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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영운 국악방송 사장 _"전통에 기반한 미래의 한국 음악"

기사승인 2020.03.10  09: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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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운 국악방송 사장

국악방송TV가 2019년 12월 27일 개국 후 KT올레TV 채널 251번을 통해 하루 24시간 종일방송 하고 있다. 올해 개국 19주년을 맞는 국악방송은 국악TV와 더불어 전통음악과 다양한 전통 문화 프로그램으로 국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려는 다각도의 노력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악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TV개국과 더불어 국악방송TV를 통해 전통공연예술뿐만 아니라 무용, 미술, 공예 등 음식, 복식, 건축의 전통문화 전반에 걸친 프로그램에 대한 니즈가 높은 가운데, 국악방송은 향후 시청 소감 등 모니터링과 여론조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국민적 기대에 부응한 어떤 프로그램들이 방송될까?

국악방송TV 개국 이후 한 달 가량 지난 1월 23일, 상암동 국악방송을 찾아 김영운 사장을 만났다. 김영운 사장은 한양대 국악과 교수, 한국국악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방송사 PD출신으로 국악방송에서 ‘국악산책’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오래 활동해온 학자이기도 하다. 지난 해 9월 국악방송 사장으로 취임해 국악방송TV 시대를 맞았다. 영상화 시대에 발맞춰 다변화하는 국악의 트렌드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가치를 지닌 우리 국악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들어본다. 인터뷰는 국악방송 사장실과 콘서트 오늘 스튜디오에서 영상촬영과 함께 진행됐다.

 

 

▶ 인터뷰 영상 -김영운 국악방송 사장 

 

 

 

Q. 국악방송TV가 개국했는데, 시청한 소감은 어떠신지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출발했는데, 환경이 충분하지는 않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많이 선보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화질이나 음향 등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국악 콘텐츠를 24시간 보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현재는 소수의 프로그램만으로 예전의 방송 프로그램 등으로 진행 중이라 아쉬운 점이 있는데, 향후 보다 좋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국악방송TV 방송 캡처 장면

월드컵북로 상암동 DMS빌딩내 국악방송 사장실에는 큰 화면에 국악방송TV가 켜져 있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김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추천하며 새로운 프로그램 소개도 잊지 않는다.

“민요, 시조, 남도소리, 장단, 춤 등을 다양하게 실제로 배워보실 수 있는 ‘소리를 배웁시다’ 와 명인들을 초대해 그들의 삶과 예술을 만나볼 수 있는 ‘인생낭독: 人’ 그리고 건강에 관심 있는 분들은 명상음악과 함께 따라할 수 있는 ‘명상 요가’ 등의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TV음악풍경’ 등 새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국악방송TV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수렴하고 있는가?

국악방송TV가 개국하고, TV개국 논의가 있던 초창기에 전통문화 전반에 대한 전통예술TV로의 출발을 기대했던데 비해 프로그램 상 국악에 의존한 부분이 많아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대두되었다. 국악인들만의 무대가 아닌, 보다 국민적 확산의 방향성에서 국민을 위한 방송,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김영운 사장은

 

“악가무 일체를 이루는 종합예술형태가 우리 음악이지요. 채널 명칭은 국악방송TV라 하더라도 미술, 공예 그리고 인간생활의 기초적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의식주, 음식과 건축, 복식 등을 담아내려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름은 국악방송TV이지만 내용은 전통문화의 다양한 분야를 담고자 합니다.” 라고 말한다.

또한, “개국과 더불어 선보이는 프로그램 중 대담 프로그램이 있는데, 의상,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장인을 모시고 전통으로 한국문화를 이야기합니다. 또, 한국의 서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국악방송은 ‘우리 문화 더 널리, 더 깊게!’ 라는 지향점을 갖고 있습니다. 2001년 3월 개국한 국악방송은 근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이제 우리 국민들이 전통문화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우리 국악을 국민의 삶 속에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죠.”

