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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로로 대표되는 국공립이 아닌 일반 연극계의 화두는 연극인들의 품앗이관람(?)이다. 비교적 일반 관객들의 참여가 많았던 80-90년대 까지의 연극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일반 관객들을 연극인들이 돌아가며 혹은 내 작품에 와준 감사로 서로 보답하듯 관람하는 것으로 보답관람이 없을 경우 인간적 관계에 금이 가기도 하는 슬픈 현실이다.
이렇게까지 된 데는 좋은 작품으로 일반 관객들 혹은 매니아층을 공략하지 못한 연극인들의 잘못도 있지만, 예술가들은 배제된 체 논공행상에 가까운 비전문 낙하산 문화예술 수장들과 그들의 구미에 맞춘 테이블에서 예술을 기획하는 공무원들의 지원금을 가지고 예술가들을 휘두르는 탁상행정이 연극이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에 연극인들은 비전문 문화예술담당자들을 예술가로 바꾸고 비전문가인 예술담당공무원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공공극장의 대관사업과 지원금제도를 “공공극장의 제작극장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과 그에 발을 맞추는 일부 예술가들은 정부 예산의 삭감을 핑계로 예술가들을 옥죄는데, 실상 공공극장의 제작극장화는 예산상으로도 현행 지원금제도보다 더 필요하지 않다. 바로 이것이 정권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어 온 지원금 제도보다 예술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되리라 본다. 실제로 이제는 사학재단과의 임대료문제등으로 폐관이 되고 말았지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와 삼일로 창고극장 등 공공제작극장의 성공적인 예시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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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공극장의 제작극장화가 보다 나은 창작 환경을 만들어 주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일반 관객들의 호응을 얻긴 힘들다. 연극인들 스스로 등을 돌린 연극 관객들의 발걸음을 다시 돌릴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영화를 예로 들면, 스크린쿼터의 축소, 폐지와 함께 1988년 올림픽때 만들어진 헐리웃 영화의 직배사 UIP-CIC등의 설립을 정부가 허용하고 만 이후 89년까지 수많은 시위와 투쟁 그리고 바람직하진 않지만 극장에 뱀을 풀어 놓는 등의 사고까지 있을 정도로 한국영화의 고사위기를 겪었던 영화계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헐리웃을 넘나드는 우뚝선 위상을 확보했다. 연극계도 더 늦기 전에 우리 영화계를 케이스스터디해야 한다. 우리의 이야기로 세계와 경쟁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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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센터의 폐관을 계기로 우리 현재 연극계를 돌아보면 그 태생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강제 합병된 일본제국주의의 지배를 받는 바람에 일본을 통해 신파극, 신극, 사실주의 연극이 같이 들어오는 바람에 그 시작부터 여러 가지가 혼재된 기형적 사실주의 연극이 우리 연극계를 지배하여 그 영향력이 아직도 끼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아마도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리얼리즘연극이 잘못됐다는 얘긴 아니다. 우리 연극 관객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일에 관대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맞을 것이다. 이는 연극을 하는 우리들도 착각을 하는 부분들이 있다, 리얼리즘 연극과 “리얼하다”라는 말의 차이를 구분을 못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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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연극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연극부터 리얼을 추구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리얼리즘연극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극에 반기를 들었던 메이어홀드가 버추얼 리얼리티란 말을 가장 먼저 사용했다. 거장들도 자신만의 리얼을 추구했던 것이다.
희곡, 배우, 무대, 연출, 조명, 음악과 음향 등의 연극의 모든 제 요소들은 리얼함의 직접 혹은 보조를 위해 존재한다. 그중 가장 리얼을 원하는 요소는 물론 관객일 터. 공연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의무는 공연 순간에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관객을 움직이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던 배우들이 움직이던 간에 무엇이던 움직여야 연극예술이 비로소 완성이 된다. 그 움직임을 만드는 작업에 소홀해선 안된다. 그 첫걸음은 다양화다. 그리스비극, 셰익스피어비극, 체홉의 연극 등 명작들도 공연되어지고, 우리의 연극도 공연되어지고, 미쳤다 싶은 실험극들도 공연되어져야 연극의 살길이 마련되어진다.
이달엔 추상화가 이안 리의 개인전과 <이유는 있다> 등의 몇 편의 연극을 보고 다소 아픈 마음에 염원을 담은 글을 쓴다.
김상진 (공연연출가)
김상진 공연연출가 themove9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