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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음악읽기_베토벤 탄생 250주년과 베토벤 두껍게 읽기

기사승인 2020.08.07  03: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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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탓에 공연예술계가 침체 분위기를 면할수 없다. 클래식음악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번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베토벤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음악회들이 만개했을 법 한데 아쉽게도 조용한 편이다. 그런 와중에도 서울시향과 경기필하모니의 정기연주회와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중심으로 베토벤 교향곡이 전원, 운명, 영웅 등 한 작품씩 연주되었다. 교향악축제에서도 베토벤 작품들의 연주가 한 꼭지씩 차지하고 있어 베토벤 애호가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연주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베토벤 연주를 보고 난 후 나는 마음 한켠에 항상 어떤 공허함을 느낀다. 대부분의 베토벤 작품을 대하는 음악계의 시선은 ‘베토벤 다시보기’라는 프레임으로 주로 해석의 차원에서 다양한 연주스타일과 퍼포먼스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 반해, 베토벤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규명해 줄 베토벤 두껍게 읽기는 아쉽게도 찾아보기 어렵다. 베토벤을 두껍게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베토벤 작품을 당시의 사회 문화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고 둘째는 현재 “지금- 여기”, 즉 2020년 서울에서 베토벤의 정신과 그가 남긴 업적이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에 대한 의미의 재구성 작업이다.

 

아도르노는 ‘예술의 형식은 기록보다 인류의 역사를 더 올바르게 말해주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예컨대 20세기 초 쇤베르크가 완성한 12음기법과 후기 산업 사회 간에는 미메시스(모사, 반영)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베토벤이 완성한 소나타 형식이 당시 프랑스혁명으로 대표되는 근대 시민사회와 어떤 미메시스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베토벤은 드라쿠루와, 헤겔, 괴테, 빅토르 위고, 발자크와 같이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근대 시민 혁명의 격변기, 변화의 시대를 산 사람이기에 당시의 시대정신과 사회상이 어떻게 베토벤의 음악에 투영되었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도 필요하다.

 

예술 형식과 현실간의 미메시스를 주장한 아도르노의 사유를 좀 더 구체화한 음악 사회학자 발렌틴은 고전주의의 대표적 형식인 소나타 형식으로 음악적 근대성(modernitya)을 어떻게 성취했는지를 연구했다. 그에 의하면,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라는 소나타 원리는 ‘안정과 갈등, 갈등과 긴장의 해소’라는 ‘극적 구성력’을 가지고 인간의 감정을 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일한 감정을 기계적으로 지속시키는 바로크 음악의 인위성과 자주 대비된다. 베토벤의 소나타는 영원할 것 같던 중세의 마감과 새로운 근대 사회의 도래는 세계와 사물이 정지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 발전한다는 변증법적 운용을 실제로 경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베토벤으로 대표되는 혁명 이후의 음악은 헤겔 변증법의 음악적 유비로 정의된다. 소나타와 교향곡은 악장과 악장 사이의 구조적 관계뿐만 아니라 한 악장의 과정 속에서도 대립적인 조성, 주제, 리듬적 성격간의 모순을 생성시키는 사고의 한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모순’은 두 주제가 서로 대립되면서도 내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기에 임의적인 다름과 구별된다.

다시 오늘, 우리시대 250년 전에 살았던 베토벤의 음악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무엇보다도 베토벤이 구현했던 작가 정신에 천착할 필요를 느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동하는 사회 역사적 맥락과 내적으로 얽혀 있는 음악의 구체성과 현실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베토벤을 혁명이후의 음악가로 규정하듯이 코로나 이후의 음악가들은 현 시대 정신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구현해야 할까? 프랑스 혁명 못지않은 새로운 격변기를 통과하는 오늘날, 새로운 시대정신과 환경의 요구가 어떻게 새로운 예술작품의 창조와 어떤 새로운 인간형의 음악가들을 탄생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소영(음악평론가, 명지병원예술치유센터장)

이소영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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