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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7 무용계 결산 _"2017 무용계를 돌아보다"

기사승인 2018.01.11  15: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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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무용단들 부진, 젊은 무용가 약진, 무용 생태계 변화 예고

 

KNCDC_제전악 장미의 잔상_안무 안성수_photo by Aiden Hwang

 

각종 무용공연 활발, 해외진출 호평,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등 국립무용단체들 작품은 혹평

젊은 무용가 약진, 생태계 변화 예고

 

 

2017년 무용계는 숨 가쁘게 달려왔다. 최근 몇 년 간 세월호 사고, 메르스, 탄핵과 정권교체 등 공연현장에 불가피한 어려움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2015, 2016년 공연들이 취소/축소되었던 것과 달리 올 해의 무용공연들은 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무용단에 공석이던 예술감독 자리가 채워지고, 각종 춤 축제가 정상 궤도를 찾았으며, 많은 무용작품이 해외 진출에 호평을 받았고, 젊은 무용가들의 개인중심 활동이 생태계변화를 대변하며 성과를 내기도 했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국립무용단들의 부진, 작품성 미흡, 정체성 제고해야

 

올 해 무용계를 좀 더 세분화 된 시각으로 돌아보자. 우선 국공립 그리고 시, 도립무용단들의 활동을 보면 세 국립 단체의 행보가 눈에 띈다. 1년이 넘는 공석에 어렵게 선임된 국립무용단의 김상덕 예술감독은 첫 신작 <리진>을 발표하며 국립무용단의 극무용 시대 부활을 꽤했으나 혹평을 면치 못했고, 국립극장이 사랑하는 비주얼 디렉터 정구호를 영입한 배정혜 안무의 신작 <춘상>역시 춘향전의 진가를 살리지 못한 미술위주의 작품으로 호불호가 나뉘었다. 이 두 신작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국립무용단의 올 해 공연 모두 높은 티켓판매율을 보였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국립현대무용단 역시 지난 해 선임된 안성수 예술감독의 첫 번째 신작을 올 해 9월 선보였다.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은 한국무용전공자들이 발레 테크닉으로 몸을 트레이닝 한 후, 팔은 한국무용 다리는 외국무용의 동작을 하는 안성수 고유의 춤 성격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한국적 소재를 동시대화 시키는 것이 세계시장에 대한 현명한 방향성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동시대, 즉 컨템포러리 댄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지하지만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목적은 늘 진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국립발레단은 안정적 레퍼토리공연들 후에 신작 <안나 카레니나>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연이은 독일출신 안무가들의 작품 선택에서 강수진 감독의 인맥과 안목이 슈투트가르트 시절에 국한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쉽게 접할 수 없는 레퍼토리가 우리 국립발레단을 통해 제작된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전국 시, 도립 무용단 가운데는 올 해 취임 첫 공연을 올린 인천시립무용단 윤성주예술감독의 <만찬-진 오귀>와 임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신작을 제작한 대구시립무용단 홍승엽 감독의 <EDEN>, 부산시립무용단에 2년째 재직하며 눈에 띄게 수준을 높이고 있는 김용철 예술감독의 활약을 인상적 활동으로 꼽을 수 있다. 올 해 막바지에 새롭게 선임 소식을 알린 광주시립발레단(예술감독 최태지)과 대구시립무용단(예술감독 김성용)의 내년 활동이 크게 기대 되며, 최근 몇 년 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서울시무용단이 언제쯤 재도약에 성공할지 응원과 우려의 마음을 갖는다.

 

 

안은미컴퍼니 <대심땐스>

 

너도나도 신작, 창작 앞다퉈_작품 부실

각종 지원 사업 불균형_창작산실 지원사업, 대관 문제 대두

소규모 무용가들의 결합_생활형 직업 무용수로

 

장르별 민간 무용단/무용가의 활동을 살펴보면, 역시 창작에 강세를 보이는 현대무용 장르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는 전통이나 기존 레퍼토리로 교육을 받아 온 한국무용, 발레 장르의 무용가들이 뒤늦게 창작 작업에 들어가며 불분명한 방향성, 안무교육의 부재 같은 문제에 부딪히는 것도 원인이겠지만, 현재 한국의 각종 지원금, 대관 심사에서 신작을 선호하는 현실 또한 현대무용장르에 유리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무용공연 지원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창작산실 우수작 지원사업’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9개의 작품만 보아도 현대무용 8작품, 발레 1작품으로 장르간의 불균형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 장르의 경우 흥행 불패로 불리는 <호두까기 인형>이나 가족발레 작품들은 성인발레 교실 열풍에서도 나타나듯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는 유니버설 발레단, 와이즈 발레단 등이 안정적 레퍼토리 운영을 보여주었는데, 이 중 <지젤>, <Baroque goes to Present> 두 편의 대형 신작을 제작하며 기량을 향상시키고 있는 와이즈 발레단의 활동이 주목된다. 김용걸, 정형일, 최진수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발레 안무가의 부재는 풀어야 할 숙제인 듯하다.

