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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한국머크의 미하엘 그룬트 대표

기사승인 2017.01.09  19: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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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부터 매년 캘린더를 통해 머크가 진출한 세계 66개국에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 과학기술기업 한국머크의 대표 미하엘 그룬트 대표를 만나 미술 프로젝트와 한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Q. 한국에 오신 지 3년이 넘으신 듯합니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어떠신지?

저는 물론 가족들도 한국 생활을 편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2013년 7월에 부임했지만 가족들은 8월 말에 합류했고 이삿짐은 10월이 되어 도착했기 때문에 업무나 개인 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심했었지요. 만날 사람도, 알아둬야 할 장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동료와 주변의 도움을 통해 지금은 일상생활이 안정화됐습니다. 이제 휴가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올 때는 ʻ여기가 우리 집이구나ʼ하는 느낌이 듭니다.

 

Q. 한국,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인상이나 느낌이 독일과 가장 다른 문화적 차이라면?

한국은 미래의 실험실(Lab of the future)입니다. 전자 분야의 기반 기술이 있는데다 독일과 달리 사회 분위기도 새로운 것을 요구합니다. 독일 같으면 "글쎄, 좀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라면, 한국은 "그래? 빨리 해봐야겠네" 합니다. 머크가 한국에 OLED 응용연구소를 둔 것도 무언가를 개발하면 이에 대한 피드백이 빨리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머크는 장기적인 과정에서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Q. 그리고, 얼마 전 방한 하셨던 머크패밀리 회장님이 인터뷰 중에 언급하신 것처럼 독일사람들이 자주하는 말 중 하나가‘너의 강점에 집중하라’입니다. 한국은 한국의 강점으로 거대한 수출 국가를 구축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도 독일처럼 기술 중심 아닌가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좀 더 디자인 중심, 명품산업 중심이지만 이들은 지금 빚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면 다른 분야는 잘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본인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더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미술 작가 지원사업으로 머크에서는 달력으로 ‘한국문화 알리기’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는데, 한국 문화에 대한 특징이나 인상이라면?

모든 분야가 빠르게 돌아가고 열정적입니다. 또한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Q. 머크가 한국에서 하는 주요 사업은?

한국 머크는 3개의 사업부(바이오파마, 생명과학, 기능성 소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바이오파마 사업부는 다발성경화증, 항암제, 난임치료제, 성장호르몬등의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며, 생명과학 사업부는 실험실 수준에서 대규모 상업 생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연구, 분석, 임상 과정에 필요한 실험실 제품을 공급합니다.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바이오 관련된 사업도 연관이 있습니다. 기능성 소재 사업부는 현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LCD 와 OLED TV, 스마트폰과 노트북등의 IT 기기 등의 원료부터 자동차나 화장품에 사용되는 펄 안료, 기능성 필러와 화장품 활성 성분 그리고, 반도체용 감광액, 환경친화형 세정제등을 들 수 있습니다.

 

Q. 머크는 화학. 의약 등 첨단 분야에서 기술적 혁신을 지향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도 혁신 이미지를 강조하시고 있으신데, 머크인으로서 자랑이라면?

전통과 혁신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원료회사지만 산업간 융합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혁신은 계획을 한다거나 강요를 한다고 얻어지지 않지만 특별한 환경 구축을 통해 혁신적 프로세스가 가능하게 도울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본사에서 모듈 방식으로 건설된 가상혁신센터가 하드웨어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면, 소프트웨어면에서의 노력은 좀 더 오래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1999년부터 머크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만들고 사내에서 이루어진 괄목할만한 혁신을 찾아 시상, 이를 통해 전세계 머크 지사에서 혁신적인 사고방식과 문화를 배양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머크싱크뱅크(Merck Think Bank/MTB) 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들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혁신 잠재력을 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서로 다른 부서간, 조직간의 협업에 의존하며,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Q. 기업의 사회적 공헌과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00년 되는 전통의 기업으로서 머크가 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이라면?

