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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_2024 광주비엔날레, 인류세 변이 전하는 변방의 다양한 소리, 파빌리온 효과 등 풍성, 판소리 연계는 체감 어려워....

기사승인 2024.11.14  1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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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대 31개 파빌리온 효과 높아, 국제 문화예술 교류의 장 역할

소리가 공간을 정의하는 방식 

21C 예술가들이 전하는 세상 모든 존재들의 “울림"

 

지난 9월 6일, 개막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한국 전통 음악인 ‘판소리’를 현대의 역사 언어로 재해석한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광주 전역에서 12월 1일까지 86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판소리의 서사적 요소와 깊은 관계를 맺는 전 세계 변방의 소수- 환경, 생태, 여성, 비인간 등- ‘타자의 목소리들을 발산하며 공동체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장치를 담았다. 30개국 72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본 전시와 다양한 국가, 기관이 참여하는 31개의 파빌리온이 광주 전역에서 전개하며 광주는 동시대 미술향연의 장이 됐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동시대 공간이자 모두와 관계되어있는 공간, 전환의 시대를 맞은 전 지구적 위기를 담론의 중심에 놓는다. 환경 파괴, 기후 변화, 거주 위기 등 포화된 행성인 지구에서 일련의 현안이 된 공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현재 발 딛고 있는 ’지구‘라는 공간을 어떻게 조직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정착과 생태계 보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한다. 

01 부딪침 소리 feedback effect_캔디스 윌리엄스 Kandis Williams
니콜라 부리오 감독이 외신기자의 질문에 경청하고 있다.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예술감독은 “한국 문화의 토착적요소로 시작해 장소특정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싶었다”며, “그렇게 판소리를 발견했고, 이 간결하고 오페라적인 음악형식은 17C 말에 등장해 무속적 의식을 배경으로 유래돼 비(非)인간의 영역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소리꾼의 호흡과 소리, 고수의 북장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당의 관객들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오랜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장(場)으로 열린 공간에서 판소리는 한국 고유의 예술을 글로벌한 관점으로 조명해 발현한다. 

판소리가 독립적인 정서와 현대의 실체로서 어떤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작업의 경계가 어떻게 허물어지는지 추구할 기회를 제공하며 거대한 울림으로 들려온다. 

 

 

 

변방의 다양한 소리, 세 가지 유형 ‘울림’

 

3개 섹션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 공존 양림동

 

 

본 전시의 오페라적 핵심 요소들은 3가지 소리길로 안내한다. 

‘부딪침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라는 

세 가지 소리 패턴의 동선을 따라 

경험하며 인류세 변이를 목격하게 된다.

 

01 부딪침 소리 feedback effect_노엘 W. 앤더슨 Noel W. Anderson

 

 ‘부딪침소리’ (feedback effect)(전시실1.2) 

전시의 첫 문은 ‘부딪침 소리’ (feedback effect)(전시실 1, 2)로 나이지리아의 역동적인 도시 라고스 거리에서 녹음한 소리를 바탕으로 작업한 에메카 오그보(Emeka Ogboh)의 작품 (2022)이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으며 듣는 도시의 소음만으로도 라고스라는 도시의 성격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01 부딪침 소리 feedback effect_피터 부겐후트 Peter Buggenhout

피터 부겐후트(Peter Buggenhout)의 작품은 동물의 털이나 피 같은 유기물, 플라스틱과 고철 같은 합성물 등 흔히 폐기물로 분류되는 재료로 만들졌다. 

 

01 부딪침 소리 feedback effect_노엘 W. 앤더슨 Noel W. Anderson

노엘 W. 앤더슨(Noel W. Anderson)은 태피스트리에 사운드 설치를 결합한 세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사운드는 판소리와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가 섞여 흘러나오는데, 판소리가 서민의 음악이었던 것처럼 백인 우월주의 속 흑인의 존재와 투쟁을 상징하는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가 교차하며 소리의 연대를 이룬다.

01 부딪침 소리 feedback effect_미라 만 Mira Mann , '비람의 사물' (2024)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생 미라 만의 '바람의 사물'(2024)은 파독 간호사를 기리는 파노라마식 기념비다. 북, 춤, 노래에 뿌리를 둔 전통 음악 '풍물'을 함께 모여 연습하는 모습이 집결.그리움.소리적 반란이라는 참여적 실천으로 묘사했다.

