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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빌린 완벽한 ‘모차르트’

기사승인 2023.04.20  17: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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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 피셔와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아담 피셔_지휘자

아담 피셔가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선 아담 피셔의 친동생인 이반 피셔가 훨씬 많이 알려져 있으나, 아담 피셔 역시 대가의 반열에 오른 지휘자다. 아담 피셔와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다. 모차르트의 영혼과 가장 가까운 음악을 하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축제에서도 모차르트를 즐겨 연주한다. 지휘를 맡은 아담 피셔는 “단원 한 명 한 명이 마치 모차르트와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 것처럼 모차르트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각종 모차르트 음반 속에서 이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데, 마이너한 모차르트 작품들까지 책임감 있게 담당해온 이 모차르트 처리반이 예술의전당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38번, 41번 그리고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협연 레이 첸)을 준비했다. 전날 있었던 롯데콘서트홀과는 완전 다른 프로그램들이었다.

이들은 모차르트가 얼마나 대단한 작곡가인지 음악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천의무봉이라고 생각할 만큼 투명하고, 또 매듭을 찾아볼 수 없는 옷을 보는 것 같았다. 이들이 연주하는 모차르트를 듣고 있으니, 신이라는 존재가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인간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모차르트의 두 손을 빌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만큼 완벽했다.

 

마침 얼마 전에 들은 브람스와 비교가 되었다. 브람스의 작품을 듣다 보면 그 엄격한 형식과 견고함에 감탄하게 된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연주도 그랬다. 건물이 우뚝 서있고, 그 건물을 쌓아 올린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브람스의 속마음을 파악하기는 항상 어려웠다. 과연 이 사람은 이 형식 너머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나에겐 여전히 가장 친해지기 어려운 작곡가다. 반면 모차르트는 음악에 모든 감정을 숨김없이 담아두었다. 그게 순수한 기쁨일 수도 있고 슬픔일 수도 있다.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연주했기 때문에 두 공연장이 자연스럽게 비교되었다. 예술의전당보단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들의 모차르트가 훨씬 더 풍성하게 들렸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에선 빠른 패시지에서 그 특유의 리듬감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어, 여전히 인생 최고의 모차르트 경험으로 남았다. 음반에서도 전혀 경험할 수 없는 밸런스는 기본이고, 음량과 음색이 시시각각 변했다. 모든 구절마다 캐릭터가 있고, 표정이 있었다. 그리고 순간적인 다이나믹 변화에도 이미 모든 걸 예비하고 있듯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멋있었는데, 심지어 마감까지 우아했다.

 

또 오페라 지휘를 많이 해본 지휘자처럼 자연스럽게 긴장을 수축, 이완시켰는데 이것만으로도 맛깔났다. 형 만한 아우 없다더니 아담 피셔는 정말 대단한 음악을 하고 있었다. 크레셴도를 위해 앞으로 두두두두 달려가기도 하고, 음량을 조절하기 위해 몸의 높이를 높였다가 낮췄다가, 정말 온몸으로 음악을 지휘했다. 아담 피셔의 음악을 들으며 새삼 모차르트 음악의 매력을 깨달았는데, 아무리 형식의 시대였지만, 모차르트는 정말 있는 그대로 사용한 곡도 거의 없다. 작곡가의 위트라고 해야 할까. 반드시 자신의 시그니처를 남기는데, 똑똑한 사람일수록 시키는 대로 하기 싫어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리고 연주는 투명했다. 무언가가 투명하다고 할 때, 아무것도 없는 하얀 상태를 투명하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색깔이든 그게 빨강색이든 노랑색이든 모든 게 보이는 상태가 투명한 연주다.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기계 내부가 투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음악을 구성하는 톱니바퀴들이 어떻게 짜맞춰져 있는지 전부 보였다.

 

단원들의 연주력도 아주 높았다. 솔직한 생각으론 이들의 모차르트 연주에 한해서만큼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단원들에 밀리지 않았다. 앙상블의 완성도는 오히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보다 나았다. 그리고 아담 피셔의 모든 지시를 따라가려고 분투하는 단원들의 모습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아담 피셔의 모차르트에 대한 압도적인 지식과 사랑은 단원들의 마음을 사기 충분해 보였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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