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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화가 황재형의 리얼리즘_황재형: 회천回天

기사승인 2021.06.08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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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wang Jai Hyoung: Restoration of Human Dignity

황재형, 식사, 1985, 캔버스에 유채, 91x117cm. 개인소장

황재형(1952~)은 1980년대 초반 강원도에 정착해 광부로 일한 경험을 리얼리즘 시각으로 그려낸 ‘광부화가’로 알려져 있다. <황재형: 회천回天>展은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광부화가’의 정체성 안에서 황재형이 집적해온 예술적 성취를 조망한다. 1952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출생한 황재형은 1982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중앙대 재학시절 같은 대학의 박흥순, 전준엽, 이종구, 이명복, 조선대 송창, 영남대 천광호와 함께 민중미술 소그룹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이하 ‘임술년’)를 결성, 활동 중 그린 <황지330>(1981)으로 제5회 중앙미술대전(1982)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화단의 주목을 받지만, 1982년 가을 강원도에 정착하여 광부로 일하기 시작했다. 황재형은 3년간 태백, 삼척, 정선 등지에서 광부로 일하며 1980년대 민중미술의 현실 참여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을 발표goTe. 1990년대에 접어들어 쇠락한 폐광촌과 강원도의 풍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인식의 전환을 꾀하였고, 2010년 이후에는 머리카락과 흑연 등을 활용하여 탄광촌의 인물에서 동시대 이슈를 넘어 인간성, 시간성, 역사성 등의 주제로 확장해왔다.

전시명 ‘회천(回天)’은 ‘천자(天子)나 제왕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다’ 또는 ‘형세나 국면을 바꾸어 쇠퇴한 세력을 회복하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예술의 사회적 효용성 또는 변혁의 가능성을 그림으로 증명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황재형은 “막장(갱도의 막다른 곳)이란, 인간이 절망하는 곳이다. 막장은 태백뿐 아니라 서울에도 있다”라는 언급으로 탄광촌에서의 삶을 보편적인 차원으로 확장하였다. 그는 인간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도 그것의 회복을 꿈꾸는 메시지를 이번 전시의 제목 ‘회천(回天)’으로 전달한다.

황재형, 아버지의 자리, 2011_2013, 캔버스에 유채, 227.3x162.1cm. 개인소장
황재형, 드러난 얼굴, 2017, 캔버스에 머리카락, 162.2x130.3cm. 개인소장

전시는 ‘광부와 화가(1980년대~)’‘태백에서 동해로(1990년대~)’‘실재의 얼굴(2010년대~)’등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인물 작품이, 2부에서는 풍경 작품이 주를 이루고, 3부는 인물과 풍경을 함께 선보인다. 각 구성별로 시작 시기만 명시한 것은 초기 작업을 시간이 지나 새로운 매체로 다시 풀어내고, 한 작업을 수 년에 걸쳐 개작하는 작가 특유의 방법론을 고려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전시공간을 통해 ‘사실성’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점진적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황재형, 황지 330, 1981, 캔버스에 유채, 176x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부 ‘광부와 화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려낸 탄광촌의 노동자와 주변인의 인물 초상이 중심을 이룬다. 중앙대 재학 시절부터 그린 <징후>(1980), <황지330>(1981)을 비롯하여 3년간 광부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목욕(씻을 수 없는)>(1983), <식사>(1985) 등을 선보인다. 또한 1980년대 중반 이후 탄광촌의 폐품을 오브제로 사용하거나 철망이나 비정형의 합판을 캔버스로 활용한 작품들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1990년대 이후 탄광촌에서의 경험을 반추하며 제작한 작품들도 함께 소개한다.

 

황재형, 백두대간, 1993~2004, 캔버스에 유채, 206.5x496cm. 작가소장

2부 ‘태백에서 동해로’는 황재형이 1980년대 중반 광부를 그만두고, 1989년 시행된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폐광이 늘어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관조자로서 삶의 터전을 바라보는 1990년대 이후 시기를 담고 있다. 탄광촌뿐 아니라 강원도의 대자연을 그린 풍경화로 구성된 2부에서는 작가의 신체와 현장 사이의 거리가 다시 멀어지면서 생겨나는 시야의 확장을 보여준다. 석탄가루와 오물이 흐르는 탄천 위로 노을이 지는 풍경을 그린 <작은 탄천의 노을>(2008), 폭 5m에 달하는 <백두대간>(1993~2004) 등을 선보인다.

 

황재형, 알혼섬, 2016, 캔버스에 흑연, 112.1x162.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3부 ‘실재의 얼굴’은 2010년대 황재형이 지역을 벗어나 초역사적 풍경과 보편적인 인물상을 그리고, 1980년대에 천착했던 주제를 머리카락을 이용해 새롭게 풀어내는 시기를 담고 있다. 화면에는 탄광촌의 광부와 주변 풍경이 재등장하는 한편 세월호나 국정농단 사건과 같은 동시대 이슈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은퇴한 광부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아버지의 자리>(2011~2013), 유화로 그린 광부의 초상을 머리카락으로 새롭게 작업한 <드러난 얼굴>(2017), 흑연으로 역사의 시간성을 표현한 <알혼섬>(2016) 등이 공개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광부화가 황재형이 그려낸 사실적 인물과 광활한 대자연, 초역사적 풍경은 오늘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며, “《황재형: 회천回天》은 지난 40년 동안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현실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 그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한국 리얼리즘의 진면목과 함께 미술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30-8.2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황재형 작가

황재형(1952~)

 

1952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난 황재형은 1982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이하 ‘임술년’)은 1970년대 말, 중앙대학교 회화과 복학생이었던 황재형, 박흥순, 전준엽, 이종구 등이 주축이 되어 1982년에 시작한 민중미술 단체이다. 그룹명은 임술년(1982년)이라는 시간성과 구만팔천구백구십이(당시 대한민국의 총면적)라는 장소성, 그리고 ‘에서’라는 어미가 내포하는 출발의 의미를 지닌다. ‘임술년’은 1982년 덕수미술관에서 창립전을 열었다. 사실주의적 표현, 작품의 완결성, 대형 캔버스의 사용 등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다섯 번의 정기전과 네 차례의 지방 전시를 연 뒤 1987년 해체하였다. 창립전에는 1982년 제5회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황지330>(1981)을 출품하였다. 이후 강원도에 정착하여 3년간 광부로 일하며 탄광촌에서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목욕(씻을 수 없는)>(1983), <식사>(1985) 등의 초기 대표작들을 발표한다. 광부 생활이 한창이던 1984년 첫 번째 개인전 《쥘 흙과 뉠 땅》이 서울 제3미술관과 광주 아카데미 화랑에서 개최되었고, 이 제목으로 2010년까지 일곱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1991년 가나화랑에서 열린 네 번째《쥘 흙과 뉠 땅》에서는 탄광촌의 폐품을 오브제로 이용한 작업을 발표하였다. 1990년대 들어서는 폐광촌의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강원도의 대자연을 그려내면서 공동작업실·태백마당·사랑의 집 운영, 마을벽화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이때 제작된 주요 벽화로는 고한성당(1992, 1994), 태백 칠표 목장(1995), 황지 천주교 성당(1996) 등이 있다. 2010년대 들어 머리카락으로 이전 주요 작업을 새롭게 풀어내거나 동시대 사회문제를 다루는 비판적인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1993년, 2013년 민족미술상, 2016년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장작가이며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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