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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9 통영국제음악제(TIMF), 운명처럼 유동하는 현대음악 봄빛 바다에 물들다

기사승인 2019.05.17  18: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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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탐방_2019 통영국제음악제(TIMF)

 

2019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연주

TONGYEONG INTERNATIONA MUSIC FESTIVAL 2019_“운명 DESTINY”

 

하얀 벚꽃이 흩날리는 4월 초, 매년 이른 봄이면 찾아오는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올해는 ‘운명 DESTINY’ 이라는 주제로 3월 29일(금)부터 4월 7일(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흘간 펼쳐졌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한국 출신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통영에서 그의 음악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시작되어 올해로 18회째를 맞았다.

통영음악당으로 가는 길, 올해는 유난히 개화 시기가 빨라져 벚꽃이 만개한 가운데 바다가 펼쳐보이는 길 위로 하얀 꽃잎들이 날리는 통영의 봄날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개막 리셉션

3월 29일, 개막공연 전 오후 6시, 통영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스탠포드호텔&리조트 내 연회장 오디세이 그랜드 볼룸에서 오프닝 세레모니 개막리셉션이 열렸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주최, 주한스위스대사관 후원으로 벨기에ㆍ독일ㆍ스위스, 일본 등에서 내한한 내·외빈들과 국내 음악 관계자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석주 통영시장의 환영사로 2019 통영국제음악제 개최를 알렸다. 해질 녁 어스름한 저녁놀이 바다에 잠기는 풍광을 배경으로 먼 이국 크로아티아에서 온 센세이셔널한 악단 자그레브 솔로이스츠의 연주로 윤이상의 아방가르드한 음악이 울려 퍼질 때, 음악제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하는 환상적 시간이 됐다.

개막 연주 <운명> 지휘_미하엘 잔덜링

‘2019통영국제음악제(TIMF 2019)’는 운명을 주제로 한 만큼 사랑, 죽음 등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관한 프로그램들이 다수 포함되었고, 내년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앞두고 미리 이를 기념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개막 공연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고, 폐막공연에서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작 ‘레오노레 서곡’을 연주했다.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_피아노

젊은 지휘자 미하엘 잔덜링이 지휘하는 스위스 명문 악단 루체른심포니오케스트라는 운명처럼 힘차게 문을 두드렸고,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는 역동적인 에너지와 테크닉으로 알려진 놀라운 기량을 증명했다. 이어 밤 10시, 늦은 시각에 특별한 오페라 공연이 열렸다. 

해외 페스티벌에선 흔한 일이지만 국내 페스티벌에서는 이례적으로 통영국제음악제에서만 밤 10시 공연이 있는데, 올해는 특히 윤이상 선생의 수제자이자 세계 음악계 작곡부문에서 추앙받고 있는 일본 현대음악 작곡가 도시오 호소카와(TOSHIO HOSOKAWA)의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 The Maiden from The Sea>이 상연돼 의미를 더했다. 일본 전통 가무극 노(能)를 대표하는 ‘후타리 시즈카’를 오페라로 재창작한 작품인데, 이 날 아시아 초연으로 블랙 박스에서 안성맞춤인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 커튼콜

인트로 무대로 도시오 호소카와의 <여정 V>(Voyage V)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솔로 연주로 한국 초연되며 영상이미지를 통해 분위기를 리드했고, 이어 소프라노 사라 베게너와 노 싱어이자 댄서인 료코 아오키가 시즈카 고젠의 혼백와 헬렌으로 분해 나누는 대화로 진행된 이야기는 동서양을 결합한 내용으로 전쟁과 실연의 고통이라는 현대 삶의 고통을 노래하며 매혹적 이야기로 풀어냈다. 벨기에 출신 토마스 이스라엘의 담백한 무대 연출과 성시연 지휘의 TIMF앙상블의 음악도 한 몫 더해 감흥을 전했다.

음악제에서 취재진을 만난 호소카와는 “노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혼의 이야기를 주로 한다. 모든 사람이 마음속에 갖고 있는 비극을 노라는 형식과 서구의 현대음악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뿌리는 스승의 음악”이라며 “서구의 음악이 딱딱 끊어진다고 하면 동양의 음은 이어지며 살아나고 사라진다. 붓글씨에 비유하면 선을 그릴 때 굵어졌다 얇아졌다 하듯이 끝없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대지진, 난민 같은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음악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그는 “<바다에서 온 여인>을 파리에서 의뢰받아 만들 당시 유럽에 난민 이슈가 불거졌는데, 단지 유럽이 아닌 전세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음악가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소재는 자연이다. “바다에 관한 오케스트라 곡을 작곡 중인데 그래서 통영이 더없이 좋아요.”

