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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의 무대위의 인문학] 사랑의 맹세와 신념의 간극

기사승인 2021.12.07  11: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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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새벽의 입맞춤에 꽃잎이 열리듯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이 열리네

그러나, 오 사랑하는 이여, 내 눈물이 더 빨리 마르게

한 번 더 말해줘요.

그때의 맹세들을, 내가 사랑했던 그 맹세들을!

아! 내 사랑에 응답해줘요...

  • 삼손과 데릴라’ 中

 

 

 

오페라의 다양한 현대적 연출 무대는 현대 예술가들의 작업 경향과 예술의 방식, 흐름을 파악하게 하며 새롭고 신선한 흥미를 준다. 국립오페라단이 생상스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며 초연 이래 40년 만에 다시 올린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는 아르노 베르나르(Arnaud Bernard)연출로 이번 무대를 기원전 1100년 가자지구의 배경으로부터 1938년 독일의 히틀러 통치기간 중 일어났던 대학살 ‘수정의 밤’ 사건에 기반해 풀어냈다. 아르노 연출은 종교적 신념에서 정치적, 역사적 맥락으로 해석하며 “실제 일어났던 일, 진실을 알리는 일이야말로 필요하고 예술이 감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대는 독일 건축가 슈페어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고 흑백의 회전무대와 퍼즐처럼 형상화되는 대형 얼굴 화면(sogno), 무너지는 예배당(sinagogue) 등의 다양한 무대디자인도 이색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오페라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웅장하고 화려한 발레 장면으로 바까날(Baccanale)이 굴렁쇠 체조로 묘사된 부분은 관능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고, 단조로워서 아쉬웠다.

아르노 연출은 연출 작업에 대해 “연출은 작품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는 작업” 이라고 말한다. 그는 작품의 현대적 해석을 할 때, 보편적이고 단순해야 하며 관객들에게 공감 가는 이야기를 해야 울림을 줄 것이라고 한다. 관객의 공감대는 관객 각자의 몫이기도 하지만, 어떻든 이번 무대를 통해 무엇보다 삼손과 데릴라의 사랑의 맹세와 번뇌, 배신... 사랑과 종교적 신념 그 간극의 깊이와 진심이 녹록치 않음을 아리아로 공감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카미유 생상스 Camille Saint-Saens의 대표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는 구약성서 사사기에 등장하는 내용들 중 유명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데릴라가 옛 연인인 삼손을 유혹한 후 그의 머리카락을 잘라 힘을 빼앗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2막 3장의 데릴라가 삼손을 유혹하는 장면, 삼손이 사랑과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뇌하는 장면일 것이다. 지난 밤(토)의 무대에서 데릴라(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의 사랑의 노래 ‘그대 마음에 내 마음 열리고’ 는 너무 절절해서 다른 외적인 조건(가령 젊은 미모의 여인의 모습이 아닌, 또 현대적 무대 등)이 전혀 문제되지 않았고, 오로지 최고 기량의 성악적 묘미를 한껏 발산해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데릴라로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또, 삼손 역의 크리스티안 베네딕트는 외모의 생김새조차 삼손의 모습을 닮은 듯 함에 열정적인 감정 표현이 삼손의 갈등하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 대사제 역의 바리톤 사무엘윤과 아비멜렉의 베이스 전승현 등 현현한 성악가들의 존재감과 탁월한 음악성이 오페라 보는 재미를 한층 풍부하게 했다. 세바스티안 랑 레싱의 시종 활발하고 역동적인 지휘는 프랑스 오페라의 선율을 더욱 유려하고 생동감 있게 했다.

아르노 연출은 2014년 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로 첫 선을 보인 이후 이번에 두 번째 작품인데, 올해 국립오페라단의 마지막 작품 <라 트라비아타>(12.2-5)에 연출로 다시 참여한다고 하니 연말에 다시 만나볼 수 있어 기대된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삼손과 데릴라>를 1980년 초연 이후 40년 만에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일년에 5-6편의 작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만...다양한 작품의 레퍼토리와 공연 횟수에 대한 아쉬움은 늘 남는다.. 10억에 가까운 제작비를 투자해 만든 오페라 한 편을 매번 단 4회 밖에 공연하지 못하는 국립오페라단의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한다.

 

임효정 기자 (공연칼럼니스트)

 

 

임효정 공연칼럼리스트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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