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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좌담] 2018 독립무용가들의 생존 전략

기사승인 2018.01.10  08: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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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과 소통하는 무용의 방안은 무엇인가

 

 

feature_2017 춤계를 말하다② 

THE MOVE와 함께 하는 무용가 좌담회

 

참석자: 김보람(Gruop 춤 in 대표) 김종덕(춤에든 이사장, 창작춤집단 木대표)

김재승(마홀라 컴퍼니 대표) 이미희(서정춤세상 대표) 임효정(THE MOVE 편집장)

일시 및 장소: 11.21 3pm 대학로 카페장

사회: 이미희(서정춤세상 대표)

 

 

취지: 국내 무용계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장르간 경계가 무너지고 정보와 볼거리가 넘쳐나고 대학 무용과가 폐지되고 일자리 창출은 축소되어 무용의 입지가 점점 축소되는 위기의 상황에서 자생적 활로를 위한 무용협동조합이 잇달아 출범하며 변화를 예고한다. 지난 11월 8일 한국춤 분야의 독립무용가 8인이 모여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EFIC Dance Coop)’을 창립했다. 이들은 모두 각각 무용단 컴퍼니를 운영하는 독립 무용가들로 대학에 출강하고 예술단체 감독직도 수행하며 국내외적 프로젝트를 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과 상당한 작품 이력을 보유한 중견 무용수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용을 전업으로 안정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에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한다. 이에 자생적인 동반성장의 발판을 마련코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본지는 이들을 통해 현재 한국무용수들의 생존 전략과 대중과 소통하는 무용의 방안이 무엇인지 이야기 해보고자 좌담회를 마련했다. - 취재팀

 

이미희 (서정춤세상 대표)

 

 

이미희(사회): 대한민국 무용계가 위기라고 하는데, 무용인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와 시급한 현안 문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미래의 춤, 예술 그리고 인재들, 독립예술가들이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 하는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고 본다.

 

김재승: 공연하는 입장에서 관객개발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가야 할지 항상 고민이다.

김보람: 관객을 많이 모으려면 대중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영화, 뮤지컬과 달리 무용은 춤으로만 하는 거다 보니까, 무용인들은 공감하고 있겠지만 다른 장르와 협업해 공생해야 하는 게 아닌가싶다. 창작은 창작대로, 전통은 전통 나름대로 지금은 다같이 살길을 모색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종덕 (창작품집단 木 대표)

 

무용의 스펙트럼 확장은 산업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서와 춤사위를 현재화해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장르와 협업을 통한 예술성과 대중성을 확보한다면 한국 창작춤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리라 본다. 

                         ”   - 김종덕 (협동조합 춤에든 이사장)

 

김종덕: 제일 큰 문제는 무용수들의 입지가 점점 축소되는 것이다. 대학의 무용학과가 통폐합되는 것, 노조와 정부의 협약으로 무용수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어 순환이 안되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안되는 것이 가장 큰 위기다. 무용계 각종 포럼 등에서 주로 정책에 대한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사실 이보다 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지원사업을 심의하는 전문가들의 자기 성찰 또는 윤리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년도 평가가 낙제점인 기금 수혜단체는 최소 3년간 지원사업에서 제외되어야 하고, 심사위원이 비밀 유지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편파적이면 공적 지원심사에서 영구적으로 제명시키는 등 강력한 제도가 수립되어야 정책의 올바른 집행이 가능하다고 본다.

 

 

평가의 방식도 제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관객의 숫자만이 아니라 작품이 담고 있는 동시대성에 대한 내적 가치 등에 대한 질적 평가도 필요하다.

                   - 김재승

 

김재승 (마홀라 컴퍼니 대표)

김재승: 평가를 할 때 평가 방식에서도 제고 되어야 한다. 대개 작품의 질이나 해석보다도 관객이 얼마나 왔는가를 두고 작품을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 평가 시스템의 방식에서도 방향성을 다르게 해서 관객점유율 보다 그 작품이 현실에서 지금 시대를 어떻게 보고 해석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적 평가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종덕: 관객 점유율은 실제 평가부문에서는 10% 정도로 큰 부분은 아니다. 평가 항목의 여러 부분 중 일부분이다.

 

임효정: 예술가들이 지원사업에 너무 의존적 측면이 강한 것은 아닌가? 예술가들의 무대는 예술가 스스로의 예술적 창작열의 결과물로 혼신의 창의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여야 하는데, 요즘은 지원사업에 지나치게 목매는 것 같이 보이기도....

 

이미희: 무용은 종합예술이다보니 돈이 많이 들어간다. 독립예술가들의 창작열에 의해 쏟아내는 작품 활동이 너무 어렵다. 지금 현재 지원금은 10% 정도에 지나지않아 시너지가 될 뿐 지원금이 필요하다. 무용은 접근하기 어렵고, 친숙하기 어려운 분야다보니 대중과의 소통이 어렵고 티켓 판매율도 저조한 편이다.