 

<경인> 안무 박순호

 

최근에는 개인화, 소규모화가 잘 팔리는 무용계 생태변화를 겪고 있다. 생계형 무용가는 이기적이라 흉 볼 대상이 아니며, 예술이 언제까지나 희생의 수혈로 연명되는 고귀한 것이 아니라 생활과 함께 가는 직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안은미 컴퍼니 <대심땐스>

 

현대무용 장르는 젊은 무용가들의 활약이 돋보인데 반해 대학동문단체나 중견 이상 무용가들의 활동은 다소 위축된 듯 보였다. 많은 지원제도가 젊은이들에게 편중된 점도 있지만, 축제 기획이나 극장의 선호도에 있어서 이전의 명성보다 참신함에 무게가 실린 올 해의 방향성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전미숙, 안은미, 김원, 최상철, 류석훈, 밝넝쿨, 이경은, 김성한, 박순호 등 중견 무용가들이 활동을 이었고, 이 중 안은미컴퍼니의 <대심땐스>와 박순호의 <경인(京人)>은 주목할 공연이었다. 대학 동문단체 가운데는 LDP무용단, 아지드현대무용단, 가림다댄스컴퍼니의 활약이 눈에 띄었는데, 이 중 아지드현대무용단은 이동원, 정수동, 김모든 등 대외적으로 손꼽히는 안무가들을 배출하며 동문단체를 넘어 프로무용단의 행보를 보여주었다. 

동문단체의 쇠퇴 속에 올 해 중앙대학 출신 ‘C2 Dance’(대표 김정훈)와 국민대학 출신의 ‘두아코 댄스컴퍼니’의 창단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겠다. 젊은 무용가들 가운데는 안영준, 전혁진, 엠비규어스컴퍼니, 고블린파티, 서울무용제 우수상/안무상을 수상한 홍경화, 툇마루 단원 이동하, 안은미무용단원 김혜경, 김정훈 등이 주목할 만한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무용장르는 소극장 활성화와 특화된 테마기획으로 침체를 극복한 전통공연에 비해 창작무용은 여전히 한국성에 대한 고민 안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가운데 장유경, 윤수미, 김윤수, 김혜림, 정신혜, 조재혁, 김재승, 이동준 등이 화제작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김윤수가 무용단 ‘춤-in’을 위해 안무한 <FRAME>과 부산 정신혜의 <턴 투워드 부산>, 김재승의 SPAF출품작 <모래의 여자>는 수작으로 꼽을만한 공연이었다.

세 장르 모두 과거 대규모 무용단과 작품 활동이 주를 이루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개인화, 소규모화가 잘 팔리는 무용계 생태변화를 겪고 있다. 두세 명 무용가들의 결합은 공동안무를 통해 수익, 저작권을 나누고 해외 투어 등에 효율적인 콤팩트한 몸집을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생계형 무용가는 이기적이라 흉 볼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빛을 내서 제작진에 퍼주는 무용가는 미련한 호구가 되는 추세이다. 예술이 언제까지나 희생의 수혈로 연명되는 고귀한 것이 아니라 생활과 함께 가는 직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예림(무용평론가)

 

 

▶다음 면으로 계속

 

MODAFE 폐막작 <하늘의 말들> _카부츠현대무용단

 

춤 축제 풍성한 한 해

 

겹치기 캐스팅의 문제와 후유증

왕성한 무용 조직 출범_무용가의 생존 모색

전용무용공간 개소 잇달아, 다양한 소통, 새로운 관극의 재미

소규모 독립 무용가 결합_자유로운 예술 창작 시대 도래

 

 

 

 

겹치기 캐스팅은 어느 쪽의 문제일까? 이제 막 주목받은 무용가는 들떠있기 마련이고 냉철한 멘토의 조언 없이 스스로를 소진하고 만다. 당장의 러브콜에 취하지 말고 무용가 스스로 완급조절이 필요할 것이다.

                       ”

 

춤축제 풍성에도 겹치기 출연 문제, 무용협동조합 등 조직 출범 왕성

 

춤축제의 프로그램도 풍성했던 한 해였다. 국제적 규모의 춤축제로는 ‘MODAFE’와 ‘SPAF’, ‘SIDance’가 큰 축을 이루고 그 사이 민간 축제, 국내용 축제,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서울무용제’, ‘한국무용제전’, ‘크리틱스 초이스’, ‘젊은안무자 창작공연’, ‘NDA International Festival’, ‘2인무 페스티벌’ 등이 개최되었다. 

