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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생생무용다이어리] 현대예술을 노래하는 사람들_'투모로우니스'

기사승인 2023.12.26  07: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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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C, 복합예술 '투모로우니스'_재난을 예견하는 말들과 예언을 대하는 공동체에 관해

투모로우니스, ACC

지난 11월 10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복합예술로 이루어진 전시가 오픈했다. 작품 <투모로우니스>의 작가 수진 배 & 요나탄 램케는 전시 레지던시 주제인 <듣기의 미래>로부터 ‘예언’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려 퍼포먼스 및 혼합매체 전시를 준비했다.

 

배수진과 요나탄 램케는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듀오 아티스트다. 두 작가는 현대예술을 본인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며 이번 ACC에서는 무용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이들은 예언이 가진 신비로우면서 이성적이며, 문맹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허무하기도 하고, 운명적인 진지함을 가진 예언의 성질을 탐구함을 밝혔다.

<투머로우니스>는 전쟁과 자연재해와 같은 불안전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재난들을 예견하는 말들과 그 예언들을 대하는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전시의 퍼포먼스는 ‘마고 유니버스’ 융복합 예술단체의 무용단장 김지공 안무가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김지공 안무가는 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작품의 성향을 인간 공동체의 성질을 활용하여 무용으로 풀어냈다. 무용수들의 관계성을 중요시하며 불특정 다수가 모인 공동체의 특성을 연구했다. 따라서 각기 다른 학교 출신들의 무용수를 사용하여 처음 만난 댄서들의 긴장감마저 작품에 담으려 노력했다.

무용수로 직접 참여한 이번 공연은 요나탄 램케의 독일어 지문과 함께 이루어졌다.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 없이 요나탄의 보이스와 함께 진행되며 무용수들은 그의 어조, 억양, 강약을 통해 그가 내뱉는 감정을 읽어냈고 미리 받은 한국어 지문을 통해 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을 각자 해석해 본인만의 춤의 언어로 순환했다.

 

‘내가 얼마나 굴욕을 당했는지, 얼마나 자주 모두가 나를 비웃었습니까? 살롱 정치의 하수인들로부터요. 그들은 웃는다고 할 수도 없을 만큼 배를 움켜쥐고 소리를 질러댔어요. 오직 다른 이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니까요’

요나탄이 말하는 지문 중 한 구간이다.

 

두 작가는 이처럼 원초적이고 뼈아픈 절망과 절규의 외침을 말한다. 무용수들은 이러한 감정을 몸에 입혀 고통을 춤췄다. 관계 속 형성되는 갈등, 그사이에 치닫는 절정을 무용수 간의 타이밍과 템포로 서로를 괴롭히고 방해하며 또 어우러지는 공동체의 현실을 말했으며 김지공 안무가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배수진 & 요나탄 작가의 비통함과 적절히 교차했다.

 

전시물과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작품 <투머로우니스>는 일반적인 전시와 다르게, 보다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전시였으며 객석과 무대의 구분 없이 이뤄지는 퍼포먼스였기에 무용수 역시 관객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의 표정을 관찰하며 변화에 집중하면 관객과 무용수가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것은 극한의 몰입감을 서로에게 선물했다 말할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서로 하나 되어 서로의 감정과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있어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서로의 예술의 절충안이 하나의 선에 가까워졌을 때, 마침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배수진 & 요나탄 램케, ‘마고 유니버스’ 김지공 안무가의 작업은 서로가 하나 됨을 만들기보단 더 큰 하나의 가치를 두어 서로가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한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통해 세상에 나를 말하는 일.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임을 보여준 두 작가와 안무가, 그리고 함께 작업한 무용수들에게 다시 한번 우리를 세상에 말하기 위해 언젠가 이곳에 돌아오자 말하고 싶다.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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