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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리꾼 황애리 & 김나니

기사승인 2017.06.03  03: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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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소리꾼들이 ‘소리’로 전하는 <서편제>이야기

 

송화역 황애리(왼쪽) 와 김나니(오른쪽)

 

 

아하! 소리란 이런 맛

젊은 소리꾼들이 ‘소리’로 전하는 <서편제>이야기

 

소리꾼 황애리 & 김나니

소리극은 창극과 판소리와 어떻게 다른가? ‘소리극’이라 이름 붙은 소리극 <서편제>가 지난 4월 돈화문국악당의 초연 공연에서 전회 매진 기록에 이어 오는 6월 2일과 3일 남산국악당에서 재공연 무대에 오른다. 지난 공연에 앞서 돈화문국악당에서 만난 송화 역의 젊은 소리꾼 황애리와 김나니는 소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국악에 대한 생각도 당차고 똑 부러진 신념을 지닌 자부심 충만한 야심만만한 소리꾼들이었다.

‘판소리’의 매력이라고 하면 대개 부채 딱 펴고 무대에 홀로 당당히 서서, 북통 앞에 꼿꼿이 앉아 있는 고수와 함께 다양한 성음으로 변화무쌍한 즉흥성을 발휘하는 현장 그림이 떠오른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극은 창자와 고수 2인이 끌고 가는 음악 중심의 일인극 형태와 달리 다수의 창자가 극의 형태로 너름새(연극성)가 강조된 서양의 오페레타 같은 종합예술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소리극’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소리꾼 황애리

 

- 소리극은 창극과 판소리와 어떻게 다른가요?

김나니: 판소리는 살아있되 소설 서편제가 갖고 있는 캐릭터가 살아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창극에서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로 판소리가 있다면, 소리극<서편제>는 판소리 자체가 살아있는 극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대사는 대사로서, 소리는 소리로서, 소리꾼이 하는 소리로서요. 서정금 선배가 “장터에서도 들을 수 있고, 술 먹다가 한 자락 하듯이” 라고 하는 말처럼 사석에서 판소리 한 자락 들을 수 있고, 소리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훔쳐보는 유쾌한 시선이라고 할까요?

황애리: ‘소리’라는 장르를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듣는 장르로 진짜 '소리란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소리극 <서편제>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 <서편제>는 이미 영화로, 뮤지컬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소리극 <서편제>에서 특히 주목해서 봐야 장면이나 달리 봐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송화가 되고 싶다"

황애리: 93년도에 영화 <서편제>가 개봉했을 때, 제가 7살이었어요. 그 때 서편제를 보고 "송화가 되고 싶다"고 아버지를 졸라서 판소리를 하게 됐어요. 소리극은 왜 소리극이냐 하고 물었을 때, ‘소리’ 자체를 소재화 시켜서 담고 있다고 봐요. 도대체 소리가 뭐길래 눈을 멀게 하고, 관계를 끊게 하고 ..그런 인간적인 면이 더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김나니: 송화를 맡고 연습하면서 힘들었는데, 송화가 앞부분에는 천진난만하고 발랄하게 그려지다가 극이 진전되면서 점점 한을 갖고, 한의 정서와 고통을 안게 되고, 그리고 끝내는 그 한을 품고 살아가는 모습이 펼쳐지면서 수 십 년에 걸친 인생의 세월을, 희로애락의 그 변화하는 감정들을 어떻게 두 시간 안에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그러면서 인생의 온갖 슬픔과 기쁨의 감정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또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한(恨)’이라고 하는 것이 ‘그늘’이라고 하잖아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그늘, 그것이 판소리에 얼마나 투영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소리꾼이 소리에 대해서 품을 수 있는 깊이를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생성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소리극 <서편제>에는 밝은 송화부터 한을 품고 승화시키는 송화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나의 그늘은 뭘까? 한은 뭘까? 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거예요.

                                                       ”    - 황애리

 

황애리: 판소리하는 사람에게 대개 ‘한이 있느냐?, 득음 했느냐?, 피를 토했냐?. 폭포 밑에서 소리해봤느냐? 는 등의 고전적인 질문을 해오는데, 사실은 그 ’한(恨)’이라고 하는 것이 ‘그늘’이라고 하잖아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그늘, 그것이 판소리에 얼마나 투영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소리꾼이 소리에 대해서 품을 수 있는 깊이를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생성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소리극 <서편제>에는 밝은 송화부터 한을 품고 승화시키는 송화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나의 그늘은 뭘까? 한은 뭘까? 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거예요.

