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TH. Critics’ Choice Dance Festival_김정훈의 <눈물의 무게>
김정훈, <눈물의 무게> ⓒ옥상훈 |
안무가 김정훈을 만난 것은 2018년 그가 안무한 <새빨간 거짓말>로 ‘대한민국무용대상’에 참가하게 되면서부터이다.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조남규 이사장님의 취임 후 침체·위기였던 한국무용계의 활력과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와 모든 지역을 아우르며, 무용의 저변 확대를 위해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기존 방식을 과감하게 탈바꿈시켰다.
2018년 당시 <새빨간 거짓말>은 이미지 형상화를 통한 표현의 강화와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강조하는 전달 방식이라는 점에서 일반 관객들에게도 작가의 의도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었지만, 주된 동작 계발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2019년 동일 작품이지만 새로운 버전으로 참가한 김정훈의 <새빨간 거짓말>은 더 세련되고, 밀도 있는 구성뿐만 아니라 동작도 더 과감해졌다. 마치 2018년 결선에 오르지 못한 설욕을 하려는 듯 자신의 열정을 오롯이 쏟아부어 결선 2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 서른이 되기 전에 이룬 큰 성과였다.
젊은 나이에 큰 성과를 이룬 안무가 김정훈이 더욱더 발전할 것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한 점 의구심이 없다. 다만 잦은 공연과 다작으로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총량의 법칙'으로 인해 너무 이른 나이에 기성 무용가들처럼 안주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던 중에 댄스포럼이 주최하는 2020년, 제23회 '크리스틱 초이스'에서 김정훈이 안무한 <눈물의 무게>를 만나게 되었다.
‘크리스틱 초이스’는 2018년 무용 축제로는 드물게 ‘대한민국무용대상’과 함께 한국문화예술위 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축제로 신진 안무가의 가장 권위 있는 등용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크리스틱 초이스’를 기다리는 일은 늘 새로울 뿐만 아니라 열정으로 충만한 신진 안무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으므로 매번 기대되고 설레인다.
김정훈은 지난해, 제22회 ‘크리스틱 초이스’에서 작품 <칸>으로 우수안무가로 선정되어 제23회 ‘크리스틱 초이스’에 초청된 안무가이다. 이번에 공연된 <눈물의 무게>는 존재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폭은 좁히고, 깊이를 더해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의 무게로 환산하려 하였다. 늑대와 여우의 탈을 쓴 남녀 무용수를 사이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쫓고 쫓기는 군상의 이합집산이 긴장과 공포, 불안을 내재하고 있지만, 밀도 있는 동작과 은유적인 표현방식으로 지루하거나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집요하고, 참신하며, 극적이었다.
인간은 참을 수 없는 욕망으로 자신이 정한 기준에 가까이 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저마다 흘리는 눈물 또한 다양한 의미와 정서를 내포하며, 서로 다른 중량감으로 표출되기에 이른다. 저마다 처한 환경 속에서 각자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살아왔으므로 동일 사건에도 다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삶의 방식이 가치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당신이 흘렸던 눈물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김정훈의 작품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밀도 있는 동작과 구성뿐만 아니라 무대 메커니즘을 적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안정적인 전개 방식에 속에서도 거침없고 과감한 이미지 차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마치 어른을 대상으로 한 동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기분이 든다.
김종덕(세종대학교 창의소프트학부 초빙교수)
사진 제공 ⓒ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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