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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길 위의 에드워드 호퍼' 인가?

기사승인 2023.07.27  00: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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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자화상이 된 호퍼의 그림과 쓸쓸한 음악들

햇빛 속의 여인, 에드워드 호퍼,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시대성과 공간성을 가뿐히 뛰어넘는 그의 그림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이번 전시의 부제를 ‘길 위에서’라고 지은 이유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작가의 생애 순간순간,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장소들을 되짚으며 그의 예술혼을, 발전해나가는 화풍을 따라가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

 

2020년 영국 <가디언>지는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예술가인가?”라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 기사는 고립과 단절을 피부로 느껴야 했던 동시대 사람들이 에드워드 호퍼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단서를 던져주었습니다.

 

7년 전, 대형 그룹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런칭할 때 탑스타들을 고용한 광고를 찍으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패러디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빛과 그림자가 대비되는 실내의 두 명의 인물은 각자의 상념에 잠긴 채 창밖을 바라봅니다. 인물들의 얼굴은 굳어있고 바디 랭귀지는 서로를 향해있지 않습니다. 무표정의 두 사람은 계속 다른 방향을 주시하고 있고 입술을 움직이지 않은 채 내레이션만 흘러나옵니다. ‘비록 한 집에 살지만 친밀하지 않은 두 남녀.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지는 않아도 생필품의 구매는 같이 걱정하는 사이. 생필품의 빠른 구매와 배송은 우리 회사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라는 광고 콘티가 짜여져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햇빛 속의 여인> 포토존, 인물의 포즈를 따라하며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어딘가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풍기는 음악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 전설적인 재즈 가수 사라 본의 노래

 https://youtu.be/eqbgbnpuWXA 

 

 

▶ 조지 거슈윈- 오페라 <포기와 베스> 중 <서머 타임>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장르의 수준이 뒤떨어져 있던 신생국가 미국. 20세기 초 미국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곡가 조지 거슈윈은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흑인 빈민가의 두 남녀의 꼬이고 꼬인 인생을 그린 오페라 <포기와 베스>는 미국 작가 듀보스 헤이워드의 소설 <포기>를 원작으로 삼았습니다.

<서머 타임>은 나른하고 끈적한 멜로디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아기를 토닥이며 부르는 자장가입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여름날, 삶은 평온하지. 물고기는 뛰어오르고 목화는 높이 자랐네. 오, 아빠는 부자, 엄마는 미인이란다. 그러니 쉿! 귀여운 우리 아가야 울지 마렴. 언젠가 너는 다 커서 노래하겠지. 너는 날개를 펼치고 저 하늘을 날거야. 그때까진 아무것도 널 해치지 못할 거야. 엄마 아빠가 곁에 있으니’. 

현재는 재즈 가수들의 필수 레퍼토리가 되어 유명 가수들의 감성을 비교해가며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슈베르트- <물레 잣는 그레첸>

 

      나의 평안은 저 멀리 마음은 무거워. 

              그 평안 나 다시는 찾을 길 없네. 

             그가 곁에 있지 않은 곳 내게는 무덤.

              온 세상이 전부 쓰디쓸 뿐

 

이라는 가사에서 볼 수 있듯이 그레첸은 파우스트와 불 같은 사랑에 빠졌지만 동시에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죠.

이 곡은 슈베르트가 18세에 작곡한 곡으로 이 가곡으로 인해 독일 ‘예술가곡(Lied)’ 장르가 탄생했다고 평가합니다. 예술가곡이란 시를 바탕으로 멜로디를 붙인 것으로 단순한 멜로디에 조금씩 다른 가사가 반복되는 구조를 띄고 있죠. 또 슈베르트의 예술가곡에서는 피아노 연주자의 역할이 성악가만큼 중요한데, 이 곡에서도 물레가 돌아가듯 둥글게 둥글게 반복되는 피아노 음형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레첸의 쓸쓸한 한탄 뒤로 점점 느려지며 툭 멈추는 물레를 표현한 맨 끝부분도 백미입니다.

 

 

▶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Op.3 No.2>

 https://youtu.be/qnEfzOHdOXM

 

라흐마니노프가 19세의 젊은 나이에 작곡,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주었던 곡입니다. 이 곡을 계기로 그는 젊은 거장이라고 불리며 정식으로 작곡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24곡의 전주곡 중에 가장 유명한 곡이 되어버린 이 곡은 정식 작품번호보다 ‘c# minor 전주곡’이라고 더 많이 불립니다. 그만큼 흔하지 않은 조성을 사용함으로써 c# 단조 특유의 환상적이면서도 음울한 분위기를 돋보이게 만듭니다. 다수의 화음, 13도가 넘는 음을 칠 수 있었던 그의 크고 두터운 손은 이 곡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또 음표 덩어리를 꾹꾹 눌러가며 드라마틱하게 감정을 고조시키는 곡의 구성은 라흐마니노프만이 창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수민 _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기악과 학·석사, 인디애나대 음대 연주자과정을 졸업한 이수민은 클래식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또한 기업체 강연자, 공연 해설자, 칼럼니스트, 유튜브 [클언니] 운영, EBS 생방송 뉴스에서 공연리뷰 코너 고정 패널을 1년간 맡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22년 클래식 입문서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를 출간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019239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칼럼니스트 connectart@naver.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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