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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노래 <그녀와 그>_소프라노 이명주,와 테너 김세일,

기사승인 2024.05.09  16: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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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김세일, 조재혁이 펼치는 슈만의 찬란한 선율

봄의 기운으로 가득한 5월, 소프라노 이명주, 테너 김세일,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슈만의 선율을 파고드는 시간을 갖는다.

한때 시인을 꿈꿨던 작곡가 슈만은 문학과 음악을 통합해 완성도 높은 가곡을 완성했다. 특히 1840년에는 ‘가곡의 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수많은 명작을 쏟아냈다. 진정한 연인이었던 클라라와의 결혼을 위해 법원의 허락을 기다리며 ‘시인의 사랑’을 작곡했고, 그와 결혼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고 난 후 곧바로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완성했다.

테너 김세일과 소프라노 이명주는 슈만의 대표 가곡인 이 두 곡을 연이어 부르며 당시 작곡가가 가졌던 애틋한 감정을 무대 위에 풀어낸다. 

슈만의 가곡은 피아노와 성악과 동등한 역할을 하는 것을 큰 특징으로 한다. 단순히 노래 가사를 재현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 서정적인 감수성을 지닌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이번 공연에 함께해 더욱 찬연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가곡뿐만 아니라 피아노 독주곡 ‘아라베스크’와 리스트 편곡의 ‘헌정’까지 만나볼 수 있다.

따뜻한 봄날, ‘사랑’을 둘러싼 아픔과 좌절, 기쁨과 환희의 순간까지,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세 명의 아티스트가 만들어낼 다채로운 사랑의 정서를 만끽해 보자.

㈜인아츠프로덕션이 주최하는 <그녀와 그> 이명주, 김세일, 그리고 슈만 공연은 5월 1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개최되며,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R석 7만7천 원 / S석 5만5천 원 / A석 3만 원)

 

1840년, ‘가곡의 해’를 만나다

이명주, 김세일, 조재혁이 펼치는 슈만의 찬란한 선율  

1840년에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결혼식이 두 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알버트 공의 결혼식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대영제국의 위풍당당한 축포와도 같은 일이었다. 다른 하나의 결혼식은 전자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했다. 라이프치히의 작은 교회에서 치러진 결혼식의 주인공은 바로 로베르트 슈만(1810-1856)과 클라라 비크(1819-1896). 그들의 소박한 결혼식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던 클라라의 부친과 법정 다툼 끝에 얻어낸 귀중한 결과이자, 음악사에 길이 남을 협력 관계를 보여준 슈만 부부의 첫 발걸음이었다.

클라라의 부친인 프리드리히 비크에게 슈만은 사윗감으로 눈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클라라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유명했다. 아홉 살에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데뷔했고, 이후 유럽의 내로라 하는 도시로 연주 여행을 다닐 정도였다. 그런 딸이 장래가 영 신통치 않아 보이는, 게다가 나이도 아홉 살이나 많은 옛 제자 녀석과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비크는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숱한 방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였을까. 비크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두 연인의 사랑은 더욱 굳건해졌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1840년 법원의 결혼 허락을 얻어내게 되었다. 사랑의 효과였을까. 1840년은 슈만의 음악 인생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 바로 ‘가곡의 해’라고 불릴 정도로 가곡을 왕성하게 작곡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피아노 작품을 주로 작곡했던 그는 1840년에만 무려 138곡의 가곡을 쏟아냈다. 그중에는 이번 무대에서 연주될 ‘여인의 사랑과 생애’와 ‘시인의 사랑’ 등 슈만의 대표 가곡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불안과 환희를 넘나들었던 슈만의 애타는 사랑은 수많은 가곡으로 피어났다. 불안한 사랑의 감정은 ‘시인의 사랑’ 속 절망에 투영되었을 것이고, 환희이자 동시에 고뇌의 대상이었던 클라라의 존재는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탄생시켰다.