국악방송의 목표와 비전은 한국 전통문화예술 중흥과 국악 전파라는 것을 강조한다.

 

오랫동안 국악계에서 활동해 온 그에게 ‘국악방송’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피디로 제작 경험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꿈과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포근하고 따스한 마음껏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곳이죠.” 그는 67세에 되돌아온 국악방송국에서 어릴 적 처음 국악에 입문하던 때를 떠올린다.

“제가 국악을 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팔자소관이랄까.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음악을 98점 주셨는데, 하다 보니 소질이 없어서 청소년기는 힘들었어요. 고등학교에서 국악이론으로 전공하면서 좋은 기회가 됐지요. 국가, 민족, 사회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고 다행히 적성에 맞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골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음악선생으로 2년 재직, 그 뒤 KBS에서 PD로 클래식과 국악을 6년 담당했다. 이후 대학에서 서양음악 이론뿐 아니라 국악 이론도 가르쳐야 했고, 이후 국악방송에서 설명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새롭게 계획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물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한 달도 안됐고, 제한된 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들의 반응, 평가가 우리로서도 매우 궁금하다. 시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선 시청자들의 경향을 파악해볼 준비를 하고 있다.”

 

  국악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전통에 기반한 미래의 한국 음악을 고민한다. 한국 정서를 담은 한국적 선율,  한국 가곡(예술가곡)을 한국음악에 끌어안을 방법은 없을까? 에 대한 방안을 생각한다.

                             "

 

- 전통 국악전문가로서 그는 오늘의 국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국악방송 사장으로서 임기 중 꼭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어떤 포부와 비전을 갖고 있을까?

“우리 방송이 국악방송이고, 국악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국악’을 보통 한국음악의 준말로 이해하는데, 국악은 한국음악이 아니다. 전통음악 풍으로 만든 새로운 음악, 전통음악풍의 음악 속에는 국악스럽지 않은 음악도 있다.

그래서 우선 전통에 기반한 미래의 한국 음악을 고민한다. 한국 정서를 담은 한국적 선율, 한국 가곡(성악) 한국 가곡(예술가곡)을 한국음악에 끌어안을 방법은 없을까? 에 대한 방안을 생각한다.

월드뮤직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색채적 음악으로 국악은 한국적 분위기의 양념 정도인 경우가 많다. 이것이 국악이 지향해야 할 목표냐?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또는 국악계의 합의가 없다. 이같은 일이 장기간 이루어졌을 때, 백년 이백년 이후 남아있을 음악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할 때도 됐다. 미래 한국 음악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개화기 이후에 다양한 한국 음악이 있어 전해졌다. 대표적 장르 하나가 한때 한국가곡이라고 불려졌던, 가곡, 그 음악이, 대학에서 교양수업을 할 때, 그 곡을 다루었는데, 성악가 학생 중에 한국 가곡에 대한 이해가 없는 학생들이 많았다. 한국 가곡의 존재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충격을 받았다,. 우리 과 석사과정 학생 중에 ‘언덕 위에서’, ‘비목’, 등의 가곡을 모르는 학생이 많았다. 이 예술가곡, 한국 가곡이라는 장르도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한국적 선율을 구사하는 음악도 다시 한국음악 안에 끌어안는 방법은 없을까? 되살려보는 방법은 없을까? 그 가치를 지닌 음악이 있다면, 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미 우리 방송에서는 일제강점기의 대중음악, 가요, 70-80년대 포크송도 방송에 담고 실험하며 소화하고 있다. 훨씬 이전부터 한국 사람들이 즐겨들었던 음악이 소회되어야 한다면,.. 국악의 영역을 더 넓혀볼 수는 없을까?

