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존과학자 C의 하루’ 10월 4일까지 개최
이갑경,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 |
미술작품은 탄생의 순간부터 변화와 손상을 겪는다. 이런 작품에 물리적 생명 연장을 넘어 새로운 의미까지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보존과 복원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기획전인 ‘보존과학자 C의 하루’를 올해 10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최한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의 ‘C’는 청주(Cheongju)와 컨서베이터(Conservator, 보존가)의 ‘C’이기도 하며, 동시에 삼인칭 대명사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가상의 인물인 ‘보존과학자 C’를 설정해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베일에 싸여 있던 보존과학에 접근한다. 단순히 보존˙복원의 전후만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그 사이의 과정을 담았으며, 현대미술의 보존˙복원이라는 측면에 집중하여 보존과학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단어들을 선정해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라는 5개의 주제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전시 공간을 따라 이동하면서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연극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총 17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보존과학실의 냄새, 소리, 도구 등을 주제로 한 사진과 설치 작품을 공개한다. 전시 공간에는 실제 보존˙복원 작업에 사용되는 도구와 수백 종류의 안료, 분석 자료 등이 함께 배치되어 보존과학자의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라라)> (1967) 설치 전경 |
전시장에서 가장 큰 크기로 눈을 사로잡는 니키 드 생팔의 <검은 나나(라라)>는 장기간의 야외전시로 인해 변색과 박락이 발생해 이례적으로 전체 재도장 보존 처리가 시급했던 작품이다. 미술관 측에서는 내외부 전문가 회의 및 니키 드 생팔 재단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보존처리 방향과 방법론을 결정하였다. 보존처리 과정과 협의 내용을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지수, <풀 풀 풀 - C> |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김지수 작가의 <풀 풀 풀 - C>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순회하며 채집한 보존과학 도구와 재료의 냄새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를 회화적으로 표현해 공감각적 전이가 일어나는 설치 작품이다.
이갑경 작가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은 발견 당시 캔버스 틀에서 분리된 채 둥글게 말려있는 상태였다. 캔버스 천의 일부가 찢어지고 물감이 상당 부분 떨어져 있어 1989년 첫 보존처리가 이루어졌다. 이후 보존처리에 사용된 재료가 들뜨고, 변색된 것이 발견되어 2014년 재보존처리를 했다. 두 차례에 걸친 보존처리 과정은 영상에 자세하게 담겨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유화 처리에 따른 질감의 차이나 재료에 따른 조각의 느낌 등 관객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관객들이 직접 투표한 <다다익선> 복원의 3가지 의견 |
전시의 마지막에는 ‘C의 고민’과 연결되는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의 복원 문제와 관련한 3가지 의견 중 하나에 직접 투표해볼 수 있는 코너가 있다. 관객들이 3가지 의견 중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에 스티커를 붙일 수 있게 해 참여를 유도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실제 보존과학실 |
또한 평소 접근을 제한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실제 보존과학실을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공개한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는 7월 2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되며, 이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다.
양몽원 기자 themove9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