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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복이 들려주는 맥베스 부인의 사랑이야기 : Lady Macbeth's Closet

기사승인 2019.10.15  20: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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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베스 부인의 장롱 Lady Macbeth's Closet >

왼쪽부터 이선희(거문고), 박선옥(극본, 연출 및 의상), 서이숙(배우), 유선후(춤)

맥베스 부인의 장롱에는 어떤 옷이 들어 있었을까?

한복디자이너 박선옥(생성공간 여백 대표)은 한복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단순히 옷을 입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옷을 통해 감동을 주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녀는 오랜 꿈을 그녀의 오래된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나오는 맥베스부인의 이야기로, 맥베스 부인의 욕망 뒤에 숨겨진 사랑과 증오, 상처와 결핍의 인생사를 ‘맥베스 부인의 장롱’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그 안의 ‘한복’을 통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맥베스 부인의 장롱에는 어떤 옷이 들어 있었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흔히 사람들이 장롱 깊숙이 보관된 오래된 옷에서 비롯된 그 옷에 얽힌 기억처럼, 그 옷을 입었던 소중한 순간, 기억을 찾아 떠난다. 그녀의 오랜 예술 동료이자 친한 친구들인 배우 서이숙, 거문고 연주자 이선희, 춤꾼 유선후와 함께 그녀는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아 한 편의 한복아트퍼포먼스를 펼친다. 가을의 깊은 서정이 침잠하는 계절에 낡은 기억 속에 담긴 추억과 사랑과 그리움의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며 나만의 장롱 속 기억을 하나씩 꺼내봄직 하다.

인터뷰 임효정 기자 사진 ⓒ문성식

 

 

옷이 들려주는 4여자의 인생이야기

: Lady Macbeth's Closet

여자 넷: 서이숙(배우, 맥베스부인 역) | 이선희(거문고 | 유선후(춤)| 여백선옥(극본, 연출 및 의상)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맥베스부인의 이야기로 다시 쓰다!

맥베스 부인의 욕망 뒤에 숨겨진 사랑과 증오, 상처와 결핍의 인생사를

장롱 속의 ‘한복’을 통해 이야기하다.

   ”

 

 

사람들은 흔히 장롱 깊숙이에 오래된 옷을 보관하곤 하는데, 낡아도 그 옷에 얽힌 기억 때문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옷은 자신의 배냇저고리일수도 학창시절 교복일 수도, 첫 데이트 때 입었던 옷일 수도 있다. 그렇게 장롱 깊숙이 옷을 보관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의 습성이다. 바로 그 옷을 입었던 소중한 순간, 기억을 보관하는 것이다. ‘맥베스 부인의 장롱’은 바로 이런 보편적인 감성을 일깨우는 공연이다. 욕망이 가득한 맥베스 부인의 장롱 속에는 어떤 옷이 들어 있을까? 그녀가 장롱 속에서 옷을 꺼내는 행위는 유사한 경험을 일깨움으로써 우리들 각자의 욕망을 들추어내는 일이다. 무대 위 네 여자의 욕망이 이끄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맥베스 부인에 대한 해석과 한복, 연기, 춤, 음악(거문고) 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각자의 서사방식은 무엇인가요?

박선옥: 예전에 ‘색·공간’ 이라는 공연도 했었는데, 각 개인의 만족이 아니라 감동을 전하 고 싶었어요. 옷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텐데,, 옷을 입는 다는 것은 인생의 감동적인 순간에 닿아 있더라구요, 돌복, 혼례복, 수의 등 이런 옷들에 연관된 시간이 인생의 통과의례거든요. 누구나 스쳐지나가는 옷들이잖아요? 인생의 감동적인 순간들을 환기시키며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거였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여자의 이야기고, 사랑하는 동지들하고 우리들끼리 모여서 ‘으샤’ 응원하며 멋진 공연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맥베스 부인이 떠올랐고, 옷을 어떻게 보여주지? 하며 장롱에 이야기가 모여진 거죠. 옷이 들려주는 인생의 이야기예요.

