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합창단 105 정기연주회 (2022.6.23. 제주아트센터) |
음악사의 흐름과 낭만시대 지휘자의 출연
음악사적으로 볼 때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에서 지휘자의 출연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500년대 종교음악 중심의 르네상스시대와 1650년대 바로크시대, 1750년대 고전시대의 음악을 지나 1830년대 낭만음악시대로 접어들면서 음악의 양식은 변화와 혁신을 거듭한다.
낭만음악시대를 열었다고 하는 베토벤은 하이든, 모차르트 시대의 정형적이면서도 단순한 구조에서 벗어나 악기편성이 확대되고, 다양한 음악적 표현이 확장되고 선호하면서 피아노소타나와 기악협주곡과 다양한 편성의 교향곡 등을 작곡하였다. 그의 이러한 작곡과 음악활동은 오케스트라의 활성화와 직업음악인들의 출연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1800년경 당시는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지휘자의 역할을 하였으나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음악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문적인 지휘자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후 전문 지휘자는 단원들 앞에서 음악의 세밀한 부분의 해석과 음량의 밸런스 조절 등을 지시하면서 전체 오케스트라를 통솔하기 시작하였다. 지휘자의 이러한 음악의 해석과 트레이닝은 각자의 음악관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으로 탄생되기도 하였고 지휘자의 역할은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베토벤은 교향곡 연주 등에서 자신이 직접 지휘를 하면서 포르테가 나오면 보다 격한 몸의 움직임으로 악상을 표현하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오케스트라의 단원을 통솔하였다고한다. 반면 멘델스존은 깔끔하고 정교한 지휘 스타일로 관객과 음악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베를리오즈는 메트로놈처럼 정확한 비트가 유명하였다고한다. 반면 바그너는 자유분방한 비트와 음악적 표현으로 같은 음악일지라도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되었다.
공립합창단의 성공적 공연을 위한 조건
지난 6월말 제주도립제주합창단의 105회 정기연주회가 제주아트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위드코로나 상황으로 전환되어 1천석에 가까운 객석에 약 300여명의 관객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고 ‘사랑의 시와 입맞춤의 노래’라는 타이틀은 105회 정기연주회가 가지는 의미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조금 어색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서양음악의 기본적인 3요소는 리듬, 가락, 화성이다. 이는 초등학교부터 교육받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이외에도 완성도 있는 좋은 공연을 위해서는 연주단의 피치와 인터벌, 공연장과 출연단체와 솔리스트들과의 하모니와 앙상블, 성악가와 반주자, 지휘자와의 호흡 등은 더욱 중요하였지만 공연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반면, 제주출신의 유명성악가와 콘트라베이스와 모듬북 등 다양한 출연진과 프로그램은 시민을 위한 긍정적인 면으로 다가왔다. 다만 며칠 전 서귀포예술의전당 공연에서의 캐스팅과 같은 상황이라서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유럽과 미국 세계 어느 나라이든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서는 공연 전 기획단계에서부터 공연 종료 후의 피드백단계의 마지막까지 완벽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기획은 담당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음악감독이나 지휘자가 진정한 기획자 역할을 한다. 이는 공연의 컨셉설정, 시간과 요일, 공연 시간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연장소의 사운드와 컨디션, 연주단체의 밸런스 체크, 홍보물의 디자인과 언론 및 시민의 관객 홍보까지 전 분야를 포함한다. 또한 공연의 타이틀에 맞는 연주곡 프로그래밍, 이에 적합한 캐스팅, 앵콜 연주곡, 공연 종료 후 시민에 대한 로비 인사 서비스까지가 일련의 공연기획의 기본적인 프로세스이다. 이외에도 결과보고서와 피드백 정리와 평가 등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서는 위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고민 해야한다.
변혁을 위한 방법 지휘자와 시스템
제주도립예술예술단은 제주도내에서 가장 크면서도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전문예술단체이다. 총 5개 단체 270여명이 활동하면서 매해 약 13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기도 하다. 제주에서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면서 제주 문화예술분야의 가장 최상위 전문가 집단이다. 그 중에 음악분야가 4개 단체이고 1개의 무용단으로 구성되어있다. 음악분야가 많은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공립예술단체 무용, 연극, 국악단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관련 전문예술단체가 있어야 한다.
제주합창단 또한 그 역사가 30년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발전하고 도약하는 단계가 아니라 최상위의 연주 기량을 통해 시민과 관객을 감동시켜야 할 때이다. 발레나 오페라, 뮤지컬 등 좋은 공연이나 유명 출연자의 공연에는 전석 매진되고 있는 것이 제주 공연계의 현실이다. 그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이러한 시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휘자와 연주단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행정과 관련기관의 애정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제주도의 관련법 개정과 보완, 운영조례와 법규 등을 검토하고,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을 해주어야 한다. 좋지 않은 공연의 피해자는 결국 연주단과 시민에게 다가온다. 제주도립예술단의 진정한 성장과 발전을 기원한다.
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
(제주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제주국제관악제 전문위원, 한국지역문화학회 이사)
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 제주아트센터 공연기획. 제 themove9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