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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결산-국악] 위드 코로나: 위기와 기회, 질주와 성찰의 국악

기사승인 2022.02.22  06: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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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계, 젊은 세대들의 외침과 현장의 목소리 성찰 불러

국립국악원 70주년, 기념공연. 행사들 진행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오픈 등 국·공립 안정적 공연

예술가들, 지원사업으로 버텨....예술생태계의 어려움

포스트 코로나, 영상. 기술 대비해야

 

코로나는 여전히 2021년도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백신도 개발되었지만 코로나의 일상화, 위드 코로나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무관중 랜선 공연이 여전히 대세인 가운데 거리두기 공연에도 반밖에 열리지 않은 객석은 얼리버드가 아니면 티켓을 구하기 어렵다. 준비한 공연이 코로나 확진자로 취소되는 일이 번번한 공연장의 풍경은 감염병의 두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선언적으로 보여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tD2SMtx24j8

 

국악계를 대표하는 국립기관인 국립국악원은 70주년과 새 수장을 맞아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국악원 내외부의 필진으로 구성되어 준비한 국립국악원 70주년사 발간, 기념공연, 국악박물관 미공개소장품 전시, 불후의 명곡, 천년의 결이 숨 쉬는 음악, 야진연, 70주년 기념공연과 연말의 종묘제례악 공연까지, 사전 기획되었다가 취소된 해외공연을 제외하고는 거리두기 객석을 운영한 가운데 대부분 차분히 진행됐다. 코로나의 여파로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된 일년 전 국립극장의 70주년에 비한다면 준비한 행사를 다 치른 셈이니 국악원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을 것이다.

2020년 코로나로 70년 행사와 준비한 대부분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지 못했던 국립극장은 해오름극장의 리모델링 오픈으로 공연계 전체의 관심을 받았다. 개관이 미루어지면서 개관을 위해 준비했던 <이음음악회>는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흘간의 공연을 통해 시대, 세대, 젠더를 어우르는 기획으로 모처럼의 활기를 되찾았다. 해오름극장의 성공적인 리모델링은 앞으로 새로운 국립극장의 역사를 그려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준비한 창극이 출연자의 코로나 감염으로 취소되는 등 순탄치는 않았다. 임기를 마친 수장 자리는 아직 비었지만 창극<홍보전>, 관현악 <천년의 노래>, 무용<다섯 오>, <명색이 아프레걸> 등 수작을 무대에 올리며 국립극장의 미션을 수행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w4O4amfALU

코로나는 예술계에 더욱 가혹했다. 

이미 라이더가 된 예술가가 많다는 말은 예술생태계의 어려움을 반증한다.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공연을 하고 학교강의나 예술교육 등의 방편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예술가들에게 일방적 교육취소는 삶의 터전이 없어진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2년간의 공백을 견디며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예술가들도 매우 지쳐있기는 마찬가지다. 공연지원금이 영상지원으로 전환되어 많은 국악 영상작품이 탄생한 일 정도가 코로나 시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포스트 코로나의 논의들은 코로나 이후의 변화한 세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 시기 온라인, 영상, 기술 등 초스피드로 변화하는 세계 안으로 들어가기를 포기하거나 주저하거나 혹은 이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대비하지 않은 예술가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 시기 가장 빠른 속도로 영상을 생산하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보여준 분야가 국악이다. 이날치 밴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궁중문화축전같이 기존 축제나 공연에서 아름다운 영상작품을 남긴 것은 현명한 극복 방식이었다. 이미 한해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작품의 양보다 질로 관심이 옮겨졌기 때문인데 이후 이들 영상이 국악의 향유에 있어서 어느 시점에 어떤 파급력을 미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백신의 보급과 함께 굳건히 닫혔던 국제교류의 문도 잠시 열렸던 한해였다. 유럽으로 시작해 미국으로, 지난해 미뤘던 페스티벌 초청을 잠시 열린 틈으로 다녀온 밴드들이 있다. 10주년을 맞은 밴드 블랙스트링은 짧은 일정의 유럽투어를 다녀왔다. 동양고주파는 미뤄두었던 워맥스 쇼케이스와 유럽의 페스티벌 초청도 소화했다. 악단광칠의 미국 투어는 성공적인 npr tiny desk의 출연으로 마무리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MMxt2L5cHs

국내에서 열리는 서울아트마켓은 자가격리 등의 어려움 속에 소수의 해외 델리게이츠를 초청하고 쇼케이스를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하는 하이브리드로 진행했다. 서울아트마켓의 대표적인 전통음악 프로그램 ‘저니 투 코리안 뮤직’은 작년 온라인 개최의 아쉬움을 넘어 6인의 해외 델리게이츠를 초청하여 국악 해외진출을 위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국내에서 국제교류의 중심이었던 전주소리축제와 ACC 월드뮤직 페스티벌은 자가격리의 부담으로 해외 아티스트는 초청하지 못했지만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온라인 실시간 콜라보 텔레마틱 공연, 온라인 레지던시, 이머시브 공연 등 다듬어진 능숙한 솜씨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해외의 아티스트들과 소통하고 연대하고 교류하였다.

