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멸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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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화군은 ‘불을 멸한다’는 뜻인가? 조선의 소방관이 멸화군(금화군)이라 불렸었다고 한다. 역사 기록을 보니 1426년(세종8년) 한양 도성 안에서 일어났던 대화재를 계기로 소방을 담당하는 금화도감을 설치하고 ‘멸화군’이라는 소방관을 두게 되었다. 이후 멸화군은 존폐를 반복하며 변화됐다. 뮤지컬은 이 기록들에서 아이디어를 비롯됐다.
2017년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을 통해 리딩 공연으로 개발, 2020년 창작산실-올해의 신작 후보로 선정되어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수정을 통해 올해 대학로 TOM1관에서 초연 무대를 올렸다. 임채리 작가는 인터뷰에서 대극장에서 소극장 공연으로 대본을 바꾸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장르 면에서 기존에는 불의 활극 재난물이었다면, 불을 막아내는 범죄 추적물로 바뀐 것이다.
코로나19 이후로 극장 입장에 문진표 작성, 체온 측정 등으로 시간이 제법 걸린다. 로비에서 배우의 사진을 보며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줄 서 입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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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열리고, 이경수 배우는 목소리가 굵고 힘이 느껴져 멸화군 대장의 풍모가 느껴진다. 멸화군 대장 중림은 자신의 동료인 만수를 대화재로 잃고 연쇄방화범을 몰래 추적하는 인물로 작품의 중심인물이다. 또한, 천수 역의 황만수 배우가 멸화군이 되고자 하는 장면에서 멸화군의 훈련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해 중림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천수, 천수는 바로 중림의 동료로 화재진압 중에 죽은 만수의 동생이다. 천수는 형을 잃게 한 불을 자신이 멸하고자 하는 열정을, 중림은 그런 천수를 만수처럼 잃게 될까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연쇄방화범의 밀지로 인해 해소되면서 함께 연쇄방화범을 찾는데 힘을 쏟는다. 이렇게 중림과 천수가 극의 중심 흐름을 보여준다면 멸화군 선임 강구와 칠복 두 명은 소소한 에피소드와 웃음을 주는 역할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시간적 제약 때문인지 웃음 코드가 부족했는지 많은 재미를 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밀지, 화재의 흔적, 의문의 여인 등 극의 흐름은 한 여인으로 향한다. 연쇄방화범인 연화의 등장과 그녀와의 알 수 없는 관계를 보여주는 중림, 중림은 불로써 가족의 복수를 하려는 연화를 설득하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이 지른 불과 함께 멸한다. 그리고 화재로 인해 진정한 멸화군으로 거듭나는 천수의 모습에서 뿌듯함이, 자신을 희생해 불을 멸한 중림에게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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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전체 스토리가 인물의 개성을 중심으로 굵직하게 흘러 박진감이 넘쳐 지루할 틈이 없고, 박력 있는 넘버로 귀가 즐거웠다. 거기에 무대 전체를 활용한 조명으로 화재의 효과를 나타내는 부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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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인물과 인물 간의 접점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달까. 중림과 죽은 만수, 만수와 천수, 중림과 천수, 중림과 연화 등등 인물간의 상호관계를 좀 더 보여주고, 이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부여한다면 더욱 리얼한 생동감이 입체적으로 보여질 것 같다. 공연 내내 긴장감에 두 손을 모아지고 노래를 듣던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몰입하며 커튼콜에서 격정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뮤지컬 <멸화군> 10.5-2021.02 TOM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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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