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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오페라가 완성되는 과정

기사승인 2017.06.29  01: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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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카메라타 오페라 리딩공연 세 번째 이야기

2015년 4월 <세종 카메라타 오페라 리딩공연 두 번째 이야기> 오페라 <검으나 흰땅> (대본 박춘근, 작곡 신동일)

 

서울시오페라단은  6월 29일(목)부터 30일(금)까지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종합연습실에서 <세종 카메라타 오페라 리딩공연 세 번째 이야기> 무대를 선보인다. 한국어로 된 창작 오페라 네 편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의 오페라 작품을 완성해간다.  29일(목) 오후 3시에 <달나라 연속극>을 시작으로 같은 날 저녁 7시에 <비행사>, 30일(금) 오후 3시에 <텃밭킬러>, 저녁 7시에 <마녀> 순으로 진행된다.

각 공연의 창작자와 출연자가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종합연습실에 모여 연습에 한창이다. 지휘자를 중심으로 배역을 맡은 성악가들, 피아니스트 그리고 작가와 작곡가가 한자리에 모여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사와 음악이 조화를 이루도록, 대사의 리듬과 어조 등을 세심하게 점검하며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실력파 기성 작곡가부터 현대적 감각이 탁월한 젊은 작곡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곡가가 참여한다는 점이다. 2012년 세종 카메라타 설립부터 함께 해 온 초창기 멤버 신동일, 임준희 작곡가와 더불어 촉망받는 작곡가 나실인, 안효영이 이번 공연에 새롭게 합류한다. 모두 공연 예술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곡가들이다.

세 번째 리딩공연에 새롭게 합류한 작곡가 안효영과 나실인은 신선하고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작곡가 나실인은 오페라 <비행사>에 참여해 서정적인 선율로 인물들의 소망을 드러내고, 작곡가 안효영은 윤미현 작가 <텃밭킬러>의 리듬감 있는 언어를 최대한 살려 오페라로 탄생시켰다. 작곡가 임준희는 첫 번째 리딩공연에서 오페라 <바리>, 두 번째 리딩공연에서는 오페라 <마녀>에 참여했고, 이번 공연에서는 두 번째 리딩공연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보완해 다시 선보인다. 작곡가 신동일은 세종 카메라타 첫 번째 리딩공연에서 오페라 <로미오 대 줄리엣>, 두 번째 리딩공연에서 오페라 <검으나 흰 땅>의 작곡가로 세종 카메라타에 참여했다.

 

 

세종 카메라타는 2012년부터 작곡가와 작가의 지속적인 워크숍으로 인큐베이팅을 거쳐 말과 음악을 이해하며, 한국의 희곡 작품을 바탕으로 한 창작 오페라를 탐색해왔다. 이번에 참여한 창작자들 역시 몇몇 작품들은 기존에 연극으로 먼저 선보인 작품을 이해하고, 여기에 우리말의 흐름과 뉘앙스, 모음과 장단 등을 세심하게 배려해 작곡에 임했다. 기존의 창작 오페라가 민화나 영웅전 등을 소재로 한 것과 달리, 이번 공연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신선한 음악과 함께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오페라 리딩공연이 될 것이다.

 

작곡가 나실인과 안효영, 극 중 인물에 집중해 현대적 감각의 오페라 작곡

 

- 오페라 <비행사>, 인물들의 작은 소망에 집중한 다채로운 선율

오페라 <비행사>는 전쟁 후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절망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곡가 나실인은 등장인물 각자의 작은 소망에 초점을 맞춰 작곡했다. 마을 사람들의 희망은 서정적인 선율로, 반면 사람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비행사의 욕망은 폭력적인 선율로 표현했다. 마을 사람들 고하, 아비, 어미, 할미의 소망은 각자 자신의 아리아를 통해 서정적인 선율로 표현된다. 새처럼 날아 달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는 “고하”, 다시 파종할 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아비”, 전쟁에 나간 아들 누란이가 살아 돌아오길 오매불망 기다리는 “어미”, 그 누란이가 틀니를 구해오길 기다리는 “할미”. 소망을 넘어, 욕망의 화신 “비행사”의 감정 기복이 심한 성격은 가장 넓은 음역대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이 상황을 묵묵히 참고 버티는 누란의 약혼녀 “수하”는 자신의 아리아가 없는 대신, 모든 등장인물들과 2중창을 부르며 서로의 소망 혹은 욕망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수하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인물 각각의 소망의 노래 후에는 극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해가는 음악을 선보인다. 갈등하다 소멸하는 소리도 있고, 끝까지 살아남는 소리도 있다. 작곡가 나실인은 쉽고 직관적인 음악을 쓰고자 노력했고, 부르기 쉽고 재미있는 노래들을 만드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음악이 극의 호흡과 속도를 충분히 따라갈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음악장르를 적절하게 혼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 리듬감 있는 언어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오페라 <텃밭킬러> 작곡가 안효영

<텃밭킬러>는 윤미현 작가 특유의 언어 리듬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연극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서로 의심하고 부도덕하게 변해가는 비정한 가족 공동체를 그리면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꼬집는 작품이다. 이번에 오페라로 공연되면서, 작곡가 안효영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언어 리듬감에 주목했다. 그녀는 “대본을 거듭 읽을수록 그 안에 이미 음악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말이 갖는 고유한 리듬과 패턴, 정서, 어감의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재미 등을 발견하고, 언어가 갖는 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했다.”며 원작의 언어를 최대한 염두에 두었음을 밝혔다.