춤 축제의 수적 팽창 후 최근 몇 년 사이 특성화로 생존력을 키우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의 춤축제로는 ‘부산국제무용제’, 대구 ‘세계안무페스티벌’, 대전 ‘뉴댄스 페스티벌’, ‘천안 흥타령 춤축제’, ‘고양국제안무페스티벌’ 등이 꾸준히 지역무용계와 해외 네트워크를 개발하며 개최되었다. 춤축제가 많은 것은 무용관객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져 환영하지만, 프로그램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최근 잘한다는 무용가들이 반복적으로 캐스팅되어 있고 같은 작품을 반복하기도 한다. 몇몇 무용가들은 자기 복제라는 비난과 함께 외면당하기도 했다. 겹치기 캐스팅은 어느 쪽의 문제일까? 이제 막 주목받은 무용가는 들떠있기 마련이고 냉철한 멘토의 조언 없이 스스로를 소진하고 만다. 당장의 러브콜에 취하지 말고 무용가 스스로 완급조절이 필요할 것이다. 또, 올해 무용계에는 새로운 조직, 협회의 출범이 유난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봄에는 ‘서울무용협회’(회장 성기숙)가 출범했고, 7월에 ‘대한민국무용단체연합’(회장 문영철)도 결성되었다. 가을에는 현대무용 협동조합 ‘COOP_CODA’와 한국무용 협동조합 ‘춤에든’이 설립되었는데, 각각 10여개의 단체가 모인 이 두 협동조합은 발레 협동조합 ‘STP’의 성공적 운영을 모델 삼아 무용가들의 활동기반과 수익을 도모한다고 한다. 현재 세 장르에 한 개씩의 협동조합이 있지만 이들의 성과에 따라 제2, 제3의 무용협동조합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한다.

 

플랫폼 엘

 

무용공연장 공간 개발_감상의 창의적 즐거움

 

올해 무용계의 긍정적 변화 중 하나는 전용극장이 한 곳도 없는 무용장르의 공간개발에 있다. 

지난해 4월 개관 후 연습실, 레지던스 숙소, 공연장 등으로 크게 활용되고 있는 ‘서울무용센터’도 제 몫을 했지만, 명품브랜드 루이까또즈에서 개관한 문화공간 ‘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한국관광공사 건물의 ‘CKL 스테이지’ 등이 무용공연장으로 활용되었으며, 그 밖에 마포 문화비축기지, 영등포의 ‘인디아트홀 공’ 등 공공 예술 공간으로 개발된 장소들이 무용공연장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여럿 찾아볼 수 있는 사례로, 폐공장, 목욕탕, 숙박업소 등의 건물을 시, 도에서 매입해 공연/전시 용도변경을 하는 경우이다. 공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에 따라 많은 무용작품들이 프로시니엄무대용 관점이 아닌 다양한 형태와 형식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현상 변화를 말하기 위함도 있다.

 관객과 무대의 경계 허물기는 물론, 공연시간, 감상 방법 등 수많은 창의적 공연이 기획되고 있고 아마 내년에도 이 바람은 계속될 것 같다. 현재 프랑스의 국립안무센터(CCN)가 19개에 달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무용수준을 감안할 때 지역별 무용창작 공간 개관을 꿈꾸어보는 것도 허황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유로운 무용 창작시대 도래_책임 뒤따라

2017년 우리 무용계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상적 활동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공연장, 연습실, 학교, 학원, 연구실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한 해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언제는 무용이 활동하기 좋았던 시기가 있었나 싶다. 50-60년대 개인 연구소 시절은 물론이고 70-80년대 대학중심의 무용계도 낮은 인프라와 지원 속에서 이가 없어 잇몸으로 버텨왔고, 90년대 들어 겨우 행사용, 배경용 장르가 아닌, 예술 활동 가치가 수면위로 부상했다.(1992년 ‘춤의 해’ 선포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제 21세기 독립무용가들의 환경이 개선되며 비로소 학연(學緣) 과 유파(流派)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창작시대를 맞이했다. 무용가 개인의 자유만큼 책임도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무용가들은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강백의 희곡 제목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것 같소>를 떠올리며, 우리 무용계의 뚝심과 희생, 끈질긴 생명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는 어렵게 쌓아 온 만큼 눈비에 변할 것이 아닐 것이다.

 

김예림(무용평론가)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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