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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현대음악, 저한텐 즐거운 음악이었어요_서예리 soprano

기사승인 2019.05.18  0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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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리 _소프라노 Soprano

 

 

두 시대의 음악이 만나는 특별한 밤

3.30 _‘2019 통영국제음악제’ 둘째 날, 이 날 저녁 루체른심포니오케스트라와 윤이상의 ‘화염 속의 천사’- ‘오케스트라를 위한 메멘토 & 에필로그’ 그리고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공연을 앞두고 있는 소프라노 서예리(43)를 통영국제음악당 연주자 대기룸에서 만났다.

 

소프라노 서예리는 고음악 뿐 아니라 현대음악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특히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로 세계무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젊은 성악가다. 

2003년 인스브루크 고음악 페스티벌에서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오르페오’를 통해 데뷔한 후, 필립 헤레베헤, 톤 코프만 등 고음악 거장들과 호흡을 맞추며 유럽 관객과 평단에서 두루 호평 받고 있다. 2005년 5월에는 뉴욕 링컨센터에서 프랑스의 현대음악 전문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과 작곡가 진은숙의 ’말의 유희’를 협연해 박수를 받았다. 

서예리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30일 밤, 개막 공연을 비롯, 4월 4일 밤, '나이트 스튜디오 IV-서예리 & 홀거 그로쇼프'에서 윤이상의 초기 가곡들. 그리고 7일 ‘홍콩 뉴 뮤직앙상블’과 윤이상의 ‘밤이여 나뉘어라’(Teile Dich Nacht) 등을 노래했다.

 

 

운명처럼 이어진 윤이상 음악

“현대음악은 저한텐 즐거운 음악 이었어요”

 

 

 

Q.올해 통영국제음악제 주제가 ‘운명’인데, 이와 관련해 생각나는 일이 있나요?

 

제가 올해 2월 독일 다름슈타트 음대 정교수로 임용됐는데, 성악 부문으로는 동양인 최초라네요. 다름슈타트는 이 곳 통영 출신인 윤이상 선생님이 음악을 시작한 곳(윤이상은 1959년 다름슈타트에서 초연한 ‘일곱 악기를 위한 음악’을 통해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았다‘)인데, 그 곳 연주회에 초청되어 노래하게 되었고, 그 때 음악회에서 교수채용 오디션에 관한 정보를 들어 참가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독일학교의 교수가 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윤이상 선생님의 곡을 연주한 것이 발단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그동안 베를린에서19년을 살았는데, 얼마 전 그 곳을 떠나 다름슈타트로 이사해 살고 있어요. 올해 다시 통영에 와서 윤이상 선생님의 곡을 노래하니, 이것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고 있고, 2005년 통영국제음악제에 현대음악 단체 ‘스콜라 하이델베르크’와 협연을 시작으로 이 음악제와 수차례 공연하며, 2011년에는 레지던스 아티스트이기도 했는데, 어려운 현대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현대음악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했는데, 저는 절대음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음을 잡기가 조금도 어렵지 않았어요. 현대음악은 저한테도 즐거운 음악이었죠. 2007년 독일에서 켄트 나가노, 마티아스 핀처 등과 유럽 초연하고 그 계기로 많은 무대에서 노래하게 됐지요. 윤이상의 초기 가곡들은 학교에서 배웠지만, 후기 가곡들은 그 때 처음 접했어요. 

그 후로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 작곡가 윤이상, 진은숙 선생님의 곡을 자주 부르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윤이상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며, 여기, 통영에서도 초청해 자주 오게 됐고, 2017년 TIMF 기념음반에 초기 가곡이 실리게 됐지요.(2017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음반 <REMEMBERING ISANG YUN>을 발간했고, 윤이상의 초기 가곡과 소프라노와 앙상블을 위한 “밤이여 나뉘어라(Teile dich Nacht)’등을 수록했다)

 

 

                                     윤이상 음악은 간결한 비움

 

- 윤이상 음악의 매력이라면

 

기법은 서양음악인데, 그 안에 한국사람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한국적 정서가 국악적 요소들로 입체적으로 묘사되어있습니다. 기교적으로는 너무나 어려워 부르기 힘들지만 그 안에서 발견되는 한국적 요소들에 희열이 느껴지죠. 한국사람 만이 알 수 있는, 한 맺힌 소리처럼 떨림 음을 노래하노라면 즐거워요.