 

 

 

02 겹침 소리 polyphony_필립 자흐 Phillip Zach

 ‘겹침 소리 ’(polyphony) (제3 전시실)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된 가운데 필립 자흐(Phillip Zach)의 (soft ruin)(2024)를 만난다. 작가가 산책하다 본 부화된 고치로 가득한 실크 거미줄이 공원의 나무들을 에워싸고 있는 장면과 옷을 공개적으로 교환하는 도시 문화인 프리 파일에 착안한 작품은 인간과 비인간, 폐기된 외피, 물질과 비물질을 관통하며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02 겹침 소리 polyphony_맥스 후퍼 슈나이더 Max Hooper Schneider

미국 출신의 맥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의 (LYSIS FIELD)(2024)은 분해된 유기 요소나 주운 물건, 합성 폐기물에 혁신적인 재료 기술을 결합한 설치 작품으로 동식물과 비인간 개체가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 생태학적 역동성을 탐구하는 슈나이더의 대형 설치작업은 인류세 이후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02 겹침 소리 polyphony_맥스 후퍼 슈나이더 Max Hooper Schneider
02 겹침 소리 polyphony_맥스 후퍼 슈나이더 Max Hooper Schneider

 

 ‘처음 소리’ (Primordial sound) (제 4,5 전시실) 섹션에서 작가들은 비인간적 세계와 이산화탄소, 최루탄 가스, 환경호르몬, 비말, 바이러스가 역사의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를 탐구한다. 포화상태의 세계에서 예술가들은 세계의 기원, 우주 창조로 시작을 넓혀간다. 

 

03 처음 소리 primordial sound_비앙카 봉디 Bianca Bondi

바닷물의 화학 반응을 이용해 일상적인 사물과 장면에 미시감을 부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 비앙카 봉디(Bianca Bondi)의 〈길고 어두운 헤엄〉(The Long Dark Swim)(2024)은 하얀 소금 사막과 식물, 의자 등 몽환적 풍경과 일상적 물건이 배치되면서 관객들이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작품에 빠져들며 공간에 대한 초감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03 처음 소리 primordial sound_도미니크 놀스 Dominique Knowles

봉디 작품의 뒤편에 널따랗게 걸린 도미니크 놀스(Dominique Knowles)의 대형 회화 작품 (The Solemn and Dignified Burial Befitting My Beloved for All Seasons)(2024)은 작가의 개인사에서 비롯된 말이 작품 중심 소재로 등장한다. 선사시대에 사용하는 빨강, 주황, 황토색의 색감을 사용하여 캔버스를 가로지는 말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그려내 인간과 말의 관계로 비롯되는 다종간의 우정을 담아낸다.

 

04 양림 소리숲 Yangnim resonance_김자이 Jayi Kim

 ‘양림-소리 숲’

 비엔날레 전시장 외에 광주의 유서 깊은 근대유산과 현대가 어우러져 있는 남구 양림동 8곳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일상적 삶의 환경 속에 작업을 설치해 그 속에서 삶의 터전과 예술의 공존 가능성을 실험했다. 김자이 작가의 (2024)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시도다.

 

역대 최대 31개 파빌리온… 국제 문화예술 교류의 장

22개 국가관, 9개 국제기관 참여로 확장

 

‘국내외 미술 및 문화기관 네트워크의 장’을 목표로 하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지난 2018년 3개 기관 참여로 시작해 2023년에는 9개로 증가, 창설 3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31개로 확장돼 광주 전역이 역동적인 동시대 미술로 활기를 띠었다.

 22개 국가관, 9개 기관 및 도시가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파빌리온으로 참여 주체가 국가로 국한되지 않고 독립적인 기관, 기획자, 도시가 참여해 다채로운 동시대 미술의 현안을 탐구한다. 

 

국가관으로는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미얀마, 네덜란드, 뉴질랜드, 페루, 필리핀, 폴란드, 카타르, 싱가포르, 스웨덴, 태국, 베트남 등 22개가 있으며, 기관 및 도시로는 스페인 예술, 아세안(한-아세안센터),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니온, CDA홀론, 한국국제교류재단-(재)광주비엔날레, 한국국제교류재단-영국문화원, 광주광역시가 참여했다. 다양한 주체 참여로 다층적인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만나며 흥미를 자아냈다. 파빌리온을 통해 ‘광주’라는 도시는 동시대 미술작품을 연결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국제 문화예술 교류의 장이 된다. 

 

또한 도시 파빌리온으로는 처음으로 광주 파빌리온이 별도로 《무등: 고요한 긴장》(광주시립미술관 3, 4, 6 전시관) 전시를 통해 광주의 정신과 발전 방향을 조망했다. 

카타르 국가관_올해 광주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했다.

처음 참여한 카타르 국가관은 중동의 기후문제와 여성들의 사회적 변화를 접할 수 있었고, 아프리카 국가관에서는 현대사회의 현상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카타르국기관에서 작가는 기후문제에 대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카타르국가관의 도슨트가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카타르국가관 작가들과 리셉션

 

에필로그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본전시와 함께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파빌리온의 다양한 주체 참여로 다층적인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광주라는 도시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국제 문화예술 교류의 장으로 자라매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비인간적 유기체들의 목소리와 생태와의 조응, 여성작가들의 저항의 외침 등을 담은 유의미한 가치가 주목됐다. 오늘날의 사운드와 기술에 대한 역동적인 관점과 예술적 실천에 대한 토론은 예술의 미래적 실천 가치를 탐색하는 장의 의미를 더했다. 

다만, 주제로 삼은 ‘판소리의 울림’과 연관해 한국의 전통 판소리와의 연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밀접한 사운드(오페라) 요소를 체감하기 어려운 점은 과제로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계속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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