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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보편적 정서로 공감하는 현대음악

기사승인 2017.04.09  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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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퍼시픽과 함께하는 아르스 노바(Ars Nova)I 실내악 콘서트 

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를 기리며

 

지난달 24일(금)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재)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 브랜드 공연인 “아르스 노바(Ars Nova)” 실내악 콘서트가 있었다. 2006년 시작 이후 11년 동안 총 44회 무대를 올려온 아르스 노바는 동시대 음악의 경향을 소개하는 것과 아울러 국내 클래식 레퍼토리 확장에 기여해온 시리즈다.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 진은숙이 직접 기획에 참여한다. 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파스칼 로페(Pascal Rophé)이 지휘한 이 날 공연은 특별히 작년에 타계한 프랑스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 1926~2016)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윤이상(1917~1995)을 기리는 주제로 기획되었다.

 

 

윤이상을 비롯해 주로 불레즈와 연관된 프로그램

 

전반부에 불레즈의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노타시옹>(Douze Notations pour Piano, 1945) 원곡을 피아니스트 석유경이 연주하고 이어서 독일의 작곡가 요하네스 쇨호른(Johannes Schöllhorn)이 앙상블 곡으로 편곡한 버전(2011)을 들려주었다.

또 특별히 쇨호른이 불레즈의 12개의 노타이옹에서 한마디씩 가져와 만든 13번째 노타시옹인 <제13곡>(La Trèizieme for Ensemble, 2011)이 연주되었으며, 후반부에는 윤이상의<협주적 단장>(Pièce Concertante, 1976)를 비롯해 불레즈가 지휘자로서 성공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던 소프라노와 앙상블을 위한 두 작품인 스트라빈스키의 <세 개의 일본 가곡>(Trois Poésies de la Lyrique Japonaise, 1912)과 라벨의 <스테판 말라르메의 세 개의 시>(Trois Poémes de Stéphane Mallarmé, 1913)가 연주되는 등 전체적으로 불레즈와 연관된 기획으로 꾸려졌다.

파스칼 로페의 지휘는 차분하며 난해한 음색과 리듬에 대한 과한 해석보다는 정확한 박과 템포에 더 집중하는 듯했다. 그런 차분함 때문인지 <협주적 단장>은 윤이상 음악 특유의 동양적 정서와 시김의 폭이 많이 절제된 감이 있어 아쉬웠던 반면, 라벨의 곡은 특유의 몽환적 느낌에 취하기 좋았다.

 

젊은 작곡가 위촉 프로그램 – 전예은의 도시교향곡

 

한편, 서울시향은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젊은 작곡가에게 작품을 위촉하는 등 창작 음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데, 이번 위촉작은 전예은의 “Urban Symphony”(도시 교향곡)으로 1부 마지막에 연주되었다. 각각 ‘Under Construction’, ‘Wind-Bell’, ‘Tuning? Tune it!’, ‘Metro Polyphony’라는 제목의 4악장 구성의 곡으로 서울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에서 벌어지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풍경과 소리를 관찰하여 음악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1악장은 공사가 한창인 건물에서 나는 망치 소리 등을, 2악장은 도심 속 작은 절에서 들리던 풍경 소리, 3악장은 오페라 시작 전에 울리던 오케스트라의 튜닝 소리, 마지막 4악장은 지하철이 들어오고 나가며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에코 효과 등에서 착안하였으며 이러한 작은 장면들의 묘사를 엮어 도시교향곡이 되었다고 한다.

 

보편적인 정서와 현대적인 새로운 울림의 균형.

문학적인 묘사로 도시 속 소리가 담긴 장면을 펼치는 표현법이 돋보여

 

전예은의 음악은 과도한 기교와 난해한 음색 및 리듬으로 덧칠된 현대음악의 아방가르드(Avant-garde)적 패션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다. 전체적으로 규범적인 형식을 띠며 분명하고 쉬운 박절 구조 안에서 복고적 낭만주의라 할 만큼 문학적 묘사를 즐긴다. 그래서 1악장의 경우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여러 가지 소음을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관현악에서 특수한 음향적 소음을 유발하는 각종 현대적 특수 주법들은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관악파트의 물 흐르듯 오르내리는 스케일과 종소리로 시작되는 2악장은 비브라폰과 현악의 점묘 적 울림 사이로 관통하는 오보에의 선율이 매력적이며 현악에서 묘사된 바람 소리 등, 규칙적인 박동 안에서 평화롭고 몽환적인 울림을 들려준다. 3악장은 튜닝 음을 기준으로 다양한 음색과 패턴을 입혀 무의미한 소리에서 이야기로 발전해 가는 느낌이며, 4악장 또한 지하철의 소음과 에코들로부터 착안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음향효과에 집중하거나 장식적인 특수 주법을 동원하기보다는 커졌다 작아지는 다이내믹의 문학적인 묘사로 소리의 장면을 만들어간다. 대체로 진부한 표현법과 전개들도 더러 있지만 보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현대적 기법이 감성적으로 녹아 있어 난해하기만 한 현대음악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고 신선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interview