(서예리는 즉석에서 ‘밤이여 나뉘어라’ 와 ‘고풍의상’ 몇 소절을 직접 부르며 기법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윤이상 선생의 초기가곡은 1940년대에 쓰여진 다섯 개 편지, 그네, 나그네, 달무리, 고풍의상을 중심으로 한 것인데요, 이때는 당대 한국 작곡가들이 원했던 민족적인 성악음악양식과 서양식 작곡법을 막 접목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일제강점기를 벗어나게 되면서 더 우리 고유의 음악에 대한 목마름이 있지 않으셨나 싶어요. 한때 윤선생님은 유럽에 건너가기 이전의 ‘습작’과 같은 작품들을 스스로 작품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요.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윤선생도 이 곡들을 예전 그대로 출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민족의 당시 작곡의 방식을 검토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랬다고 하지요.

예를 들어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달무리’에요. 사람들은 이곡이 서양의 작풍으로부터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곡이라고 말해요. 그렇지만 저는 대부분의 정서가 아직 우리의 것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해요. 당대 서양가곡에 비할 때 단순한 조성 위에 박목월의 시를 가볍게 올려두었거든요. 복잡하게 음표를 채우기보다는 간결하게 비워둔 선생의 솜씨가 돋보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곧 동양의 음악방식이지요. 그 이전이나 윤선생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그 점에서 저도 초기가곡을 부를 때에는 더 한국적인 정서를 우리식 기교에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우리 전통음악이나 민요를 자주 들어 배우고 있어요.

한국적인 노래방법의 뚜렷한 특징을 단 하나만 이야기한다면 서양식의 음표기법에 소리가 머물지 않는다는 거에요. 음표로 서로 분절된 높낮이 표현에서 벗어나 때로는 우리만의 감각으로 미묘한 음의 높이와 농현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범 보여드린 게 좀 도움이 되었나요?)

거기 다 투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시를 통해서, 노래하는 사람은 그 고통을 표현하자면 전달하는 사람은 그 고통에 빠져 있으면 안 되니까, 그런 것을 잘 조절해야죠. 음악적으로 표현이 잘 되어 있는 부분이 ‘새소리’ 표현이 음악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는데, 테크닉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새소리를 국악적 발성으로 떨면서 꺽기도 하고 해야해서~

기교적으로는 너무나 어려워 부르기 힘들지만 그 안에서 발견되는 한국적 요소들에 희열이 느껴지죠.

 

- 현대음악도 그런 즐거움이 있는거지요?

 

저는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 이면서 고음악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한데, 고대와 현대, 두 시대가 서로 거울을 보고 있는 듯 해요. 윤이상의 후기 작품을 봐도 음악사에서 현대, 고음악은 서로 바라보며 서로 요소를 찾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요.

 

- 연습은 어떻게 하세요?

부단히 노력하며 연습은 정말 많이 해요. 많이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데, 연주를 앞두고는 10시간씩 노래하게 돼요. 목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 이번에 윤이상 곡 ‘밤이여 나뉘어라’을 노래 할텐데, 2017년에 부른 소프라노 이명주와 어떻게 다를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페시미스틱(pessimistic)하다고 할까요? 비관적이고 굉장히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잖아요? “피 묻은 밤을 너에게 돌려준다...” 는 등. 윤이상은 스스로의 고통을 넬리 작스 시를 통해서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그 고통과 절망이 느껴져요.. 음악적 표현이 잘 되어 있지요. 브람스 <레퀴엠>은 소프라노 아리아 한 곡인데, 천사가 나타나 하나님의 말을 전달하며 위로를 전하는 파트예요.

 

개막 공연 브람스 <레퀴엠> 공연

- 브람스 <레퀴엠>의 특징과 매력은 뭘까요?

소프라노 아리아가 , 딱 제가 부르는 노래로 천사가 나타나는 파트인데,

보통 레퀴엠은 라틴어인데 비해 이 곡은 독일어로 되어 있고, 위로하며 사라지는 듯한 표현이 압권이다. 총 7곡 중에서 소프라노 아리아가 무척 아름다워요. 해석적으로 생각한 것은 낭만적으로 혹은 신고전적으로 부를것인가 인데, 그때마다 지휘자에 따라 달라요. 이번에 잔덜링 지휘자와는 과장스러운 낭만을 담백하게! 신고전적으로 부르려고 해요

 

- 최근에는 오페라는 안하시는 듯 합니다

아기가 있어서 지금은 오페라는 안하고 있어요.

 

고음악과 현대 음악을 오가는 스페셜리스트로 ‘천년을 아우르는 소프라노’라는 별칭을 갖는 서예리는 올해도 매혹적인 노래로 음악제의 감흥을 전했다. 현재 5살 아기를 돌보는 엄마로 독일 다름슈타트에 거주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남편(고려대 법대 교수)과는 지구 반 바퀴 너머 주말부부(?)로 왕래하며, “한국 관객과 자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 12월 국립합창단과 <메시아>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임효정 기자 / 통영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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