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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의 호락호락 요즘노래] 슬픈 노래가 좋아_조주선의 '갈까부다'

기사승인 2020.11.23  08: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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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부다’라는 노래가 있다.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갈까부다, 갈까부다. 임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 리라도 갈까부다~’라고 시작하는 대목으로, 우리음악의 슬픈 정서를 즐기는 이들이 손꼽는 명곡 중의 하나다. 노래 제목은 가사의 첫 부분에서 따왔다. 표준어법에는 ‘갈까보다’가 맞지만, 소리하는 이들은 모두 ‘갈까부다’라고 발음한다. 그래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속도는 ‘아주 느리게’, 악상기호는 ‘아주 애절하게’ 부르는 이 곡은 춘향이 몽룡을 떠나보낸 뒤, 그리움에 정신 가누지 못한 채 ‘울먹울먹’ 부르는 노래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있어야 했다며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로 가슴 치며 부른다. 노랫말에 담긴 이별의 한도 절절하다. 험하기로 소문난 ‘동설령’ 고개처럼,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고, 심지어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보라매도  다 쉬어 넘는 길이라 해도 그냥 보내지 말고 기어이 따라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밤하늘의 직녀별과 견우별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일 년에 한번은 만난다는데, 이제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차라리 죽어 제비가 된다면, 삼월 동풍 부는 때에 몽룡씨네 집 처마 끝에 깃들어 밤중마다 만나보는 건 어떨까? 내가 어쩌다가 이런 ‘영영 이별’을 받아 들였던가 ㅠ ㅠ ” 이렇게 기막힌 노랫말을 헤아리며 듣다보면 절로 한숨이 나오는 그런 소리대목이다.

때로는 이렇게 슬픈 노래가 좋아, 여러 명창의 소리를 골라가며 듣는 날도 있는데, 요 며칠 조주선 명창이 부른 ‘갈까부다’ 동영상이 마음에 와 닿아 무한 반복 감상 중이다. 2017년 국립국악원의 금요공감 <조주선의 썸, 소리와 클래식>에서 들었던 이 노래는 작곡가 조원행에 의해 재탄생된 곡이다. 분명 새 곡임에도 노래는 마치 오래 들어온 음악처럼 편안했고, 무대나 미디어에서 자주 듣고 싶은 곡으로 꼽게 되었다. 조주선 명창 특유의 애수 깃든 호소력, 현악앙상블과 코러스와 함께 어울리는 미묘한 조성감, 반복되는 ‘님 따라 갈까부다’ 의 주제어가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 마침내 춘향이 품었던 그리움을 공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주선은 꽤 오래전부터 클래식 앙상블 ‘가베’와 함께해왔다. 판소리와 클래식의 결합은 새롭게 시도되는 국악 변화의 한 방법일 수 있고, 그 자체만으로 획기적인 작업이라 치켜세우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함께 어울리며 접점을 찾고,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가는지, 이전과 다른 음악 미감을 만들어내는지는 주요 관심사다. 그런 면에서 조주선이 발표하는 새 노래들을 되돌아보면 그대로 묻히기에 아까운 노래들이 수두룩하다. 분명 새로 탄생된 노래이나 오래 알았던 것처럼 귀에 착 붙어 오래 마음에 남는 노래들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 넘치는 소리영재였고, 촉망받는 젊은 소리꾼이었던 조주선은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스타였다. 지금도 여전히 그의 소리는 매혹적이고,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듣고 싶은 노래들이 많지만 한양대 교수로 부임한 후로는 예전에 비해 공연 활동이 좀 뜸한 듯하여 괜히 나 혼자 아쉽게 여겨질 때가 있다.

 

원로반열에 든 어른 명창과 지금의 ‘젊은 소리꾼’ 사이에 한 자리 굳건하게 지킬 명창들을 꼽아보며, 조주선이 2017년에 부른 ‘갈까부다’를 정색하고 다시 들어본다. 경쾌하고, 발랄하며, 열기 넘치고, 웃음 주는 요즘 노래들 틈에서 조주선이 부르는 ‘갈까부다’가 격조 있게, 진중하게, 가슴에 진한 여운 남겨준다. 가을에서 겨울사이. 쓸쓸한 계절에 문득 마음 흔들리는 때, 이 노래 몇 번 들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르는 조주선 명창이 무대에서도 좀 더 자주 소리를 불러줬으면 좋겠다. 현악앙상블 ‘가베’와 함께 하는 무대라면 큰 기대를 품고 달려가겠다.

 

송혜진(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https ://www.youtube.com/watch?v=fe-l8TnNWdc

 

송혜진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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