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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콘서트’ 라는 이름에 아쉬움 남긴 ‘소극장오페라축제 갈라콘서트’

기사승인 2022.03.30  19: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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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리지 않는 한국말 가사, 대중화와 저변확대 될 수 있을까? .....

 

이해 힘든 우리말 가사, 소극장공연 핵심인 연기 보강 필요

장기자랑식 노래잔치 아닌, 완성된 무대 살렸어야….

 

<2022 소극장오페라축제>의 부대행사 성격을 지닌 ‘갈라콘서트’가 3월 29일 (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개최됐다. 행사성 공연물과 교육공연, 그리고 음악축제 등 다수의 축제와 공연을 만들어왔지만 오페라 갈라콘서트는 오랜만에 찾게 된 터였다. 이번 갈라콘서트 에는 한국 현대작품과 유럽의 고전, 낭만주의 작품 등 다양하게 선보였는데, 대다수 공연물은 우리말로 노래했고, 원어로 노래한 공연은 자막처리를 했다. 이번 축제의 의도가 우리말로 노래하여 대중과 더 가까워지는 소극장 오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하니, 이런 시도가 이해불가는 아님에도, 과연 오페라의 비(非) 확장성이 비단 언어만의 문제였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공연을 관람했다.

 

유럽에서 공부하고 유랑극단식 오페라 프로젝트에 몸담고 다닐 때부터 ‘소극장오페라’ 야말로 가장 대중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는 공연이라는 믿음을 가졌었다. 지금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위상보다 어쩌면 많이 낙후된듯한 오페라계의 현실 속에서, 소극장오페라를 축제 형태로나마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모습은 의미 있는 실천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적은 예산과 제한된 공연장 인프라 속에서 여러 오페라 관계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참여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부분도 많은 프로젝트이고, 올해는 특히 예술의전당이 후원하는 소극장오페라축제라는 것에 대해 오페라인들의 긍정적인 관심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들리지 않는 한국말 가사, 대중화와 저변확대 될 수 있을까? .....

 

 

‘소극장오페라축제 갈라콘서트’에는 약 50:50으로 기존 성악가와 신예 성악가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각 출연자들은 각자 열심히 노래하고 연기했는데, 제작에 참여한 여러 관계자의 의도에는 못 미치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콘서트라는 공연물의 특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길고 지루한 공연으로 흥미를 잃게 했다는 것이다. 콘서트가 하나의 독립된 공연물이라는 틀에서 기획되거나 구성되었다고 보기에는 연출의 컨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출품되는 하나하나의 공연 단체들이 내세운 대표적 장면만 주르륵 나열해 놓은듯하다. 이미 하나의 공연물로써 생명은 잃어버린, ‘ooo의 밤’ 이나 각 팀의 장기자랑 같은 공연물이 된 느낌이었다.

 

콘서트라는 공연 장르는 오페라나 뮤지컬, 연극 등과는 전혀 다른 개념에서 다루어야 할 장르이다. 이미 시나리오와 음악이 정해져 있고, 상황이 만들어진 작품을 올리는 작업방식과는 달리 콘서트는 처음부터 어떤 목적성을 설정하고 출연진을 배치하고 곡목을 선정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쓰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며, 다른 공연 장르와는 전혀 다른 기술력과 감성과 연출과 구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공연예술에 몸담은 많은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만든 단편적 공연들을 주욱…. 나열해 놓고 관객들에게 즐거워하라고 강요하는것 같다. 콘서트는 마치 백화점 명품매장을 운영하는 개념과 비슷하다. 소비자가 어떤 동선으로 어디에서 더 머물게 할 것이며 가장 눈에 잘 띠는 곳에는 어떤 브랜드를 진열할 것인가? 그리고, 어디서 어떤 상품에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인가..

매장 내에 흐르는 음악의 크기와 속도까지… 심지어 각 매장에서 풍겨지는 향기까지 고려해 운영한다. 이렇게나 치열하게 계산해서 디스플레이하고 여러번 시뮬레이션까지 해야만 하는 그 일이 콘서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그만큼 치밀한 전개와 시간에 대한 철저한 배분이 있어야 청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좋은 곡, 좋은 연주자들을 매대 위에 그냥 마구 올려놓고 “들을 사람은 듣는다.” 라는 전개방식은 콘서트라는 장르를 문학의 밤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지루함의 원인이 되는것이다. 콘서트는 어쩌면 오페라나 뮤지컬보다도 더 창의적이고 시니컬한 전개와 연출력이 필요한 공연예술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잘 짜여진 한편의 드라마 같은 클래식 콘서트를 만나는 일은,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만나는 특별한 비일상적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참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는, 몇몇 중견 성악가들이 소극장오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정쩡한 연기와 부정확한 우리말의 표현을 들으면서, 이럴 거면 왜 굳이 한국말로 오페라를 하는가 에 대한 의구심이 떨쳐 지지 않았다.

또한, 한국 오페라계는 언제까지 전문화되지 못한 공연장 하드웨어의 현실 속에서 음향장비를 거부한 채 어쿠스틱 발성에만 집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들리지 않는 발음과 소리로 대체 무슨 대중화와 저변확대를 논할 수 있을까…. 라는 딜레마는 우리 오페라계가 떠안아야 할 당면 과제가 아닐까 싶다. (현재 음향장비와 운영기술력의 발전은 단순히 소리의 확성 개념을 넘어서 있다.)

 

20회째 맞는 소극장오페라축제가 지속성의 의의와 가치를 살려 발전적으로 이어져 나가길 희망한다. 대중예술과는 달리 순수예술, 특히 오페라와 같이 특수집단의 취향만 고려한 예술 장르라는 오해까지 받아야 하는 분야에서 엄청난 흥행이나 확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한민국 순수(기초)예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BTS도 영화 <기생충>도, <오징어게임>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한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 부문에서 기초소재 과학이 얼마니 든든한가에 좌우되듯, 그만큼 순수예술은 한 나라 대중예술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다. 예산의 한계와 인적 인프라의 빈약함 속에서 이런 ‘소극장오페라축제’와 같은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그저 행사를 개최해야 한다는 데 매달려 축제의 내용과 프로그램의 진행에 대한 디테일이 많이 간과된듯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그런 이유로 이번 갈라 콘서트는 공연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후 계속 이어질 본 공연인 오페라 무대에서는 더욱 잘 정돈된 축제가 되어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김현동 (축제, 공연 제작자)

김현동 축제, 공연 제작자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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