본업인 의료부분에서 본사는 2007년 세계보건기구와 협력하여 열대성 질병인 주혈흡충증 프라지콴텔 기부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약5억정의 치료제를 기부하여 1억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받았습니다. 또한, 위조약품을 통제하는 Global Pharma Health Fund(GPHF)를 독점지원하고, 위조 약품과 효과가 저조하거나 성분이 저급한 제품을 찾아낼 수 있는 GPHF-Minilab®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직원들로 구성된 머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제는 약 80명의 전문음악가로 구성원이 바뀌어 매년 본사 직원들과 커뮤니티를 위해 공연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전문 음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문학상으로는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머크, 하인리히 머크 어워드, 머크 가케하시상, 머크 타고르 어워드 등이 글로벌 지사를 통해 문화 분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머크는 독일 본사에 오케스트라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머크의 직원들의 문화 활동이 있다면?

경기도 안성의 한국 머크 직원들이 2012년 1월 자발적으로 온누리애(愛) 클럽 기업봉사대를 조직하여 안성시에 등록,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직원 개인이 회사와 지인으로부터 지원받아 연탄, 쌀, 의류 등을 장애우와 독거노인에게 약 5년간 지원해오던 활동을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확대해 2012년 온누리애(愛) 클럽을 조직, 안성시 관내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매달 모은 회비와 사내 클럽지원비로 안성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추천받은 독거노인 가정을 분기마다 방문해 물품을 전달하고 가정 시설 보수, 청소 등을 해오고 있으며, 어린이날에는 안성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초청한 불우시설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작은 기념품을 전달하고 매년 11월에는 저소득층, 독거노인, 시설에 김치를 담가 나누고 있습니다.

전사적으로는 2009년부터 매년 직원들이 연말파티 때 즐거운 마음으로 모은 자선행사 수익금을 종로구 쪽방촌 주민에게 필요한 생필품으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Q. 개인적으로 색소폰 연주를 즐기시고, 가족들도 예술활동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가족 소개도 해주세요

제게는 아들 아드리안(15살)과 딸 아멜리(11살)가 있습니다. 아내는 독일의 국제학교 교사로 영어와 음악을 가르쳤었고, 한국 외에도 미국 하와이, 영국, 나미비아에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서울 맛보기 여행을 한 아내는 서울로 이사하는 데 적극적이었지만, 아이들은 해외 거주가 처음이었습니다. 아내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많이 보아 온 터라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고, 한국에 가면 바로 일하지 않고 아이들의 적응을 우선 돕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국 생활을 편안하게 느끼기 위해 현지 문화 노출이 중요했습니다. 둘 다 한남동에 있는 독일학교에 다니는데 딸 아이는 태권도를 배우고 아들은 배드민턴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어도 배우고 있습니다. 길거리 교통 표지판을 자랑스레 읽어댈 정도이지요. 친구도 금세 생겼고, 학교와 서울 생활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개인의 손해가 아닌 혜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내는 자신처럼 한국 생활 경험이 짧은 사람들과 함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착을 넘어 German Club Seoul 의 대표를 맡아 다른 독일인들의 정착을 돕고 있고, 외국인들을 위한 각종 행사나 강연회 등도 도맡아 합니다. 과거에는 한국에 파견되는 외국 근무자가 주로 남성이었으나, 지금은 반대인 경우도 많은데, 이런 점에서 German Club Seoul 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Q.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준비하자, 예상하지 못한 것을 예상하자!’입니다.

 

Q.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리 회사 곳곳에 숙련된 직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과 업무에 대한 이해가 뛰어납니다. 반면 부서를 초월하는 협업이 필요한 곳에서 이를 어렵게 하는 구조와 메커니즘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의 강력한 다국적 조직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이를 해소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임무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임효정 기자

THE MOVE webmaster@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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