또, 영화<서편제>에서는 송화와 동호의 시간이 많지 않은데, 소리극<서편제>에서는 오빠와 여동생, 오빠와 아버지, 어릴 적 동호와 아버지가 옥신각신 하는 장면 등 동호, 아버지의 인간적 관계의 구성들이 디테일하게 살아 있어요. 사람마다 각자가 갖고 있는 그늘에 의해 ‘눈 대목’이 다를 수 있겠지요. 스토리와 드라마적인 이야기 - 인간적인 관계에 대해 뚜렷이 보고 있으면 다 주목할 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소리꾼 김나니

김나니 판소리의 매력은 눈 대목이 다르다는 것인데. 소리꾼인 저도 부를 때 마다 매번 달라서 그럴때면, 판소리가 삶의 이야기지, 삶 그 자체지 하고 생각하게 돼요. 소리의 맛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소리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공연을 보고 ‘소리란 이런 거구나’ ‘참 좋다’ 하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송화 역의 두 젊은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으로 청춘의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특히 소리를 잘 몰랐던 관객들도 좋아할 거라는 말은 그동안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소리극 <서편제>는 현재 120분으로 되어 있는데, 한 번의 공연만이 아닌, 국내 투어와 해외 버전(70분)까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팀원들 간의 분위기도 남다르다고 한다.

황애리 저희 극에서는 송화, 동호만 주인공이 아니예요. 모두가 주인공이고 배역의 분량도 비슷합니다. 감초역의 배우도 그렇고, 판소리가 그렇듯이 웃다가 울고, 울까 하다가 웃음이 나오고 한과 흥이 오가며 오미자처럼 다양한 맛이 있어요.

김나니 이번 서편제 팀처럼 소리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한 적은 없는듯 해요. 소리란 뭘까? 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소리꾼 아닌, 배우도 있어서 동호 역 2명이 뮤지컬배우라 북을 처음 잡아보는데 가르쳐 주면서 새롭게 배우고 있고, 이런 소통들이 재미있어요.

- 어릴 때 송화가 되고 싶어서 소리를 시작했다고 했죠?

황애리: 고향이 남원이라 아버지가 먼저 취미로 판소리를 배우셨어요. 맨날 북을 치고 소리를 하시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아버지가 부르셔서 따라해볼래? 하기도 하고, 또 가까이 국립국악원도 있고 환경적으로 국악과 접하기 쉬운 환경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영화<서편제>를 봤는데, 도대체 소리가 뭐길래 저럴까? 가슴에 뭔가 앵긴다고 하잖아요? 그런 게 왔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는 힘드니까 안 시키시려고 했는데 제가 졸라서 아버지 손을 잡고 국악원에 갔죠~ 이후 예고, 중앙대 코스를 밟아 25년째 소리하며 살아가고 있죠. 저의 아버지가 제게는 ‘유봉’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소리꾼 황애리 & 배우 안덕용이 연습실에서

 

소리꾼 황애리의 가족은 마치 서편제를 닮아 있다. 아버지는 여전히 소리에 대한 갈망이 있는 열렬 아마추어 소리꾼이고 동생은 한국무용 하다 싫다고 나가 지금은 문화기획하는 PD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김나니 국악 전공 예고 출신이 70프로인데, 저의 경우는 달라요. 부모님이 예고 가는 걸 반대하셔서 인문계 나와 6개월 전에야 한예종이 있다는 걸 알고, 3개월 만에 준비해서 한예종 진학하게 됐죠. 이후 20년째 되었죠.

 

- ‘한(恨)’ 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해볼까요?

황애리  ‘맺혔다’ 하는 표현은 극 안에서도 나오는데, 송화의 한은 원한이 아닙니다. 풀지 못한 한을 원한이라 한다면, 제각각 살면서 그늘진 면, 어두운 면, 풀지 못한 나의 트라우마, 숙제, 그런 것들이 마음속에 쌓이면 그늘이 되고, 한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저희는 무대에서 승화시키죠. 무대에서 소리를 하다보면 희열이 느껴지고 승화가 되고 풀린다고 할까요. 무대에서 소리를 안하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소리꾼인 저희의 한은 무대에서 그런 것들이 관객에게 사랑받고 물을 받으면 활짝 피어오르는 것처럼, 그것을 승화시키면 좋은 소리를 하지 않을까? 그럼 건강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밝은 소리, 그늘이 있는 소리의 밸런스가 중요한데, 흥과 한을 함께 갖고 있으면 애잔한 느낌으로 나, 너 우리가 공존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판소리는 가지각색 감정들이 묶여있는 복합체라고 할 수 있어요.