 

서이숙: 원작외전, 원작에서 비롯된 빈 공간에서 생긴 이야기. 상상에서 만든 이야기잖아요? 원작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상상의 이야기를 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건데, 우리끼리 이야기가 될지? 관객들이 ‘재미있겠네’ 라고하면 성공이라고 봐요. 새로 쓰여 지는 이야기가 불편함 없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고전을 비트는 작업이 가장 힘들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 "던컨왕이 아버지였다~" 이 부분이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이 여자는 결핍에서 오는 인물로 그려지죠.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한 여인이 결핍에서 오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여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서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죠.

 

이선희: 거문고라는 악기를 통해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내용으로, 왜 그랬냐 라는 당위성과 치유에 대한 상징을 담고자 해요. 이극에서는 맥베스부인이 중심이 되는데, 그녀는 그녀의 엄마를 겁탈해 낳은 던컨 왕의 친딸로 나오죠. 왕에게 버림받고 복수를 위해 맥베스의 욕망을 이용하고, 살인, 자살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방치되어 죽었던 자식도, 죽임을 당하게 했던 아버지도 모두 그녀를 용서하고 어루만져 위로해줍니다. 죽음이라는 경계를 건너가서 알게 되는 것은 결국 우리 영혼이 진정 원하는 것은 용서와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비극적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해피엔딩이 됩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저는 음악의 중심을 욕망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나약함을 위로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어요. 경계적인 면을 부각해서 작곡했어요. 괴물로 변해간 인간도 시간이 되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듯이....

유선후: 저는 한국무용을 전공했는데, 작품은 주로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한 현대무용을 추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의 춤은 제가 추니까 한국무용인 셈이죠. 한국적인 호흡으로 춤춘다고 할 수 있겠죠. 이 극에서 저의 역할은 시간의 흐름을 인도하는 역으로 이해했어요. 환상이 만들어낸 인물이 아닐까? 그녀가 환상에서 불러온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잃어버린 아이의 혼이기도 하고, 늘 그녀 곁에서 같이 있기도 하고, 떨어져 있기도 하고, 바라보기도 하고 모든 걸 할 수 있는, 결국은 자신의 모습에서 분리돼 나와 있다고 생각 돼요. 그래서 그녀가 자살했을 때는 오히려 아이의 혼이 되어서 같이 행복하게 가는 길을 인도해주는 길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 한복은 어떻게 표현 되나요

박선옥: 권력은 왕비의 옷이죠. 스란치마와 당의 같은 옷에서 시작해 점점 과거로 갈수록 처녀 적에 입었던 옷들은 낭만적인 옷, 또 다른 과거에서는 아이, 아이의 배냇저고리,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로 정통 한복은 아니고, 화양연화처럼 꽃피워지는 시절이 표현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어요. 한복에 기반을 둔 현대적 한복이랄 수 있죠. 장롱에서 옷을 꺼내는 행위가 기억을 회상하는 행위잖아요? 엄마가 배냇저고리를 장롱에 보관해서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아성찰 하는 것을 통해서 끊임없이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옷을 통해서 끊임없이 관객들에게도 질문을 하게 되는 거죠.

 

- 오브제로 장롱의 역할은?

박선옥: 가구디자이너(서성협)에게 요구한 내용으로 이 장롱은 사극공연이 아니고 맥베스 부인이 오랫동안 갖고 있을법한 장롱이었으면, 그리고 그녀가 소중하게 그 안에 자신의 인생을, 기억을, 저장하는 기억의 저장소였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무대 위에서는 세여자의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이야기가 그려졌으면 좋겠어요.

 

 

- 일종의 모노드라마인데, 나레이션은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나요

서이숙: 개인적으로 모노드라마가 안 맞다고 생각해왔어요. 30년 연기생활에서 구축된 경험상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리며 반응해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번에도 춤, 음악 등에 기대어 함께 가야 한다고 봐요. 모노드라마를 보더라도 배우의 기술적인 화려함에 박수쳤지 이야기에 박수친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돼요.

 

 

-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각자의 욕망은 무엇인가요?

 

박선옥: “한복은 당신 인생에서 무엇인가?” 라고 한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저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저만의 언어라고 말하고 싶어요.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 있는 거지요. 늘 채워지지 않아서 늘 외로워요.. 공연은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도....

 

이전에 연극 <맥베스>(극단 미추, 이호재 주연)의 스크립터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극단에서 나와서 <부르는 소리> 한태숙의 <레이디 맥베스> 등 맥베스 관련 연극에도  연이 닿아있었죠.