 

김보람: 얼마 전 공연을 끝내고 정산을 해보니 이번에 서울문화재단에서 2천만원을 지원 받았음에도 조명, 의상비로 이미 다 썼더라. 조명 700만원, 의상 1100만원, 이렇게 나가다보니 실제 안무자와 무용수들에게는  돌아오는 게 없어 너무 힘든 실정이다.

 

임효정: 무대에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야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너무 많은 부가적인 요소들, 이를테면, 조명, 영상, 의상 등의 외연적인 부분에 치중함으로써 공연 제작비 상승을 초래하는 자기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몸동작이라는 무용의 고유한 장르적 특성이 오히려 부가적 요소들에 의해 약화되는 것은 지원사업에 의존함으로써 생겨나는 명암이 있다고 보여지는데?

 

김종덕: 그런면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지원사업의 주체가 어떤 사업을 선호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코드에 맞추다보니 작품의 다양성이나 차별화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사업의 방향성이 우선이 아니라 예술가의 창의성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예술성을 표현하려고 할때와는 다른 부분이 외부에서 그렇게 비쳐질 수도 있겠다.

 

 

김재승: 조금 다른 이야기 일 수도 있는데, 올해 솔로 작품으로 해외를 30~40회 다니면서 국내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리투아니아 갔을 때인데, 커피값이 2천원인 현지에서 기초공급수급자들의 한달 생활비가 80-90만원에 공연 관람료로 50만원 정도를 쓴다고 해 놀랐는데, 그들은 문화 자체가 달라서 오히려 그런 것을 이해 못했다. 공연을 보고 예술을 접하고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그들은 그걸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보고 뮤지컬을 보는 그 런 문화 와는 인식이 달랐다. 재미있는 공연, 재미없는 공연의 그 값어치를 다루고 이야기하는 포커스 자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예술을 대하는 인식이 그 시작점에서 우리나라하고는 좀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춤이라면, 딴따라 라고 하는 시각을 갖고 본다면, 그 나라에서는 춤, 움직임이라는 것 자체가 예술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되고 있었다. 스마트폰 등이 많은 일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몸으로 하는 일이 대단해지고 있는데, 그 단계가 우리나라에도 오긴 할텐데,,, 일단은 젊은 친구들이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이 달랐다. 티브이 방송도 재미있는 것 없고, 뮤지컬도 당연히 없고, 클래식을 주로 보는데, 젊은 친구들이 그 중에서도 무용을 많이 좋아했다.

 느린 것에 대한 지루함도 충분히 견딜 수 있고, 전시를 보는 문화, 이런 것들에 젖어있어서 생활에 바로 배어 있었다. 요즘은 프랑스만 해도 무용을 70대 할머니들이 보고 젊은이들은 안본다.  앞서 문화부장관이 정책적으로 주말에 공연만 하고 백화점 등도 다른 활동을 묶어 버렸기 때문에 할 게 없으니까 서커스 보러 가고, 부모님 손잡고 가서 어릴 적 봤던 공연을 보고 식당에서 토론하고 즐기는 프랑스의 그 관객들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 그러나 요즘 프랑스나 유럽의 젊은층들은 이제 공연을 안보고 다른 볼거리를 찾는다. 유럽도 관객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는 추세다.

 

김종덕: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또, 우리는 매니지먼트의 시스템이 안갖춰진 것도 문제고, 무용가에 대한 인식 등도 교육으로 바로 잡아야한다고 본다.

 

대중화 방안의 한 방편으로 오히려 고급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엄선된 무용가와 작품 위주로, 예전에 무용가 최승희를 보러 전국에서 찾아왔던 것처럼

                    - 김보람

 

김보람

 

김보람: 독립예술단체다 보니 대표 1인이 기획, 제작 홍보 마케팅까지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작품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안무만이 아니라 여러 행정적인 처리에 소모되는 시간이 많은 것이 문제다.

 

 

사회: 행정 시스템에 의한 춤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독립예술가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오면서 다양한 경험의 축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인 것 같다. 이제 협동조합 춤에든은 앞으로 한국무용협동조합으로 발레와는 또 다른 전통과 창작 사이를 오가며 활동해나가야 한다.