그간 독일 가곡을 탁월하게 표현하기로 정평이 난 소프라노 이명주와 테너 김세일, 그리고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소리로 슈만의 대표적인 연가곡 두 작품을 감상한다.

세 연주자의 섬세한 소리가 1840년 슈만과 클라라의 영혼에 투영되어  ‘이토록 아름다운 5월(Im wunderschöne Monat Mai)’을 선사한다. 

 

소프라노 이명주 

유럽 무대에서 “무슨 역이든 완벽히 그 만의 캐릭터로 소화하는 배우”(연출가 라이너 메니켄)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리릭 소프라노 이명주는 2008년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특별연주회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 역으로 출연한 이후, 그가 이끌었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광복절 기념음악회, 대통령 초청 신년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정기 연주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말러 교향곡 8번 ‘천인’ 등 주요 공연에 솔로이스트로 참여하며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말러 시리즈 중 교향곡 2번 ‘부활’은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실황음반이 발매되었으며, 지휘자 성시연이 이끈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말러 2번 교향곡 협연자로 또 한 번 무대에 올라 “말러 전문 연주자”라는 평을 받으며, 기교를 넘어 뛰어난 음악성까지 겸비한 가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였다. 예술의 전당 클래식 스타 시리즈와 교향악 축제, 국립 오페라단 주최 한국 오페라 70주년 기념 갈라, 평창 대관령 음악제 폐막 공연, 서울 국제 음악제 폐막 공연이자 폴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 연주, 통영 국제 음악제 개막 공연과 더불어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빈 필 앙상블과 아드리앙 페뤼숑의 지휘로 윤이상의 ‘Teile dich Nacht’를 연주하는 등 주요 음악제에 초청받고 있다.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 음악회를 비롯해 류 지아가 지휘하는 마카오 필하모닉의 2016-17시즌 폐막 공연에 초대되었으며, 홍콩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을 열연, 아시아 무대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뮌헨의 프린츠레겐텐 극장에서 공연한 오페라 ‘요정의 여왕’의 주역으로 출연하여 독일 <아벤트차이퉁>지에 금주의 스타(Stern der Woche)로 선정되었고, 뮌헨 방송 오케스트라와 공연한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로 또 한 번 금주의 스타로 선정되어 현지 언론의 큰 호평을 받으며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프란츠 벨져-뫼스트의 지휘로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을 열연하였고, 린츠를 대표하는 가수로서 브루크너 하우스의 신년음악회에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솔로이스트로 초청되었다.

로버트 윌슨, 아힘 프라이어, 페터 콘비츠니, 데이비드 프리먼 등 세계적인 연출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오페라 무대에서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았고, 특히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렛타 역의 열연으로 세계적인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공연 예술계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로버트 윌슨으로부터 “비범한 목소리와 무대 장악력… 가장 큰 감동을 안겨준 소프라노”라는 극찬을 받았다.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으로,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으로 각각 미국과 영국 무대에 올랐고, 파리 필하모니의 피에르 불레즈 홀에서 일 드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오페라 주역뿐만 아니라 콘서트의 협연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명주는 서울예고와 서울음대를 거쳐 독일 뮌헨 음대에서 디플롬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고, 국내외 뛰어난 활동을 인정받아 세아 이운형 문화재단의 성악 인재로 선정되어 후원받았다. 오스트리아 린츠 주립극장의 주역 가수로 7년간 활동하며 수많은 오페라와 발레, 콘서트 등에서 수백 회의 공연을 소화하며 유럽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였고, 최근2022-23 시즌의 마지막을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으로 캐나다 퀘벡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2023-24 시즌에도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핀란드 등 유럽 무대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테너 김세일 

