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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의 무대위의 문학] 고통에 대한 처절한 희망_베트로펜하이트 Betroffenheit

기사승인 2020.07.17  01: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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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탈 파이트의 <베트로펜하이트 Betroffenheit>

크리스탈 파이트 안무, 연출_베트로펜하이트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찬란함이여

엘리시움의 여인들이여

우리 모두 황홀감에 취하여

빛이 가득한 성스러운 곳으로 돌아가자

신비로운 그대의 힘은

가혹한 현실에 갈라진 자들을 통합시키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고요한 날개가 휘날리는 곳에.

F. Schiller ‘환희의 송가’

 

 

 

고통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비극적인 일을 겪고 나면 충격과 당혹, 경악의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트라우마(Betroffenheit 베트로펜하이트)’ 라고 하는 이 상태는 벗어나려 해도 반복적으로 돌아가게 되는 끝이 없는 경계 공간, 비극이 사라진 오랜 후에도 그 사건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곳이다.

LG아트센터 디지털 스테이지 'CoM+On'의 8번째 작품으로 하루 동안 온라인 중계로 본 무용극 <베트로펜하이트(트라우마)>(6.26)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죄의식의 트라우마 속에서 삶을 지속해야 하는 한 인간의 심리 상태를 대담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내며 "21세기 최고의 무용극"이라고 평가받은 작품이다.

현재 21C 최고 핫한 안무가로 부각되고 있는 캐나다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 Crystal Pite는 스승인 윌리엄 포사이드의 영향으로 오브제와 텍스트, 날카로운 조명과 사운드의 대비 등의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특히,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과 리드미컬한 움직임, 그리고 리릭한 음악이 입혀져 독창적인 표현을 보여준다. 명확한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번 작품 <베트로펜하이트 Betroffenheit: 독일어로 당혹, 경악 등을 뜻하는데, 트라우마로 번역됨)는 2015년,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가 캐나다 출신 배우 겸 작가인 조너선 영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조너선 영의 실제 상황, 조너선 영이 자신의 어린 딸과 두 조카를 화재로 잃은 사건에 대한 슬픔, 충격, 죄의식 등을 소재로 담고 있다.

수 년 전 조너선 영은 가족들과 함께 떠난 휴가 중, 산장에서 화재가 일어나면서 당시 17세의 사랑하는 딸과 십대 조카 두 명을 잃게 되는데.... 딸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 고통으로 거의 5-6년을 술과 약물에 빠져 폐인으로 살아가던 중, 어느 날 그는 이 모든 고통을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마주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후 그의 오랜 친구였던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를 찾아가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한 인간의 정신적 혼돈 속에서 현실과 환영을 오가는 긴장감이 크리스탈 파이트의 키드 피봇(Kidd Pivot) 멤버들과 함께 슬픔과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간절한 희망이 애절한 무용에 담겨 가슴 아프게 절절이 다가온다. 극이 끝난 후 커튼콜에서 보여주는 6명 단원들의 동료애가 각별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1부의 다소 지루한 듯 보여 지는 쇼적인 장치는 악몽과 멘탈 붕괴의 요소들이라고 본다면, 2부의 절제된 슬픔은 따뜻한 명상록처럼 아름답고 슬프게 다가온다.

크리스탈 파이트는 이 작품으로 2017년 올리비에 어워드 최고 무용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조너선 영의 리얼한 연기가 격한 감정이입으로 뭉클하고, 크리스탈 파이트와 그의 무용단 Kidd Pivot 단원들과의 합일로 파워풀하면서도 놀랍도록 서정적, 명상적 무대를 실현했다.

한 개인의 비극적 상황이 어떤 의미에서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일 수 있는 슬픔과 절망에서 건져 올린 희망가, 삶의 고통에 대한 또 다른 ‘환희의 송가’가 아닐 수 없다. 절묘한 음악들과 함께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임효정 (발행인 · 공연칼럼니스트)

 

“여기,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내면에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해내서 보여주며 일어난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감정의 위기관리팀이 존재한다. 의사나 테라피스트처럼 들리는 어떤 목소리는 과거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한다. 내면의 환영인지, 진짜인지 경계가 모호한 “쇼(Show)”는 주인공이 갈망하는 기분 전환, 탈출, 즐거움의 상태가 가능하도록 계속 작동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주인공은 생존자이며 그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비밀의 방은 자신의 피난처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비극을 기다리고 있다.“

 

https://tv.naver.com/v/14218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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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_Pite #Kidd_Pivot #CoM+On #엘지아트센터 #트라우마 #조너선영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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