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극과 인형극을 결합한 무대
한국 사회(서울)의 욕망을 고발하며 페르소나에 갇혀 있는 인간의 욕망와 그 욕망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연극 <서울빠뺑자매>가 은 11월 18일(금)부터 11월 27일(일)까지 대학로 씨어터 조이에서 공연한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는 창작집단 상상두목(대표 최치언)이 기념공연으로 장 주네 <하녀들>의 모티브가 된 ‘하녀 파팽 자매 사건’을 정극과 인형극을 결합해 구조화한 <서울빠뺑자매>(작/연출 최치언)(2022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를 무대에 올린다.
연극 <서울빠뺑자매>는 ‘빠뺑 자매’를 통해 욕망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방향성을 엿보고자 한다.
극은 최치언 작가 특유의 구조주의가 돋보이는 작품이자 장 주네의 <하녀들>에 익숙한 관객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한편, 오프라인 공연과는 별도의 프로젝트로 다양한 각도의 CCTV를 무대 위에 설치하여 멀티뷰 시점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서울빠뺑자매 온 미디어> 또한 11.26(토)-27(일) 온라인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다.
11.18-11.27 대학로 씨어터조이
최치언 창작집단 상상두목 대표/시인/소설가/극작가/연출가
[작/연출] <굴뚝에서는 열흘 전부터 연기가 나고 있다>, <다른 여름>,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최서림, 야화순례기행전>, <담살이 의병장 안규홍>, <꽃과 건달과 피자와 사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외 다수
[작] <귀하신 손님>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숲속의 잠자는 옥희> <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 <미친극> <언니들> <오늘 손님 오신다> <사랑해줘, 제발>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너 때문에 산다> <연두식 사망사건> <코리아, 환타지> 외 다수
[재창작] 창극 <산불> <하녀 빠뺑자매> <죽음의 집> 외 [수상]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3년 우진문화재단 새전북신문 장막희곡 당선 _ 2021년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희곡상 수상 <다른 여름> 2020년 대한민국연극제 in 세종 본선 금상 수상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2020년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대상 및 연출상 수상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2017년 밀양공연여름예술축제 젊은연출가전 작품상 수상 <꽃과 건달과 피자와 사자> 2015년 공연과 이론 작품상 수상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2014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 및 작품상 수상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2011년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 <미친극> 2009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희곡상 <언니들> _ 2012년 전주영상위원회 시나리오 우수상 2012 olleh 스마트폰영화제 본선 진출작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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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녀들>에서 ‘서울'을 엿보다
20세기 새로운 악의 가치를 제시했던 작가 장 주네. 그가 집필한 <하녀들>의 근간이 된 ‘하녀 파팽 자매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서울빠뺑자매>가 오는 11월 무대에 오른다. ‘장 주네는 어떻게 <하녀들>을 집필하게 되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2016년 <하녀빠뺑자매>(작/최치언, 연출/고 김학수)로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후 초연과는 다른 인물과 구조, 이야기 전개로 재창작에 가까운 새로운 작품 <서울빠뺑자매>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서울빠뺑자매>는 당시 프랑스에 큰 충격을 안겨준 ‘하녀 파팽 자매 사건’과 장 주네의 <하녀들>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서울’의 모습을 정극과 인형극이 결합된 형태로 무대에서 구현한다. 역할극과 극중극 구조 속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욕망은 급작스럽게 성장한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것과 닮아 있으며 이는 극이 진행될수록 심화된다. 벗어날 수 없는 숙명처럼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빠뺑 자매’는 <서울빠뺑자매>를 통해 하나의 상징으로 거듭난다.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10주년 기념공연으로 진행되는 <서울빠뺑자매>는 감시와 해방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타인의 눈으로부터 진정한 해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서 치밀하게 짜여진 구조와 대사들, 연극적 문법을 통해 연극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외국어 표기에 따르면 papin은 ‘파팽’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으나 원어 발음상 ‘빠뺑’에 가까우며 본 작품에서는 ‘빠뺑’으로 표기한다.
프랑스를 뒤흔든 작가 장 주네와 ‘하녀 파팽 자매 사건’
1910년 12월 19일에 사생아로 태어난 장 주네는 부모로부터 유기되어 빈민구제시설에 보호를 받다 입양되어 자란다. 젊은 시절 절도, 무임승차, 부랑 등의 죄로 감화원을 전전하며 수감생활을 한 그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글에 크게 감명을 받은 샤르트르, 보부아르, 콕토 등에 지지로 작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그의 경험을 녹아낸 그의 작품은 악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며 전위작가로서 악의 미학이 돋보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대표적인 그의 작품으로는 희곡 <하녀들>(1947), <발코니>(1956), <검둥이들>(1958) 등이 있다.
이런 장 주네가 주목했던 ‘하녀 파팽 자매 사건’은 당대 프랑스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사건으로 장 주네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하녀가 마담을 살해한 전대미문의 사건은 살해동기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정신적인 결함이 발견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더 큰 혼란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예술가들을 매혹시키며 파팽 자매 사건을 모티브로 수많은 텍스트들이 탄생하였으며, 장 주네의 <하녀들>은 그 중에서도 억압된 사회의 하층민들의 모습과 억눌린 욕망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일컬어진다.
90분 동안 펼쳐지는 한 편의 시
이번 <서울빠뺑자매>에서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최치언은 시, 소설, 희곡 모든 문학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상상력과 구조주의 극작술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핸드볼 선수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기의 고통과 외로움, 공포를 표현한 연극 <다른 여름>으로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며 ‘제42회 서울연극제(2021)’에서 희곡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빠뺑자매>의 시적인 대사와 호흡, 정교하게 짜여진 구조는 작가이자 시인이자 연출가인 그의 작품세계(예술가적 면모)를 잘 보여준다. 죄수들의 인형극, 빠뺑자매의 역할놀이 등 극중극 형태를 통해 드러나는 인물들의 억눌린 욕망은 시적인 대사들을 통해 심화된다. 노랫말 같은 대사와 구조 속에서 관객들은 한 편의 시를 보는 것 같은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시, 소설, 희곡, 평론을 막론하고 작품세계를 펼쳤던 장 주네의 작품들이 극 중에서 치밀하게 배치되어 공연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작품설명 및 시놉시스>
연극 <서울빠뺑자매>는 크게 두 개의 구조로 되어 있다.
- 구조-A는 인형극의 형식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죄수 435’가 교도소 안에서 자신의 페르소나인 장 주네의 인형을 만들어 역할극 놀이를 한다. 장 주네(인형)는 서울 ‘빠뺑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며, 상상 속의 ‘빠뺑자매’와 대화하며 극을 전개시킨다.
- 구조-B는, 실제 장 주네의 <하녀들>에서 모티브를 차용하여 장 주네(인형)가 상상하는 서울 ‘빠뺑자매’ 이야기다. 크리스틴과 레아빠뺑 자매는 주인이 집에 없는 틈을 타 주인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의 방에서 자신들이 훔친 주인의 속옷과 보석들을 모아 놓은 가방을 발견하게 되고, ‘빠뺑자매’는 그동안 주인이 그녀들의 도둑질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빠뺑자매’는 수치심과 두려움에 주인을 살해하기로 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구조-A(감옥)와 구조-B(상상 속 이야기)가 대치와 섞임을 통해 구조화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장 주네 인형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활용했던 죄수 435는 ‘빠뺑자매’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감옥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되어 사라진다.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