테너 김세일은 서울예고 재학 시절 유럽으로 건너가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스위스 제네바 음악원, 스위스 취리히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 네덜란드 오페라 스튜디오를 거쳤고 거장 니콜라이 겟다, 프랑코 코렐리를 사사했다. 아테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2위, 취리히 키바니스 리트 듀오 콩쿠르 1위, 다스 리트 콩쿠르 3위, 오사카 슈베르트 콩쿠르 2위, 네덜란드 IVC 콩쿠르 가곡상, 그리고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아카데미 최고의 성악가상 등 저명한 국제 콩쿠르에서 수차례 수상하였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빈 무지크페어라인, 바덴바덴 페스트슈필하우스,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취리히 톤할레, 도쿄 산토리 홀, 서울 예술의전당 등 유럽과 한국을 중심으로 연주회, 오라토리오,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바흐 <마태수난곡>, <나단조 미사>, 헨델 <메시아> 등 국내외 무대에서 김세일의 오라토리오 무대는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적인 가곡 반주자 루돌프 얀센을 포함하여 헬무트 도이치, 마르쿠스 하둘라, 손민수, 선우예권, 김정원 등 국내외 최정상의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시인의 사랑>, <겨울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포함한 작품들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페라로는 샤르팡티에 <지옥으로 내려간 오르페오>, 글룩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몬테베르디 <오르페오>, 모차르트 <마술피리>, <돈 조반니> 등을 맡아 극찬을 받기도 하였다. 

KBS 클래식FM 라디오가 주관한 <내일의 클래식 주역> 음반을 피아니스트 루돌프 얀센과 함께 녹음하였고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과 녹음한 <레퀴엠> 등 총 4장의 음반이 발매된 바 있다. 최근 그는 마르쿠스 하둘라와 녹음한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소니 클래식 레이블에서 출반하였다. 

2020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유럽 무대에서 동양인으로서 독보적인 복음사가로 활동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며 우리나라 클래식 및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창을 수여받았다. 김세일은 2018년 3월부터 국립 강원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교육자로서 우리나라의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피아노 조재혁 

조재혁은 “감성과 지성을 겸비하고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과 구성력, 뛰어난 통찰력과 과장 없는 섬세함으로 완성도의 극치를 추구하는 매력적인 연주자”로 평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주자이다. 뉴욕 맨해튼 음악대학 예비학교를 거쳐 줄리어드 스쿨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하는 동안 솔로몬 미코프스키, 허버트 스테신, 제롬 로웬탈을 사사하였고, 이어 맨해튼 음악대학원에서 니나 스베틀라노바를 사사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1위를 비롯해 모나코 몬테카를로 피아노 마스터즈 국제 콩쿠르 등 세계 저명 콩쿠르에 입상한 조재혁은 뉴욕의 프로피아노 영아티스트 오디션의 우승을 계기로 카네기홀 와일 리사이틀 홀에서 뉴욕 데뷔를 하였고 그 후 북미와 유럽에서 꾸준한 연주 활동을 펼쳐 왔다. 국내외에서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 렉처 콘서트 시리즈 등 다양한 연주 활동을 하는 조재혁은 음악과 타 예술 분야와의 결합에도 관심을 가져 국립발레단,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과 융합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오르가니스트로서 활동도 활발히 하는 조재혁은 롯데콘서트홀, 프랑스 앙굴렘의 성베드로성당 등에서 독주회를 가졌고, 특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와 요제프 용엔의 오르간 협주곡 심포니 콘체르탄테 한국 초연 및 세종문화회관 제야음악회에서 생상스의 ‘오르간 심포니’를 협연하였다. 맨하탄 음악대학 프리칼리지 시절부터 부전공으로 오르간을 시작하여 미동부 여러 교회의 오르가니스트 겸 음악감독으로 활동하였으며 미국 장로교 주최 전국 예배와 음악 컨퍼런스에 공식 오르가니스트 겸 합창지휘와 예배반주법 강사로도 다년간 활약하였다.

 

소니 클래시컬에서 베토벤 소나타(2017)를 시작으로 아드리앙 페뤼송/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베토벤&리스트 협주곡(2019), 한스 그라프/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음반(2021)을 발매했고, 2022년에는 쇼팽 솔로 음반을 선보였다. 프랑스 에비당스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첫 오르간 솔로 앨범은 평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22-23시즌에는 런던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모차르트 협주곡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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