 

 

국악스타와 MZ세대 예술가들

 

이날치밴드, 조선판스타, 풍류대장 등 열기

세대와 계층 넘어 확산 기대

MZ세대 예술가 신노이, 삐리뿌, 해파리, 오드리, 동양고주파 등 주목

돈화문국악당 <산조대전>, 시대의 예술 선언

국악계, 젊은 세대들의 외침과 현장의 목소리 성찰 불러

 

이날치밴드와 국악 스타 탄생

 

2021년의 시작은 이미 2020년부터 불어온 이날치 밴드의 열풍이었고 끝은 조선판스타, 풍류대장이 탄생시킨 스타들과 미디어의 국악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럼에도 국악 공연이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릴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관객들로 가득찬 풍류대장의 올림픽 경기장 공연장의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국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일시적 여파라고만 치부하기에 관객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현장 관객들을 보고 난 후 어쩌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방송을 통해서건, 언제라도 재생 가능한 유튜브 인기 영상을 통해서건, 재능 넘치는 국악계 무림 고수들의 스타 탄생이 예상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hQX0LSTsDk

 

 

김준수 - 뱅뱅뱅 X 수궁가 ♬ 〈풍류대장 (poongryu) 12회〉

https://www.youtube.com/watch?v=1DNBO5tR0N4

대중미디어가 견인하는 국악 열풍과 결이 다른 MZ 세대 예술가들의 꾸준한 작업도 눈에 띄었던 한 해였다. 이들은 현장공연, 온라인, 해외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작가적 지향의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친다. 패러다임의 변화 한가운데 이들은 숨고르기를 마치고 자신들의 음악 생산에 주저하지 않는다. 앞서 간 블랙스트링, 이희문, 잠비나이, 악단광칠과 같이 타 장르와 협업하되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경계 위의 음악을 통해 국악 밖의 세상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신노이, 삐리뿌, 해파리, 오드리, 동양고주파 등 MZ 세대의 예술가들이 유독 눈에 띄었던 한 해였다.

신노이(SINNOI) - 심방곡(SIMBANGGOK)

https://www.youtube.com/watch?v=9xz7dPlAqlw

 

그렇다고 해서 국악의 지향이 하나의 길로만 향하지는 않았다. 국악의 근간에 대한 천착과 물음은 오히려 성숙해지고 깊어졌다. 44인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산조를 펼쳐 보인 서울 돈화문국악당의 <산조대전>은, 더이상 국악계가 “보존”과 “전승”을 목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산조가 시대의 예술이며, 예술가의 음악임을 선포한 은밀한 외침이었다. 스승에게서 전승받은 산조 외에 자신의 산조 가락을 발표하는 예술가들은 “평생 공력으로 수련한” 중견 예술가만은 아니었다. 생황으로 새롭게 탄생한 산조는 분명 시대의 음악이다. 가장 전통적인 장르에 새로운 해석과 흐름은 전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오랜 물음에 대한 답이다. 위기가 가져온 성찰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m_e_3f_fwE

2021년은 국악계 내부 질서에 균열이 조금씩 가시화되기 시작한 해이기도 했다. 국악을 둘러싼 기존 권력과 무능한 선배들을 향한 후속세대들의 외침과 현장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국악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기 시작하자 지원금 제도를 둘러싼 기초예술범주의 재논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점차 어려워지는 예술생태계에 대한 논의도 진지하게 시작되었다. 예술가의 사회적 발언의 필요성도 국악계 내부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젊은 국악은 미숙한 국악이 아니다. 신선하고 개성 있는 동시에 깊이 있고 책임지는, 젊음으로의 세대교체이다. 당장의 인기가 영원히 국악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는 이는 없다. 위드 코로나의 위기는 질주와 성찰로 국악계를 성숙시킨다.

 

글 김희선

(국민대학교 교수,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국제전통음악학회 동아시아음악연구회장)

 

김희선 국민대학교(교양대학)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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