 

 

 

 

“음악은 소리와 침묵이 만나는 곳이다”

- 도시오 호소카와

 

 

또한 음악제 기간 동안 호소카와의 다른 작품들도 공연됐다. 3일과 4일에는 현대음악 전문 현악사중주단인 아르디티 콰르텟이 ‘개화’, 독일 낭만주의 시에서 영향 받은 ‘파편 Ⅱ’, 7일에는 홍콩 뉴 뮤직 앙상블이 생명의 탄생을 담은 ‘드로잉’(한국 초연)이 연주됐다.

소프라노 서예리

음악제 이튿날인 30일에는 루체른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과 윤이상의 <화염 속의 천사>와 <에필로그>가 연주되었는데, 소프라노 서예리와 바리톤 로만 트레켈이 죽음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두 가지 음악을 노래해 감동을 선사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브람스 레퀴엠> 바리톤 로만 트레켈

특히 로만 트레켈은 죽음의 사자와 같은 아우라를 풍기며 매력을 발산했고, 장송곡이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음악일 수 있음을 각인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이밖에도 윤이상의 다양한 음악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교향곡 3번’, 통영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동’을 비롯해 소프라노 서예리와 함께 초기 가곡, ‘밤이여 나뉘어라(Teile Dich Nacht)’, ‘첼로와 하프를 위한 이중주’, ‘현악사중주 6번’ 등을 들려주었다.

미샤 마이스키

또한, 세계적인 거장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1)가 R. 쉬트라우스의 교향시 ‘돈키호테’를 비롯, 세 번의 연주를 가졌는데, 특히 음악제 기간 중 통영의 외딴 섬 욕지도를 방문해 섬아이들을 위한 특별연주회가 화제가 됐다. 미샤 마이스키는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마이스키(32)와 함께 전날 저녁 공연의 피로가 채 가시지도 않은 채 다음날인 4월 5일, 배를 타고 욕지도를 찾아 섬마을 스쿨콘서트를 열었다. 욕지도에서 클래식 공연이 열린 것은 8년 만이라고 했다.(2011년 백건우 피아노 공연 이후) 노장의 첼리스트는 인 날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2번’ 1악장으로 시작해 바흐의 아다지오와 아리오소의 서정적 멜로디로 욕지도의 봄바람에 음악을 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스쿨콘서트는 통영국제음악제 플로리안 리임 대표가 5년 전부터 기획해 유명 음악가들과 함께 통영의 여러 곳을 찾아가면서 연주하고 있다. 지난 해 음악제에는 거장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와 함께 했다.

 

마이스키는 "젊은 친구에게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음악과 예술은 감성과 지성을 발달하게 만든다"고 했다.

백발에 하얀 도포 같은 옷을 걸친 마이스키는 신선 같은 얼굴로 말했지만 사실 '백발의 사자',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백발의 돈키호테를 닮았다. 전날 코리안심포니와 협연한 곡도 세르반테스 소설의 명장면들을 관현악법으로 전달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돈키호테'다. 그가 삶의 마지막으로 연주하고 싶은 곡으로 뽑는 것도 역시 '돈키호테'다.

미국, 콜롬비아의 여러 섬과 타이완 같은 큰 섬에서도 연주했다는 마이스키는 "음악과 예술과 자연은 위대하다"고 했다. "오늘 행복했다. 비슷한 경험이 앞으로도 더 많았으면 한다." 그가 손에 꼭 쥔 첼로가 돈키호테의 긴 창처럼 빛났다.

 

이밖에 바이올리니스트 베로니카 에베를레가 협연하는 알반 베르크 바이올린 협주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죽음과 변용' 등을 비롯해 자그레브 솔로이스트와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임희영, 세계 최정상의 현대음악 전문 현악사중주단인 아르디티 콰르텟 등과 로스 로메로스 기타 콰르텟,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 루세로 테나 듀오의 플라멩코 등 이색공연이 펼쳐졌다. 마지막 날인 4월 7일, 폐막공연으로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베토벨 레오노레 서곡 3번과 더불어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1막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세계 스타 한국인 가수 3인, 테너 김석철(지크문트), 소프라노 서선영(지클린데), 베이스 전승현(훈딩)이 협연한 콘서트 무대로 박수를 받으며 2019통영국제음악제 막을 내렸다.

 

임효정 기자 / 통영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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