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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페라 아닌, 음악극? <춘향탈옥>

기사승인 2021.05.04  13: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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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성 있는 작은 오페라, 라이브 연주로 오페라 색채와 효과 살려야....

_오페라에 라이브 연주 없어 아쉽다....

오페라 <춘향탈옥>

 

조연 분투 코믹오페라, 폭소 없어 더욱 재미 살려야..

소극장 특성화 살리는 콘텐츠로 가능성 제고 필요

 

 

춘향탈옥! 모차르트의 <후궁 탈출>보다 더 재미있고 신선한 제목만 보고도 이 작품을 보고 싶었다. 지난 4월 25일 일요일, 4년 만에 재개된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의 마지막 날 ‘춘향탈옥’을 보러 갔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들어서니 로맨틱 코미디 오페라 ‘춘향탈옥’이라는 제목이 상단 우측에 하얗게 빛난다. 비교적 긴 아리아는 없이 짧고 경쾌하게 템포감 있게 극이 1시간 30분 정도 전개되는데, 로맨틱하지는 않았고 코믹했다. 암전이 되자 향단 역의 임현진의 나레이션이 먼저 나왔는데, “했지잉~”하는 전라도 사투리를 반복하며 청중을 웃기려 했으나 전라도 사투리를 잘 구사하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이어 변사또가 먼저 등장하며 춘향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수미쌍관을 이루면서 “사랑이 죄인가요?”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며 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춘향탈옥’이 아니라 ‘변사또전’이라는 제목을 써도 좋을 만큼 변사또가 중심인물로 등장했다. 우리가 알던 변사또가 아니라 춘향에 대한 순정과 스토킹에 권력이 더해져 춘향이를 옥에 가두고 매일 같이 연애편지를 써대는 사랑지상주의자로 나온다.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의 진중한 척하는 변사또 연기는 그 모습이 더 코믹해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로시니나 모차르트 같은 앙상블 연기가 필요한 이 작품에서 엄선영을 비롯한 코러스 역할을 하는 마을사람들도 현대적인 댄스 등으로 극의 훌륭한 서포터가 되어주었다. 월매 역의 메조 소프라노 양계화는 아직도 미모와 연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변사또를 유혹해 보려는 재미있고 신선한 마담 같은 설정이어서 등장할 때마다 상당히 청중을 즐겁게 만들어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몽룡의 캐릭터도 재미있었다. 몽룡역의 대구 출신인 테너 노성훈만 경상도 사투리를 썼는데 몽룡이 경상도 사람일수도 있다는 설정과 사투리 구사가 재미있었고 몽룡이 빈둥거리면서 끝까지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암행어사 마패를 빌려서 출두하는 장면도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방자역의 오대희는 전라도 사투리를 가장 잘 구사했는데 알고보니 서울 사람인데 노력해서 방언을 잘 구사하게 된 것이라고 해서 놀라웠다. 출연진들의 연기 앙상블은 상당히 잘 맞아들어갔는데 ‘춘향탈옥’을 보면서 기대했던 폭소는 터지지 않았다.

좀 더 재미있게 보완을 할 수는 없을까? 그리고 이 작품을 보면서 놀란 건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도 실내악단도 피아노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소극장오페라축제에서 쿠르트 바일의 ‘서푼짜리 오페라’를 볼 때는 수준급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는데 ‘춘향탈옥’ 무대에는 연주자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Helikon opera moscow

모스크바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모스크바 음악원 옆에는 겔리콘(Helikon)이라는 극장이 있었다. 이 극장은 참 특이한 극장이었다. 소극장이었는데 놀랍게도 상임연출가인 드미트리 베르트만이라는 젊은 연출가의 파격적인 연출로 모든 대형오페라 ‘아이다’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마크로풀러스 사건’ ‘박쥐’ 같은 큰 작품들을 모두 소형화해서 작은 무대에 올리고 바흐의 ‘커피 칸타타’ 같은 작품도 오페라화해서 공연하는 대단히 개성 넘치는 극장이었다. 

겔리콘 극장 마니아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연출로 승부를 보는 극장이었다. 

 

Chaadsky (Manotskov) Moscow 2017 Helikon Opera – Opera on Video

https://www.operaonvideo.com/chaadsky-manotskov-moscow-2017-helikon-opera/

 

지금도 겔리콘 극장은 모스크바의 오페라 극장중 하나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런데 이 극장은 작은 규모의 무대와 객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 피트가 있었다. 물론 대형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니라 우리가 보통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이나 메트오페라,라 스칼라,빈국립오페라 극장 등에서 경험하던 것과는 다른 폭이 작고 좁은 오케스트라 피트였다. 

 

처음에는 오케스트라를 코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가까이 보고 들으니 매우 낯설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극장에서도 오케스트라를 운영한다는 것에 탄복하게 됐다. 이후 볼쇼이극장의 예술감독을 역임하게 되는 알렉산드르 베데르니코프(2020년 작고)가 지휘를 맡는 등 지휘자들의 수준도 나쁘지 않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장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언제나 오케스트라나 밴드가 함께 살아있는 연주를 한다는 것이다.

 

<춘향탈옥>은 음악과 소재 자체가 성공 가능성 높은 작은 오페라다.

라이브 연주로 오페라 색채와 효과 살려야 한다!

 

MR로 가는 순간 성악가는 똑같은 규격에만 반복적으로 맞춰야 한다. 라이브 연주는 호흡이요 예술가의 자존심이다. 연주할 때마다 성악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콘서트 이벤트 등의 무대에서 그동안 MR을 생각없이 편안하게 써 온 것에 대해서 반성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모스크바 겔리콘 극장과 같이 작은 소극장 오페라에서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도 오케스트라와 라이브 밴드는 생명이다. 그래야 극이 살아나게 된다. 예전에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파업이 일어났을 때 상임지휘자였던 리카르도 무티는 그날 저녁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피아노를 자신이 연주하면서 오페라가 계속 공연되도록 해서 그 패기와 뚝심과 실력이 화제가 됐었다. 오케스트라를 쓸 재정이 부족하면 피아노를 쓰면 된다.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집어넣은 실패한 시스템인 엘렉톤 같은 좋지 않은 사운드를 가진 악기를 사용해서 녹음을 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음도 툭툭 끊기고 사운드가 좋지 않았으며 연주자들도 마이크를 착용하고 확성을 했기 때문에 오페라라고 부르기 힘든 음악극이 되고 말았다. 오페라라면 이렇게 공연해서는 안된다. 원활한 지방공연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실제 악기를 통해 연주되도록 예술의전당이 선도하고 앞장서야 한다. 지방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산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창작 오페라를 만들 때 “돈이 없는데 MR로 하지 뭐” 이렇게 된다면 정말 걱정스러울 것 같다.

<춘향탈옥>은 음악과 소재 자체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은 오페라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또 공연을 하게 된다면 오케스트라가 아니더라도 피아노라도 당당하게 라이브로 공연해 주길 바란다. 피아노는 다양한 색채와 효과를 낼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축소판 아니던가.

 

 

장일범

음악평론가,CPBC 평화방송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겸임교수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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