수 있는 대곡이고 난곡입니다. 특히 2악장은 너무나 아름다운 곡이기도 합니다.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베토벤이 인류와 우리 모두에게 남겨준 위대한 음악적 유산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김응수 선생님과 저는 2년 후인, 2027년에 베토벤 서거 200주년 기념하여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으며, 꼭 그 무대를 함께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평생 피아노와 함께 해오신 지금, 선생님께 음악은 어떤 존재인가요? 세월이 지나면서 혹 변화한 생각이 있으신지?

 음악과 함께 살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제게 늘 축복이자 감사의 이유입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음악을 더 깊이 섬겼어야 하는 아쉬움도 함께 남습니다.

 

 

Q. 연주자로서 자신의 해석과 작곡가의 의도를 조화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지점은 무엇인지요?

우리들은(연주자) 작곡자의 작품을 세상에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작곡자의 의도에 충실해야하며, 이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 원전악보(Urtext)를 중요하게 생각해야합니다. 또한, 연주자의 감성과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을 청중에게 온전히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는 작곡자보다 절대로 앞설 수는 없으며, 늘 겸허한 자세로 음악 앞에 서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Q.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하거나 레퍼토리를 선택할 때 선생님만의 기준이나 원칙이 있으신가요?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새로운 시도나 모험에 마음을 쏟기보다는, 이제는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곡을, 마음이 잘 맞는 연주자와 함께 나누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기네스북에 오를지도 모를, 매년 모차르트홀에서 박흥우 선생님과 함께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시인의 사랑’과 ‘겨울 나그네’ 연주는 저에게는 단순한 무대를 넘어선, 그 자체로 크고 깊은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Q. 연주자이면서 특히 교육자로서 역할이 크신 걸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수십 년간 후학을 양성해오셨는데, 지금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덕목이나 조언이 있다면요?

인류가 진화해온 것처럼, 요즘 젊은 연주자들의 실력은 우리가 젊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한국 클래식, 이른바 K-Classic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민족 특유의 끼와 감성, 부모님의 열성적인 지원, 그리고 좋은 선생님들과 훌륭한 교육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자라난 젊은 연주자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결국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Q. 시대에 따라 음악 교육의 방식과 환경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께서 변함없이 지키고 계신 교육적 신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연주자로서 음악을 대할 때, 늘 청중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지만, 그 의식을 넘어 정말 순수하게, 내가 음악에서 느끼는 사랑과 감정이 진정성 있게 전해진다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관객에게도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음악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속에서 나 자신이 진심으로 드러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울림이 생긴다고 느낍니다.

요즘 무대를 보다 보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과도하게 드라마틱한 몸짓이나 표정으로 음악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종종 보이는데, 이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연주자에게 감정적으로 큰 울림을 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표현은 당연하고 아름답지만, 그 감정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과장된 몸짓이나 표정이 더해질 경우, 오히려 음악의 본질을 흐릴 수 있고, 청중에게는 왜곡된 인상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음악도 최후엔 국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한국 음악계가 앞으로 더 성장하고 국제무대에서 자리를 굳히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최근 한국 클래식음악계가 상당한 발전을 했고, 특히 진-찬 등의 효과로 엄청난 붐업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빈인빈 부익부의 쏠림 현상이 크고, 편차가 심해서 심한 불균형인 우려가 있습니다...)

음악이 곧 국력이라는 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재능 역시, 이제는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제 콩쿠르 무대마다 한국 연주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이 이제는 낯설지 않을 만큼, 많은 이들이 탁월한 실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어쩌면 그 성취에 대한 엷은 시샘과 보이지 않는 제동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산 위에 놓인 등불은 결국 빛나기 마련이고, 진정한 노력과 성실함, 그리고 음악에 대한 사랑과 재능은 어느 무대에서든 결국 그 자체로 빛을 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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