 

치킨 집 사장이 장사가 안 된다고 걱정을 많이 해
청년 요즘은 고개만 돌리면 전부 닭 집이니


아가씨
안 그래도 사장이 장사 안 되는 게 미장원 옆
또래오래치킨 때문에 그런다고 하기에 내가 그랬지
편의점 옆 페리카나치킨 때문이 아닐까요?


(사장 목소리) 그건 아니지
(사장목소리) 철물점 삼층 맘모스치킨도 있지
그 말에 내가 그것보다도 부동산 옆에 있는
둘둘치킨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장은 갑자기 목이 메는 목소리로 그러더라고
(사장 목소리) 동물병원 옆에 비비큐치킨도 있다
또 내가 이불가게 이층 돈치킨도 있다고
(사장 목소리) 그것뿐이겠냐 배추가게 옆에 목우촌 치킨도 있다
하면서 사장이 주방으로 들어가면서 무를 가지고 나왔어
나는 사장 눈치를 보면서 문방구 옆에 교촌치킨도 있다고
사장은 무를 베어 먹으면서
(사장 목소리) 교회 옆에 두 마리에 만원하는 치킨 집도 있다
나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사실 얼마 전 부터 슈퍼 앞 용달차에서
전기구이 통닭을 팔고 있는 걸 봤다고 말했어
(사장 목소리) 그게 문제가 아니고 슈퍼에서 파는 생닭도 있다
무를 먹다 말고 집어 던지면서 말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그 무를 가져다가 먹으면서 말했지
생각해보니깐 속옷가게 옆집 굽네치킨도 있었네요
그 말에 사장이 먹었던 무가 잘못됐는지
켁켁거리면서 나보고는 언제까지 일을 할 생각이냐

    - <텃밭 킬러>  중에서    발췌

 

그 인물들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고, 이를 깨닫는데서 작품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금니를 탐하는 가족 구성원들은 각각 극단적이고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텃밭킬러”라는 위트 있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윤미현 작가의 감각적인 언어 선택과 이에 걸맞은 작곡가 안효영의 현대적인 음악이 만나 한글 고유의 어감을 살린 창작 오페라를 선보인다.

 

 원작의 깊이를 더하는 작곡가 임준희, 신동일의 다채로운 음악

 

- 온전히 오페라를 위해 창작된 작품 <마녀>

다른 작품들이 연극을 전제로 만들어 진 작품을 다시 오페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오페라 <마녀>는 국악, 클래식, 가곡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작곡가 임준희의 제안으로 만들어 진 작품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인 “어머니”와 “구원”을 소재로, 완전히 오페라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오페라 <마녀>는 2015년 4월 <세종 카메라타 오페라 리딩공연 두 번째 이야기>에서 먼저 선보인 작품으로, 수정과 보완 과정을 거쳐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다.

고재귀 작가에 의해 오랜 기간 다듬어진 대본은 깊은 철학적 사유와 섬세한 시적 언어를 담고 있으며, 임준희 작곡가에 의해 음악적으로 다듬어져 더욱 깊고 심오한 작품으로 거듭났다. 임준희는 “서양의 ‘카메라타’가 바로크 시대에 고대 그리스의 극을 끌어와 오페라를 탄생시키면서 새로운 르네상스의 꽃을 피웠듯이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이 작품이 한국적 오페라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오페라 속의 노래들이 청중들의 마음에 닿아 인간을 ‘마녀’가 아닌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평범한 질문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오페라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며 준비 과정에서 소회를 밝혔다.

 

- 친숙한 선율이 담긴 오페라 <달나라 연속극>

김은성 작가의 <달나라 연속극>은 옥탑방에 사는 가난한 가족의 이야기로 자본주의 현실의 그늘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작곡가 신동일은 서민들의 소박한 정서를 바탕으로 대중음악을 염두에 둔 음악적 요소들을 살려, 다소 뮤지컬 스타일이 느껴지는 음악을 작곡했다. 이 작품은 서민들의 생활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대중음악을 활용한 부분이 많은데, 이는 몇 가지 대중음악 장르를 가져와 변형했다. 반면 일상적인 대사를 중심으로 전개가 되는 부분은 극도로 세밀한 감정의 변화를 다루고 있어 이를 음악으로 변환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미세하게 변화하는 감정들을 포착하기 위해 드라마틱한 음악적 표현은 절제하고 가사가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작곡가 신동일은 <달나라 연속극>은 세밀한 장면들이 모여 한 작품을 이루는데, 이런 드라마가 오페라로 다루어진 적은 없었고, 작곡가로서 매우 도전적인 작품이라 전했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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