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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이건용 작곡가] 인연의 힘을 누가 막으랴?

기사승인 2017.12.07  1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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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용 작곡가

작곡가 이건용

 

“비승비속의 탄은 진실로 우스운 괴로움이다.” 시인 조지훈이 쓴 수필 ‘비승비속지탄(非僧非俗之嘆)’(신태양 1958년 가을호)에 나오는 말이다. 시인은 일제의 우리말 탄압을 피해 산사를 찾아 들어 불안한 심사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적 상황에 대한 탄식을 하고 있다. 통속적인 해학으로 웃다가 울다가 하는 오페라 <봄봄∙동승>이 딱 이러한 심경이 아닐까. 작곡가 이건용은 ‘비속(非俗)’에 대해 말한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날, 눈이 펄펄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작곡가 이건용을 만나러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날 오후 한예종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인연에는 피의 인연이 가장 강력하죠. 피의 인연을 나눈 사람이 엄마, 어머니인데, 인간이 그걸 어떻게 끊어요?”

오페라 <봄봄∙동승>의 작곡가 이건용은 인연에 대해 말한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못잊어 하는 어린 동자승의 마음은 애틋하고 절절한데, 사람이 인연만 따라 살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의만 따를 수도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겠죠. ‘비속(非俗)’이라고 하는 그것이 이번 작품의 테마인데, 이러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마음, 인간의 못나고 잘난 구석, 욕망, 쟁취, 투쟁, 복수.. 등 이런 갈등과 화해 구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것이 오페라의 매력이 아니겠어요?  <봄봄>의 테마는 “누가 봄을 막으랴?” 로, 이미 어른으로 성장해버린 다 큰 사람을, 청춘의 강력한 힘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봄봄>의 처녀는 결혼을 쟁취하는 것이고, <동승>은 그런 점에서 짝이 잘 맞지요.”

작곡가는 <봄봄>을 쓰고, 3년이 지나 <동승>을 완성하고, 이후 우리 문학 작품을 소재로 여름 <소나기>, 가을에는 <메밀꽃 필 무렵> 등의 사계절을 구성으로 하는 4부작 오페라를 해볼까도 생각했다고 한다.

 

오페라 <봄봄∙동승>에는 어떤 아리아들이 있을까요?

“주선율이 2개가 나옵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는 보이 소프라노로 이번에 새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소년이 막 뒤의 어둠속에서 그리움을 노래합니다. 다른 하나는 ‘엄마, 얼마나 부르고 싶었던 이름이냐’로 바그너의 유도동기처럼 여러 번 부르게 됩니다.

 

마치, 리골레토 질다의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Caro nome)' 처럼 '엄마, 그리운 그 이름' 아리아의 선율이 기대된다.

작곡가는 이 작품들을 쓰는 동기가 분명했다고 말한다.

“이걸 왜 쓰지? 하는 질문이 저한테는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하나의 레퍼토리를 만드는 것도 있지만, <봄봄>은 처음부터 목적이 뚜렷했어요. 중학교 강당에서 공연하면 좋겠다싶어서, 예전 만담꾼 장소팔, 고순자의 만담처럼, 아주 콤팩트하게 만들었는데, 실제로 경기도, 강원도의 중학교에서 많이 공연됐죠. 심술궂은 어른들을 골탕 먹이는 이야기라 학생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동승>은 이야기가 근사해서 당시 그 스토리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곡을 쓰게되었는데, 불교적 색채와 타이틀롤이 소년이라는 점 등으로 공연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초연 이후 많이 공연이 안됐어요. 이번에 국립오페라단에서 두 작품을 짝 맞춰 개작 초연작으로 다시 올리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동승>에서는 boy 소프라노 캐스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소프라노로 배역을 바꾸고, 원작에는 충실한 상좌승으로 나오지만, 이 오페라에서는 젊은 상좌승으로 미망인에 대한 연정을 느끼고, 동승에 대해 질투하는 캐릭터를 부여해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했다고 한다. 베이스가 주는 중후함과 소년 아리아 등 다양한 성악적 색채감이 풍부할 것 같다.

이건용 작곡가는 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으로 카메라타 등 창작 오페라에 대한 육성과 실험 등을 모색해오며 성과물을 통해 호응을 받기도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적 오페라에 대한 대표할만한 작품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 <봄봄∙동승>이 있구요, <달이 물로 가듯>은 좋은 예이고, 이종구의 <환향녀> 같은 작품은 언어를 다루는 방법에서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작곡가 입장에서 보면, 좋은 오페라가 나오기 위해서는 대본이 재미있어야 하는데, 재미있는 대본이 없긴 하죠. 오페라는 곡선이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동승의 입장에서 주지를 따를 것이냐, 욕망을 따를 것이냐의 갈등 구조, 우리 삶의 갈등 구조가 옮겨져야 하는데, 우리 창작오페라는 위인전이 많아 소모적이라고 생각해요. 대본과 음악적 구조, 언어까지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작곡가로서는 힘에 부친다고 할까요.”

그는 올해 라이프찌히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칸타타를 위촉 받아 <시편 음악회>를 공연하고, 서울에서도 공연(10.17 성공회대성당)했다고 한다. 이 달에는 매년 12월이면 무대에 오르는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왕자와 크리스마스>(12.22-23)에 이어 여름 레퍼토리 위촉을 받아 작곡한 요즘 아이들의 노래로 현대적 오페라 <오늘 날씨 맑음>(가제, 김미정 대본)을 내년 7월이면 볼 수 있다고 한다.

 

작곡가에게 오페라는 어떤 의미일까?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에게 물었다. 

“예전에 문호근 이란 작곡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 오페라는 공연 장르 중에 가장 강력한 장르다. 다만, 언어 전달이 문제다. - 그 당시에는 프로젝션을 할 수 없어서 그랬는데, 지금은 그것이 가능하게 됐죠.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매체는 말(언어)이고,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음악인데,  감정과 언어, 이 둘을 붙여놓은 것이 오페라니까 따라올 다른 것이 없지요. 장르적으로 뮤지컬은 좋은 음악 넘버들이 있긴 하지만, 음악을 축적하지 않고 뮤지컬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도식화 하니까 상투적이에요.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음악에 조금만 귀가 트인 사람이라면 오페라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임효정 기자  사진 문성식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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