 

 

‘너는 꿈이 뭐냐?’ 고 묻는다면, 저는 정말 소리를 잘하고 싶어요. ‘득음’이란 걸 하고 싶다는 것이 소리꾼 김나니로서 꿈이예요. 지금의 젊은 소리꾼 김나니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 방송이나 그런 쪽으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제 꿈은 ‘명창’인 거죠. 그럼에도 지금의 저는 제 스타일로 그런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봅니다.

                                                                         ”   - 김나니

 

- 젊은 소리꾼들이니까 공유하고 싶은 국악계의 오랜 숙제이기도 한 국악의 대중화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젊은이들에게 국악을 잘 전달할 방법이 있을까요?

김나니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로 정답은 없는 것 같고, 큰 흐름의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에게 ‘너는 꿈이 뭐냐?’ 고 묻는다면, 저는 정말 소리를 잘하고 싶어요. 득음이란 걸 하고 싶다는 것이 소리꾼 김나니로서 꿈이예요. 하지만 지금의 젊은 소리꾼 김나니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 방송이나 그런 쪽으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제 꿈은 ‘명창’인 거죠. 그럼에도 지금의 저는 제 스타일로 그런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봅니다. 저의 또래 중에도 오로지 전통에 매진하는 소리꾼도 있지만.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모든 소리꾼이 다양한 소리꾼이 다양한 자리에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하다보면 호기가 올 것이라 믿어요.

 

황애리 보편적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보다 오히려 ‘국악 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를 더 심도 있게 부지런히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타킹이나 이런 방송 프로에 나오지 않으면 뜨지 못하는 시대에 와있다고 하지만 더 공부에 매진해서 음악을 게을리하지 말자고.

 

김나니 공모, 지원사업이 있으면 득달같이 달려가고 정보력도 발빠르고 한 걸 보면 열정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한데, 한편으론 과도기라서 ‘내가 어떤 가치관을 더 높게 두고 활동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예인들은 많은데, 저희의 바운더리가 열악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보다 다양한 무대, 다양한 장르, 다양한 예술인들이 보다 확장된 스펙트럼 안에서 특히, 젊은 소리꾼들이 활발히 노닐 수 있는 다양한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며 희망을 품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밝다. 관객들이 많이 찾아와 <서편제>를 통해 '판소리가 이런 맛이 있구나!' 를 경험하기를 권하며 초대 인사를 전한다. “뭐니 뭐니 해도 <서편제>죠!”

인터뷰 임효정 기자 사진 문성식

 

 

 

∎ 황애리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 졸업 제35회

춘향국악대전 일반부 판소리 부문 대상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

전인삼(춘향가) 사사, 박양덕(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사사

[공연] 국립창극단 15세나 16세나 (심청 역), 극단 미추 마당 놀이 30주년 (춘향 역)

국립 국악원 개원 60주년 국립 민속국악원 대표 브랜드 공연 춘향전 (춘향 역)

광주 대표 브랜드 재스민 광주 (무녀)-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가작

비엔나 페스티벌 Juliettttt (줄리엣 역) ,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온다 (심청 역)

국립극장 춘향이 온다(춘향 역), 전북 관광브랜드 뮤지컬 춘향 (춘향 역)

[정규앨범] “하찌와 애리” - 꽃들이 피웠네 1집 [출판] 이태원 주민일기

 

∎김나니

현) 성남시립국악단 상임단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사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문사 재학

[음악극]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10주년 기념공연 ‘휘’ (단이역), 거문고팩토리의 미인(소리꾼),

심난가 (심봉사, 심청, 심난역), 노나니의 1인극 현제와 구모텔, 이상한 나라의 엄지공주

세종문화회관 특별기획공연 천강의 비친 달 (소리꾼역)

[성남시립국악단] 가족뮤지컬 잡아라 동방삭(동방삭역), 시집가는 날(이쁜이역),

풍이금이의 소리여행(이슬이역), 개꽃나무(조막이역)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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