 

밝고 율동적인(rhythmical),다양한 음색

전예은 작곡가 <도시 교향곡 Urban Symphony>

 

Q. ‘도시교향곡 초연을 마친 소감과 서울시향으로부터 작품 위촉을 받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서울시향으로부터 작품을 위촉받은 것은 작년 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작곡가 진은숙 선생님께서 2017년 아르스 노바 위촉 작곡가로 추천해주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10년 넘게 지속하고 있는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를 위해 작품을 작곡하고 좋은 연주자들과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곡가로서 이 작품에서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보여 아쉬운 점도 남지만, 짧은 시간 동안 열정적인 연주자들, 그리고 지휘자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Q. 서울시향의 상임 작곡가이자 “아르스 노바” 기획자인 진은숙과는 어떤 교류와 협력이 있었나?

작품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아르스 노바 실내악 프로그램에 솔리스트들을 포함하는 곡들이 여러 개 있었기에, 솔리스트를 포함하지 않는 앙상블 곡을 제안해주셨고 나 또한 이에 동의했다. 작년 말에 작품을 한차례 완성해서 제출한 후, 진 선생님께 매우 자세한 피드백과 더 나은 연주 효과를 위한 여러 조언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수정, 보완하여 완성했다.

Q. 2013년에 작곡한 “Urban Polyphony”에 이어 도시를 주제로 한 두 번째 작품이다. 도시의 무엇이 연속적인 작품을 쓸 만큼 흥미로웠나?

각각의 도시들은 특유의 이야기와 소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람 개개인의 시각 또는 경험에 따라 모두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도시를 주제로 한 “Urban Polyphony”와 “Urban Symphony”, 두 작품 모두 내 경험 안에서 재해석 된 도시의 소리를 담고 있는데, 일상에서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평범한 소리나 광경들을 발견하여 그것을 음악적 단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Q. 혹시 절대음감인가? 도시 속의 여러 가지 복합적 소리가 담긴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특수주법을 총동원한 음향적 분위기(Atmosphere)가 아닌 특정 음정 관계의 음 조직이나 화음들이 사용되어서 혹시 도시에서 들리는 소리 중 특정 음(pitch)이나 음정관계 및 화음을 캐치하여 사용한 것인지 궁금했다.

절대음감은 맞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튜닝(tuning) 아이디어를 모티브로 사용한 3악장을 제외하고는 특정한 음이나 화음을 캐치해서 사용하지는 않았다. 도시 속 소리나 장면을 묘사하고는 있지만, 특수주법이나 음향을 사용하여 그것들을 비슷하게 표현하려는 의도가 처음부터 아니었다. 오히려 도시 속 소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것들을 어떻게 음악적 내러티브(narrative) 안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더 중점을 두었고, 그 과정에서 사용한 특정 음(音) 소재 및 화음은 내가 즐겨 사용하는 음악적 어법 내에서 선택한 것이다.

Q. 흔히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현대음악의 해체적 경향들과는 음악적 패션이 많이 다르다. 어떠한 음악을 추구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아르스 노바의 소개 글에 ‘쾌활하고 재치 있는 작품을 쓰는 작곡가’로 표현을 해주셨는데, 여태까지 써 온 작품들이 밝고 율동적인(rhythmical) 곡들이 많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음악이 쉽고 어려운 것을 떠나 그 음악을 들었을 때 흥미로운 점은 분명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점을 두는 부분은 색채적 사운드와, 폴리포니적인 텍스쳐, 그리고 악기들 간의 조합 (또는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음색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나 내러티브(narrative)는 분명하게 드러나되 최대한 재미있고 흥미롭게 들릴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는 편이다. 이는 개인적인 경험과도 관련이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 전쯤 대학교 학부 졸업연주에서 가족들이 내가 작곡한 곡을 처음 듣게 되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가족들이 내 곡을 듣고 “음악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청중을 위한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후로 좀 더 재미있고 쾌활한 작품들을 쓰는데 관심을 두었고 작곡을 하는 과정에서도 항상 고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Q. 마지막으로 작곡가들이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을 던진다. 작곡 (또는 음악)을 왜 하는가.

매번 곡을 시작하며 마주하는 빈 오선지는 그 무엇보다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음악으로 써 내려가며 조금씩 구현되어 나갈 때 느끼는 희열이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연주자들과 작업하며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울 때가 많다.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음표로 나열되고, 또 그것이 소리를 얻어 음악으로 구현되는 과정이 꽤 매력적이고 중독적이기에... 계속해서 작곡하게 되는 것 같다.

 

전예은 (31)

서울대 작곡과 졸업, 미국 이스트만 음대 석사, 인디애나 음대 박사

Bernard Rodgers 작곡상(2010), ASCAP 미국 저작권협회 모튼 굴드 젊은 작곡가상(2013),

Georgina Joshi 작곡상(2014), ISCM 세계현대음악제 입선(2016)

 

류창순 객원기자 (작곡가)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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