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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국 장승들의 앤톨로기아, 삶의 환희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기사승인 2024.12.04  04: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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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10주년 <옹녀>! 색(色)깔있는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양기탱천, 정력강국, 성세태평, 청춘불로, 백년향수....

늙지 않고 영원히 청춘을 살 방법은? 기운을 북돋우며 인생 100세! 백 년을 기원하는 평온장수의 염원 글귀들이 방패처럼 즐비하다. 2014년 초연 이후 10년간 전국 16개 도시를 비롯해 해외공연까지 인기리에 공연하며 국민창극으로 자리잡은 <옹녀>(2024.9.13) 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왔다. 초연 당시, 창극 사상 최초로 ‘18금’을 표방했고, 공연 기간을 26일로 늘리며 화제를 낳았던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10주년을 맞아 9월 5일(목)부터 9월 15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했다. 창극의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대표 흥행작으로, 완성도를 높여 다시 관객을 찾은 것이다. 

10년 만에 다시 보니 재미는 물론, 더 세련되고 모던해졌다. 그동안 몇 번 수정을 거친 무대는 예의 익숙한 고선웅 연출의 긴 사각 목재를 활용한 간결한 공간 ㅡ 집의 뼈대만 살린 무대공간(뮤지컬 <홍도> 등)에, 2019년에 먹색 무대에서 변경된 초록색 배경의 무대는 마치 단색화를 연상케 하는 현대미술의 모던함이 융합된듯 색채감이 뛰어나고 골계미가 더욱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창극의 매력은 해학! 전국 팔도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장승들이 등장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표현하며 웃음과 재미를 높인다. 장승들이 변강쇠에게 당한 분을 삭이지 못해 복수를 모의하는 과정의 5장-'장승회의' 장면은 그야말로 창극에서나 볼 수 있는 재미 쏠쏠한 풍자의 하일라이트다. 세상의 온갖 병(病)과 약(탕약)의 대비, 대치 장면은 이 장의 백미로 웃음이 절로 난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불리지 않는, 잃어버린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재창작한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해학 가득한 작품이다. 색골남 변강쇠가 주인공으로 중심이던 판소리에서 ‘점’을 찍어 상대 여자역 ‘옹녀’를 주인공으로 부각시킨 재치있는 고선웅의 극본과 연출은 흥겨운 음악을 만나 현대창극으로 탄생했다. 옹녀는 팔자 드센 여자라는 운명의 굴레를 물리치고,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당차게 살아가는 여인 옹녀는 오늘날 현대 여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옹녀가 가진 적극성․생활력․생명력은 현대인 모두가 공감할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상’을 제시하며 공감을 부른다. 또한, 남녀의 성기를 묘사하는 ‘기물가(己物歌)’ 등 원전의 해학을 살린 웃음코드와 스피디한 전개는 재기발랄한 말맛의 흥취와 더불어 관객의 웃음보를 쥐락펴락한다. 원전의 소리를 살린 민요, 정가, 비나리 등 한국 전통음악의 작창.작곡은 작곡가의 역량으로 극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생황, 철현금 등 다양한 국악기의 연주는 풍성하고 화려하다.

 

 

 

색(色)깔 있는 창극 <옹녀>! 왜 강시 흉내를?

유태평양의 변강쇠와 새로 투입된 김우정 옹녀의 케미도 잘 어울리며 재미있고 특색있는, ‘색(色)깔 있는’ 창극 <옹녀>의 재미를 한층 돋운다. 무엇보다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꽤 많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장승이 주목된다.

그런데, 이 장승들은 왜 중국의 ‘강시’ 흉내를 내는 걸까? 특히 이번 공연에서 새롭게 제작해 업그레이드했다는 장승 의상은 어쩐지 중국풍인데.. 우리나라 <장승>은 조선 시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전국 각지에 세워졌다고 하며, 20C 초에는 장승이 없는 마을이 드물 지경이었다고 할 정도로 장승은 한국의 마을 수호신으로 한국 토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분명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한국적 의상을 고안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또, 유머라 하더라도 한국장승이 중국 '강시'처럼 행동하는 것은 해외무대로 진출하는 K-컬처 창극으로서 의아하다. 이 점은 창극의 레퍼토리로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옹녀>에서 반드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한편, 국립극장의 스테디셀러로 10년의 시간을 넘어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10일간의 공연 횟수는 아쉽다.. 창극 <옹녀>는 ‘차범석희곡상’ 뮤지컬 극본 부문 수상(2014)과 2016년에는 유럽 현대공연의 중심이라 평가받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에 창극 최초로 공식 초청되어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는 등 관록을 자랑한다. 또한, 초연 이래 서울·부산·대전·여수·울산 등 15개 도시에서 누적 공연 횟수 100회를 돌파, 누적 관객 4만 7천여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과연 국민 몇 명이 보았을까? 재미있고 작품성 있는 레퍼토리 명작으로서 ‘국민창극’이라 불리는 작품이라면 더 많은 관객을 위한 확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의 상황에 바추어볼 때, 다른 국립예술단체들의 공연에 비하면 (국립오페라단, 발레단이 정기공연 횟수 4회 인것을 감안하면..) 10일 간의 공연은 나름 할애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자체 전용극장을 갖춘 국립극장 소속 국립창극단의 스테디셀러 공연의 횟수로는 짧다... 공연 관계자들 외에 국민 몇 명이 봤을까? 10주년을 맞아 돌아온 <옹녀> 마지막 날 공연를 보며 공연의 유통과 확장을 생각한다. 피날레 무대에는 청춘불로! 성세태평! 휘장이 휘날린다. 즐거운 인생!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임효정(공연칼럼니스트)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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