맥베스 부인이 사악하게 보이는데, 왜 그렇게 자살? 왜 그녀가 자살에 이르렀는가? 인간은 모두 욕망을 갖고 있는데, 가족 간에도 각각 욕망이 있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친부로 나와 버림받고 복수를 원작을 차용, 변형해 전혀 새로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욕망에 이르는 작은 욕망부터 결핍, 원한 등이 쌓여서 큰 욕망이 되고 있고, 그럼 왜 욕망하는가? 그게 저의 경우는 사랑이더라구요. 사랑받고 쟁취하고 싶은데 이루지못하는데서 오는 결핍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유선후: 한국무용이 가진 춤의 특성 중에 가장 큰 것이 그 춤으로 안아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전통춤에도 위로하는 춤이 많은데, 제 춤으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위로받기를 원해요. 그것이 저의 소통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춤으로 위로를 전하고, 또 그 위안으로 힘을 얻게 되는 세상과의 소통이요.

 

이선희 (거문고 연주자)

이선희: 욕망에는 좋은 욕망과 나쁜 욕망이 있는데, 그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 현대인들에게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도 세속적인 욕망이 있지만 기도를 통해 그에 대한 응답을 받고 거기에 맞춰서 절제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욕망을 성취하려는 노력은 하되 그 욕망의 끝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영향력을 가지고 행복해하는 상황이 되었으면 하는 거지요. 지금은 이 극을 통해 세계인들이 다 알고 있는 스토리에 한국적인 소스를 잘 버무리면 글로벌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국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게 지금 저의 욕망이에요.

 

 

 

 

서이숙(53): 저는 요즘 죽음을 잘 준비해야한다는 고민이 많아서 달리 여한이 없어요.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것이 없어요. 이제 내 인생을 잘 마무리해서 잘 늙어서 잘 죽어야겠다 라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이세상이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그래서 내려놓게 돼요. 물론 연기할 때는 행복한데, 그것마저도 어느 순간 나를 표현하기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나를 통해서 잘 전달하고 싶은 거죠. 뜨거움이 없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갱년기 지나 신체가 변하고 나니 이제 정신이 변할 때가 되어 생각이 굉장히 많아져요. 죽음으로 향해가는 나이가 되니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요즘 머릿속 화두예요. 열정이 점점 없어져요. 순리대로 다 된다고 생각해요. 돌아보니, 후회 없이 살았더라구요. 후회없이 연극도 했고, 그러다보니 미련도 없고, 욕망도 없고, 현재 순간 잘 살아가는 것이 패턴이였던 것 같아요. 저 나름대로 피튀기게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미련이 없고 여한이 없어요.

 

배우 서이숙은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인간의 생사고락을 관장하는 신, 마고신 역으로 분해 다양한

 성격의 열두 자매 1인 12역을 맡았다.   마고신의 꽃을 받으면 사후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 (사진 tvN)

- 최근 출연한 드라마 <델루나>가 죽음 이후에 대한 이야기인데, 작품 하면서 죽음과 연관해서 생각한 것이 있다면

서이숙: 보통 죽은 자에 대해 “편히 쉬십시오”라고들 말하잖아요? 그게 굉장히 궁금했어요. 대체 어딜 가서 쉬라는 거지? 그런데 드라마 속 ‘델루나’ 같은 곳이 있어서 여한을 풀고 갈 수 있다면, 영혼이 힐링 되고, 저 세상을 가면 좋겠다.. 그런 상상이야기가 와 닿았고, 막연히 죽음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 곁에 있는 것이라 생각되어 ‘델루나’ 하면서 저 자신 힐링이 되었어요.

 

- ‘잘 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서이숙: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후회 없이 살아라” 너에게 주어진 삶, 마음껏 살아라!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라. 스스로 선택한 삶은 자신이 책임지는 거니까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 오만하지 않고 현명함을 달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 같아요. 자기검열을 하게 돼요.

 

인터뷰 임효정 기자 사진 ⓒ 문성식

 

 

ⓒ aes_smhrch

 

+ in Theater

한복아트퍼포먼스 <맥베스부인의 장롱>

11.6-7 돈화문국악당 7:30pm.

극본, 연출 및 의상 : 여백선옥

출연진 : 맥베스부인 서이숙 / 거문고 이선희 / 춤 유선후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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