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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5인5색_다섯 작곡가의 특별한 양악

기사승인 2021.02.22  04: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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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성, 김은성, 조아라, 성세인, 장석진 작곡가

 

#1.

한국 토속음악의 현장을 탐색하다

김대성 작곡가

 

대금과 가야금을 위한 2중 협주곡 “잃어버린 마을”

Double Concerto for Daegeum and Gayageum “The Lost Village”

협연: 류근화(대금) 박세연(가야금)

 

이 작품은 제주 4.3의 비극을 소재로 작곡한 곡이다. 나는 수년 동안 제주 4.3 비극의 현장을 답사하면서 그 현장의 비극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충동을 자주 느꼈다. 특히 제주시 “곤을동”의 아름다운 마을풍경과 폐허가 된 집터의 모습은 나에게 슬픔과 분노의 느낌을 갖게 하였고, 그 마을에서 불리웠던 “멸치 후리는 소리”는 이 곡의 중요한 음악적 동기로 사용하게 했다. “멸치 후리는 소리” 외 제주 토속민요 중 “진토굿 파는 소리”에서도 영감을 받았는데 이 ‘진토굿 파는 소리’는 산자가 망자를 위해 부르는 오래된 노래이다. 즉. 이 작품 안에서의 제주민요는 제주 민중들의 순수성 내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관현악에서 자주 나타나는 불협화적 음향은 그들의 삶속에서 부딪치는 죽음과 아픔 그리고 탐욕스런 존재들의 “악마성”을 나타낸다. 대금과 가야금은 다양한 표정으로 당시에 겪었던 제주도민들의 고단한 삶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두 남녀의 대화처럼 서로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두 악기는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공포에 아파하고 분노하지만, 결국 두 연주자는 서로의 죽음을 노래한다. 즉 “진토굿 파는 소리”를 연주하며 두 연주자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 속으로 사라진다. 이 작품을 위한 “12음 음계”는 한국적은 울림과 선법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관현악의 울림이 한국적인 울림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타악기 중 양악 타악기 외 “징”과 “정주”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2016년 곤을동에서 직접 들었던 “제주굿”의 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난 이 소리가 죽은자에게 드리는 산자의 선물로 느껴졌다.

나는 이 곡이 제주 4.3 희생자들을 위한 산자의 작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

 

 

#2.

선조들의 생각을 곡에 담다

김은성 작곡가

그랭이 Geuraengi

협연: 서지원(플루트) 이필기(대금)

 

그랭이는 선조들이 사용한 얇은 대나무로 만든 집게 모양의 연장으로 집게의 한쪽 다리에 먹을 찍어 선을 그릴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랭이를 사용하여 부재의 울퉁불퉁하고 불규칙한 모양을 그대로 다른 부재에 옮기는 것인데 예를 들면 나무기둥을 초석 위에 세울 때 한 부재의 모양에 따라 다른 부재의 면을 가공해주어야 할 때 사용하였다. 이렇듯 우리의 조상은 자연과 인공이 부딪히는 곳에서 자연에 우선권을 준 것을 볼 수 있다.

이 곡을 쓸 때 위와 같은 선조들의 생각을 곡에 담고 싶었다. 대금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외국에 있다 보니 사실 국악기를 사용하여 작곡하는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그보다도 국악기로 어떻게 곡을 써야 할 지 내 안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에게 대금을 플루트처럼 쓰는 것은 현대음악일지라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대금을 써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대금과 플루트를 위한 협주곡은 이러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편성이자 매력적인 편성이다. 플루트가 있기 때문에 대금을 플루트처럼 쓰는 (나 스스로 정해놓은) 과오를 피할 수 있고 융복합 관현악의 의미가 더욱 증폭되며 흥미로운 음향과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다. 이 곡에서 또 하나의 주안점은 산조대금의 사용이다. 서양음악의 협주곡이란 본디 독주 악기의 기교를 충분히 발휘하는 곡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악대금보다는 산조대금이 협주곡에 더욱 어울리는 악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조대금이 플루트의 화려함에 대적할 수 있는 민첩함과 음색을 정악대금보다 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 산조대금과 평균율의 음고 차이가 해결할 문제였는데, 오히려 차이 나는 음정을 특징으로 살리고 연주자의 기량으로 해결하였다.

 

 

 

#3.

조아라 작곡가

자연의 음향을 찾다

Into the Forest

 

 

대자연에 대한 작곡자의 묘사를 담고 있다. 2018년 여름, 창포원 공원을 방문하여 커다란 나무 밑에서 쉬고 있을 때, 갑자기 거친 바람 나무로 불어왔다. 바람소리와 바람에 휩쓸려 떠는 나뭇잎 소리가 주변 풍경에 어우러지는 순간 나는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겸손 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경이로운 순간을 통해 변모하는 자연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이것은 이 곡의 모티브가 되었다. 당시 유학 중이던 나는 미국으로 돌아가 학교 근처의 여러 숲을 탐방했다. 그 안에서 보고 들은 다양한 풍경과 소리들을 모아 이 곡의 주제와 형식의 기반이 되었다. 빽빽한 나무들로 어두워 보이는 숲 안의 적막함, 한 발 한 발 들어가다 보면 만나는 햇빛 한 줄기, 부드럽고 잠잠한 바람, 갑자기 훅 불고 지나가는 매서운 바람, 각각 다른 멜로디로 조화롭게 노래하는 새들의 소리가 병치되어 있는 다섯 개의 섹션에 녹아있다. 곡 처음과 끝을 통틀어 배경과 전경에서 지속되는 ‘바람소리’는 각 섹션을 연결하는 매개로 사용되었는데, 다양한 타악기들과 금관악기의 바람 소리, 현악기군의 하모닉스와 트릴, 쉼 없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악상의 다이나믹 등이 끊임없이 변주되는 크고 작은 바람을 묘사한다

 

#4.

