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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의 무대위의 문학] 희망은 어디서 오는가_낙타상자

기사승인 2020.12.24  1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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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낙타상자> (극공작소 마방진/ 연출 고선웅 )

“인력거가 멋지니 내 마음도 흐뭇해라

두 다리로 바람소리 슁슁슁, 못갈 데가 그 어디랴

.................

하층민의 수탈과 참상에도 바람처럼 살아간다네 ~~“

 

1937년 중국의 근대 문학 작가 라오서의 장편소설 을 바탕으로 중원눙의 경극본을 고선웅 연출이 각색해 무대화한 작품으로 2019 극공장소 마방진의 신작 <낙타상자>(2019.5.26.-6.1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고선웅 연출의 중극 희곡 시리즈 제 2탄으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이은 두 번째 작이다. 2019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공식초청작으로 공연된 이후 호평을 받아 상도 많이 받았다. 올해 전국 투어로 호황을 누리는 중에 지난 달 고양 아람누리에서 공연되어 보게 됐다. (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

마방진의 <낙타상자>는 중국 고전의 재현이 아닌,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담은 극으로 마방진의 색깔을 담았는데, 인력거꾼 상자의 이야기는 절망 속에 희망을 말하지만 어떻든 내용은 서글픈 비극이다. 원작 소설 ‘낙타 샹쯔 駱駝祥子’는 현대 중국의 대표 작가 라오서의 1937년작으로, 작가의 첫 장편이자 대표작이다. 1930년대 베이징의 인력거꾼 샹쯔의 이야기를 다루며, 1936년 9월부터 《우주풍》 잡지에 총 24장 분량으로 연재됐다. 작가 라오서가 1936년 교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1년간 집필하여 발표한 이후 당대 하층민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친 비판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도 화제를 불러 모았고, 특히 미국에서는 'Rickshaw Boy‘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고, 라오서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려 놓았다.

 

무대는 고선웅 연출의 미니멀리즘을 반영해 단촐하다. 대나무로 높다랗게 가리워진 커다란 목재 패널을 배경으로 커다란 실제 인력거가 종횡으로 무대를 활기차게 오가며 소시민의 피폐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의 활기찬 움직임을 바쁘게 보여준다. “자 인력거만 있다면 두 번 다시 인력거 주인에게 괄시받는 일도 없을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얼렁뚱땅 적당히 얼버무리는 짓도 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기력과 인력거만 있으면 어디서든 밥벌이를 할 수 있었다..”

인력거꾼 상자의 소망은 단순하다. 부지런히 일해 인력거 한 대만 사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 아래,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자기 인력거를 샀을 때는 새로운 인생이 열릴 것이라는 부푼 꿈에 이 날을 생일로 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소박한 한 인간의 인생 앞에 놓인 시련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생이 그리 순탄하게 순리대로 흘러가겠는가마는.... 전쟁과 낙타, 파국...주인공 상자에게 붙여진 ‘낙타 상자’의 별명은 애초에 낙타의 비극적 운명과는 무관하였으나 결국 점차 닮아가게 되는 운명이었으니.....

상자의 불행한 삶처럼 인생에서 불운은 어쩌면 한꺼번에 닥쳐오는지도 모른다. 성실한 소시민이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을 때, 인간성마저 무너지고 삶의 의지가 희박해지는 파국에 이를때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방진 극에서는 주인공 상자의 무너질수록 격렬해지는 삶에 대한 항거와 변화의 과정이 유머와 활달함으로 이어지며 지루한 듯 밋밋하다가 돌연 마지막을 축제의 불꽃처럼 터트린다.

복자의 죽음으로 처절하게 무너지는 엔딩과 달리 주인공의 비극에 더해 일말의 숨구멍을 가미하는 듯이 보인다. 그것은 상여에 매달린 깃발의 흩날림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의 좌절한 허망과 삶의 허무함이 날리는 것이다.

초반의 희망적인 삶의 의지로 가득찼던 인력거꾼 상자의 역동성은 그렇게 엔딩의 사자(死者)를 거두는 상여꾼으로 전락한 상자의 모습은 허공에 흩뿌려지는 종잇장처럼 가볍고 홀홀하다. 그러나 삶의 페이소스는 희망이 사라진 삶에서조차 틈새를 보이며 스멀하게 피어나는 것이니, 그 틈으로 다시 숨을 쉬어 본다.

 

임효정 기자 (공연칼럼니스트)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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