 

김재승: 처음 안무를 시작하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몰라 각종 공기관의 사이트에 회원가입 후 공모 안내 메일이 오면서 제안서를 내고 하면서 노하우가 생기고 떨어지면서 되기도 하고 친구들이 생기고 도움도 받고 그러면서 보완하고 계속하면서 노하우가 생기고 점차 나이지면서 주변의 친구들을 알게 되어 도움도 받고 하면서 해결지점이 생겨났어요. 저는 계속했어요

 

임효정 : 최근에 협동조합 설립에 참여하며 독립예술가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생태계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각오를 들어봤으면 좋겠다. (실제 경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와 노하우 등을 중심으로)

 

 

김재승: 한국무용 분야의 협동조합이 생겨 주변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데, 나중에 이런 모임이 있어서 한국무용에 조금이라도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젊은 무용수들도 참여해서 희망의 불씨 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미희: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16년 되었는데, 10년쯤 되니까 지원금을 받게 됐다. 여러 가지 설움도 많고, 감정이 복받치는데, 10년이 넘어가니까 동료도 생기고, 끈끈한 관계도 유지되고 있다. 발레처럼 조직을 갖춘 한국무용의 표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춤추기 가장 좋은 시기에 떠나거나 도태되는 독립무용수들이 안타까웠다. 2013년 예술복지재단이 생기면서 운좋게도 젊은 예술가 생존전략 프로젝트로 ‘예술가 길을 찾다’를 하게 됐는데, 그 때 만난 사람 중 몇몇은 남아서 지금까지 무용단 활동을 같이 해오고 있다. 이런 유의미한 사업은 계속되면 좋겠는데, 사업사원이 아니면 지속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다.

 

김종덕: 협동조합을 통해 각자가 갖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로 시너지 효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지원금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성으로 지속적인 레퍼토리 개발과 상품 개발 등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임효정: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방안이 있는지? 예술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은 무엇보다 예술가의 진정성이 담긴 좋은 작품이어야 하는데, 좀 원론적으로 ‘왜 춤을 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

 

김재승: 무대에 올라갔을 때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을 찾는 것 같아서 그것 때문에 계속 춤추고 있는 것 같다. 그 순간에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

김종덕: 무용의 입문 동기가 곧 '왜 춤을 추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국문학을 전공하다가 희곡을 공부하고 연극을 잘하고 싶어서 무용을 시작하게 됐다. 대사보다 몸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무용 학원을 찾아가게 됐다. 한달이 지나고 춤을 출수록 춤과 시는 유사성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춤은 서정성, 은유나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학에서 시와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시보다 더 큰 쾌감이 있다. 시는 이미 규정된 언어를 재조합하는 것이지만 신체언어라는 것은 각자의 가치관, 사상, 체격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만드는 것이 곧 언어가 된다. 거기서 오는 쾌감 때문에 춤을 추게 됐던 것 같다.

김보람: 대중화 방안의 한 방편으로 오페라나 뮤지컬 같이 고급화 전략으로 가야되지 않을까 싶다. 또 누구나 하지 못하는 감정이나 표현방식을 할 수 있는 엄선된 무용가와 작품 위주로 무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 최승희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전국에서 찾아왔던 것처럼.

 

김종덕: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우리가 고급화를 시킬 것인가를 선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용가들이 먼저 변화되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준비를 해야 한다.

 

 

교육이 중요하다. 렉처 같은 프로그램도 지원사업에 포함되면 무용의 확산과 대중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이미희

이미희

 

이미희: 교육이 중요하다. ‘신나는 예술여행’으로 소외지역 갔을 때, 전체 관객 중 국악이나 무용 공연 본 사람이 5명이 안되어 공연 전 설명을 하게 됐다. 지금 천안에서 하고 있는 렉처 프로그램 등의 확산을 비롯해 대중과 상황에 맞게 소통하려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오키나와에 공연하러 갔더니 일본은 항상 렉처를 하더라. 어업에 관한 이야기여서 우리는 해녀춤을 가지고 갔는데,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그들은 이러한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런 렉처 같은 프로그램도 지원사업에 포함이 되면 좀더 확산되어 대중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김종덕: 무용은 비언어 총체예술이라 난해하고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의 수용도 가능하다.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제2의 발레 부흥기를 이끌었던 것도 당대 최고의 음악가와 미술가, 패션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서였고, 태양의 서커스 역시 무용과 서커스를 결합한 결과다. 이러한 무용의 스펙트럼 확장은 산업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서와 춤사위를 현재화해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장르와 협업을 통한 예술성과 대중성을 확보한다면 한국 창작춤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리라 본다.

 

정리 강영우 기자 사진 문성식

 

*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EFIC DANCE)' 은 '쉽고-easy,  재미있고-fun 흥미로운-interest,

동시대의 춤 -contemporary Dance'을 표방하며 창립했다. 좌담회에 참여한 김종덕, 이미희, 김보람, 김재승 외에 한효림(부이사장), 김윤수(감사), 이혜경(이사), 김윤희(이사) 등으로 구성됐다.  

 

 

 

 

 

 

 

 

 

 

한요나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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