 

- 21세기 한국적 DNA를 갖고 있는 ‘한국음악’이라고 볼 수 있는, 국악에는 어떤 기준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나름 기준을 갖고 있지만 모두가 공감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음악은 소리를 갖고 하는 것이다. 소리 이외의 요소는 음악적이지 않은 것들이다. 결국 어떤 소리로 표현하느냐? 인데, 소리가 갖는 측면은 네가지다. 높낮이, 강약, 강박, 음질 이 4가지 요소를 취급하는 방법이 지역마다, 민족마다 다르고 각각 개성이 있다. 어떤 지역사람이 주로 다루는 리듬, 음높이에 따라 헝가리 민속음악, 스페인 리듬, 체코 리듬 등등.. 익숙한 왈츠, 볼레로 등이 리듬이고, 고유한 음계가 있고, 고유한 악기가 있다. 민요마다 고유한 장단이 있고, 고유한 악기가 있어 바랄라이카는 러시아 민속 음색을, 기타 연주하면 스페인풍, 가야금, 거문고는 한국적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어떻게 섞느냐의 문제이다. 리듬체계, 음계 체계를 섞으면 한국냄새가 나지요.”

월드뮤직에서 음계, 리듬, 음색 체계를 섞어 구성하면 한국적이죠. 그렇다면, 월드뮤직을 지향하고 다른 문화와 콜라보 하려면, 예를 들어 스페인 리듬에 한국적 음계를 섞고, 악기는 스페인, 한국 일본을 섞어야 하는데, 일부 악기는 신디사이저에 어쩌다 태평소 가락 집어넣어, 꽹과리 두들기고~ ,, 한국적 멜로디가 전면에 드러나거나, 배경에 지속적으로 깔리거나 한국적 장단이 중요하게 사용되거나 하면 새로운 한국적 창조적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음악 활동이 월드뮤직을 지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해오던 활동에 대한 반추도 필요한 작업이 아니겠는가.

 

어떤 작곡가든지 높낮은 소리를 어떻게 구사하는가? 어떻게 멜로디를 꾸밀 것인가가? 리듬과 강약에 멜로디를 섞으면, 장단과 어떤 리듬과 강약, 거기에 음높이를 보태면

어떤 창법으로 부르느냐가 음색을 결정한다. 그런 요소를 조합해서 음악을 만든다

 

 

“연구자로서의 제 관점이 방송의 방향성과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내부에서 토론과 합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보다 많은 분들이 국악에 한 발 더 나가오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국악으로 이끄는 방법이라면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본다.”

 

 

국악방송 사장이 꼽는 최고의 국악은 어떤 음악일까?

“인생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국악이라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곡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궁중음악의 최고 가치를 지니는 음악이라고 하는 ‘수제천’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래 ‘아리랑’ 두 곡을 꼽고 싶습니다. 

수제천은 저의 학문적 관심의 첫 번째 논문으로 결과를 냈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백제시대의 민요였고, 그것이 고려, 조선을 통해서 궁중의식 음악으로 전승됐고, 지금은 아주 풍부한 음악적 내용을 갖고 있는 국악의 명곡이죠. 

그런 점에서 수제천은 국악의 최고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아리랑은 강원도 지역의 토속 민요로 존재하던 세 곡의 향토음악- ‘긴 아라리’, ‘엮음아라리’, ‘자진아라리’ 이 3곡이 서울 경기도 지역으로 전해진 게 국조 아리랑이고,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음악(<아리랑>의 주제가)으로 만들어진 것이 요즘 우리가 본조 아리랑이라고 하는 것이고, 그밖에도 그 무렵 아리랑의 유행과 때를 같이 해서 전국 여러 곳에서 그 지역의 특색을 담은 여러 아리랑이 만들어졌는데, 이 아리랑도 학술적으로 탐구해보면 그 연원을 고려시대까지 올려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역사성도 오래됐습니다. 또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누대를 거쳐 우리 민족의 감성을 담아낸 도구로서 아리랑이 존재해왔기 때문에 결국 아리랑은 제2의 애국가로 불리게 됐는데, 현재 다양한 곡조의 아리랑들은 저에게 있어 인생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임효정(발행인) 정리 이수민 기자 / 영상 및 사진 문성식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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