자유로운 변주를 꿈꾸다

성세인 작곡가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멘텀’ Momentum for orchestra

 

 

상대적이며 역설적인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열 개의 장면으로 풀어낸 곡이다.

전체적인 선율은 다양한 색채의 변화처럼 진행되면서도, 각각의 부분에서는 중심음을 가진 채 텍스추어가 쌓여간다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마치 씨실과 날실로 직조하듯이, 각각의 선율이 어떤 색채를 가지고 진행되어가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중요하다.

앙상블 부분은 주선율과 그에 따른 음색에 변화를 주고, 투티 부분은 금관과 타악기의 역할이 두드러지도록 하였다. 이로써 투티의 음향, 음색과 대조적인 솔로 선율과의 상관관계를 좀더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소리 그 자체의 순간적인 에너지와 다양성을 담고자 하였다.

 

 

 

#5.

깊이에의 공감

장석진 작곡가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알렉산더 프리드만: 더 익스팬션 어브 스페이스>

<Alexander Friedmann: the expansion of space>,

Duet for Sheng & Orchestra.

협연: 김효영 | 생황

 

 

일반적 협주곡 보다는 생황과 오케스트라의 이중주 형식으로 음향적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제목의 ‘Alexander Friedmann’은 우주의 확장성에 관해 아인슈타인보다 앞서 이론을 제시한 다소 불운한 우주학자 중의 한 명이다. 즉, 진실한 어느 학자의 깊이 있는 연구가, 시대를 잘 타고난 유명인의 권력에 의해 가려진, 가장 커다란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우주에 관한 진실과 거짓에 관련된 일이니 말이다) : 작품을 마친 뒤에야 알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부모는 작곡가와 발레리나였다고 한다. 음악을 작업하며, 자주 깊은 바다나 우주를 그려보고자 하는데, 이 무렵 영감을 받은(?), 또는 상상해본 장면이 우주가 확장되는 모습에 대한 것이었다. 이는 사실 많이 불안정한 요즈음 우리의 삶의 터전에 대한 것으로 인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환경의 파괴 그로 인한 기후의 변화 등) 음악을 쓰면서, 고요하고 깊고 어두운 우주의 그 많은 폭발과 변화, 그리고 죽음과 삶의 탄생 등을 상상해보았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요소적 의미의 미니멀(미니멀리즘이 아님)적 반복성은 : 즉, 음의 반복성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의 접근을 부여해 보았으며, 이는 단순히 리듬적인 또는 사고적인 실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음악적, 기술적, 또는 작품의 결과물을 통해 듣는 이들이, 결국 음들이 다루어지는 음향적 효과를 작품의 이야기 속에서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작곡가의 의지에 대한 표현의 하나로 작용된다.

 

음의 반복적인 제시는 사실 처음에는 떨림에 가까운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반복 형태는 오히려 음향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되도록 하고 있으나, 결국 작품의 후반부에는 실제적인 리듬의 결과물로써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반복의 미학에 대한 후반부의 제스츄어는 너무도 명확하여, 결과적으로 반복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음향의 축으로 작용하게 된다.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1985년 창단되어 연 120회 이상 연주하며 국내 교향악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987년부터 국립극장 전속 오케스트라로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의 정규 레퍼토리에 참여하였으며 2001년 예술의전당 상주 오케스트라로 지정되어 교향악, 국립예술단체와의 연주, 예술의전당 기획 연주 등 현재까지 활발히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서울아시안게임 개막 예술제, 서울올림픽 개막연주 등 국가행사 연주와 문화소외지역을 위한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공연을 함으로써 국민 오케스트라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주 무대로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교향악단의 본질에 충실하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계의 선 굵은 연주회를 펼치고 있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헝가리 등 다수의 해외 초청 연주를 하였으며 최근에는 아부다비 페스티벌 초청연주, 한-태국 수교 60주년, 한-베트남 수교 26주년, 한-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오케스트라 기량과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신진 예술가를 위해 젊은 지휘자를 발굴하는 프로젝트 ‘넥스트 스테이지’와 상주작곡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에는 데카 레이블로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여 미국 브루크너 협회로부터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정치용 예술감독의 지휘로 브람스 교향곡 1번이 데카 레이블로 발매되었다. 예술의전당 상주 오케스트라로서 ‘11시 콘서트’, ‘토요 콘서트’ 등에 출연하고 국립오페라단의 ‘윌리엄 텔’, ‘파르지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지젤’, 국립합창단의 ‘모차르트 레퀴엠’, ‘만덕할망’, 국립현대무용단의 ‘쓰리 스트라빈스키’ 등으로 협업하며 대한민국 대표 극장 오케스트라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

지휘자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오케스트라로서 초대 홍연택 음악감독, 제2대 김민 음악감독, 제3대 박은성 음악감독, 제4대 최희준 예술감독, 제5대 임헌정 예술감독과 함께 하였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정치용 지휘자가 제6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하여 교향악 레퍼토리의 외연 확장뿐만 아니라 창작음악 활성화에 힘쓰며 교향악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제12회 ARKO한국창작음악제 양악부문

2021.02.25.(목) 19: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정치용)

 

 

program

김대성 - (위촉)대금과 가야금을 위한 이중협주곡 '잃어버린 마을'

(가야금 박세연 대금 류근화)

김은성 - 그랭이 (대금 이필기 플루트 서지원)

성세인 - ‘Momentum' for orchestra

조아라 - Into the Forest

장석진 - Alexander Friedmann: Expansion of space (생황 김효영)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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