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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오페라 통한 ‘연대’와 ‘결속’_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겸 예술감독

기사승인 2021.07.29  12: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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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시대 예술의 중요 가치는 연대와 결속!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

 

창설 6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있는 국립오페라단은 새로운 도약을 염원하고자 오페라 <나부코>를 선택해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또한, 국립극장 재개관 축하와 더불어 화합과 해방이라는 공통점 안에서 <나부코>를 새롭게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립오페라단 박형식 단장 겸 예술감독은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힘든 때에. ‘민족 해방’과 ‘독립’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나부코> 속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광복절 날 공연장에 가득 울려 퍼진다면 관객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분명 뜻깊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단장은 코로나 시기에 대응한 마이크노오페라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예술가들을 지원하며 연대와 상생을 말한다. 그가 말하는 오페라를 통한 연대와 결속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또 이 시대의 중요한 예술적 가치는 무엇일까?

 

 

팬데믹 시대에 예술의 가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

 

 

Q. 근황이 어떠신지요? 근래 가장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나부코> 준비로 바쁘시겠지요?

8월 12일에서 1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정기공연으로 막을 올리는 <나부코>는 2005년 첫 프로덕션으로 선보인 이래 16년 만에 새로운 연출의 오페라로 다시 관객 여러분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이번 작품은 특히나 여러 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민족 해방을 기리는 뜻을 담은 이 작품이 광복절의 의미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게 되는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도약을 염원하며 동시에 국립극장 재개관을 축하하는 의미가 있어서 더욱 뜻깊은 작품입니다. 이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이의 피땀 어린 결실이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해드리는 멋진 무대의 완성으로 보답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공연장을 쉽게 찾기 어려우신 오페라팬 여러분을 위해서 댁에서도 편안히 감상하실 수 있도록 국립오페라단에서 올초에 자체 영상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를 개국했습니다. 올해 정기공연 때마다 1회씩 실황 생중계를 하고 이번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 때도 생중계 송출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분들이 봐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무척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관객이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을 좋은 품질로 편안하게 감상하실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 코로나에 많은 지원사업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성과는 어떠합니까?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학교 오페라’가 있습니다. 매년 선정 학교 수와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고,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공정한 심사기준을 세워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연속 지원을 한 학교를 위주로 우선 선발을 하였으며, 전년도에 방문한 지역구는 최대한 배제 하고 가보지 않은 지역을 우선으로 배치했습니다. 참가하는 성악가들 또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여 신예 아티스트 발굴 및 양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신규 사업으로 ‘오페라 스튜디오’를 시작했습니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오페라 인재를 배출해 내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성악 전공자 총 20명을 선발하여 교육 진행 중에 있으며, 이들이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 성악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로 소통하고, 인간적인 친밀함이 특별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인간관계의 친화력에 대한 비법은 무엇일까요? (살짝 팁을 알려주신다면~)

돌이켜보니 젊은 시절에는 무대에서 공연을 하며 관객들과 소통을 나누는 예술인으로 지냈고, 그 이후 정동극장장,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사장,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의정부 예술의전당 사장 등 예술 경영 일선에서 일해 왔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공연예술 사업을 하다보니 문화예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개성이 강하고 인간적인 매력도 있는 분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누린 셈이네요. 많은분들을 만나고 함께 일해 온 만큼 단 한 사람이라도 저에게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해 왔고, 그 진심이 통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며 업무상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굳이 제 친화력의 비결을 꼽는다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이번에 광복절에 즈음해 국립극장 70주년 축하 기념작으로 <나부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혹, 한국창작오페라는 고려하지 않으셨는지요?

 

국립극장 재개관을 축하하는 동시에 2022년 창립 60주년을 앞둔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도약을 염원하기 위해 <나부코>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공연 일시에 광복절이 포함된 만큼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힘들지 않습니까. ‘민족 해방’과 ‘독립’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나부코> 속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광복절 날 공연장에 가득 울려 퍼진다면 관객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분명 뜻깊은 무대가 될 것입니다. 창작오페라도 고려했습니다. 특히 작년 5월 선보인 오페라 <1945> 의 관객 반응이 좋았습니다. 해방 직후를 배경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가까이 닿아 있었던 음악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부코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작품을 내놓은 당시의 상황은 해방 직전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비록 언어와 시대적 배경은 다를지라도 ‘화합’과 ‘해방’이라는 공통점 안에서 <나부코>를 새롭게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국립오페라단은 우리 창작오페라 개발과 확산에 대한 책무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레드슈즈>와 <빨간바지> 등 국내 초연 창작오페라를 발굴해 올리며 우리나라 신예 작곡가의 빼어난 음악과 재기발랄한 연출, 참신한 대본으로 관객 여러분과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았었습니다. 내년에는 국립오페라단 60주년 기념 작품으로 <왕자 호동>을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1962년 국립극장 공연 이후 60년만에 올리는 작품이기에 더욱 감회가 새롭고 기대 또한 큽니다.

 

 

-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직접 경험한 소감이라면?

     (지난 10년간의 흑역사을 돌아볼 때, 그 이유를 혹 발견하셨다면?)

 

- 40여 년간 전문예술경영인으로서 국공립 문화예술단체에서 일해오며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공정한 과정을 통해서 예술인들이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까, 동시에 더욱 많은 시민분들이 질 좋은 공연을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 하는 고민입니다. 저 또한 성악을 전공했었기 때문에 국립오페라단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합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0년 초에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연계가 공연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상황이 속출했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은 발 빠르게 철저한 방역과 안전 수칙을 엄수하며 비대면 공연으로 전환하고 네이버 TV 실황 생중계, 유튜브 등을 통해 공연에 목말라 하는 관객분들께서 댁에서 편안히 공연을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올해는 국립오페라단 자체 영상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를 개국해서 국립오페라단의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더욱 쉽게 보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성악가,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연기자, 무대미술, 무용, 무대 장치, 조명, 의상 등 많은 분들의 노력이 모여야만 비로소 무대 위에 한 편의 아름다운 오페라가 탄생하게 됩니다. 공연이 중단되면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생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전세계적인 보건 위기 속에서도 공연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문화예술인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를 국공립단체가 외면하면 안된다는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화를 영위할 수 있는 일상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요? 힘든 시기에 많은 분들의 마음을 달래드릴 수 있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국립오페라단은 앞으로도 꾸준히 정기공연과 지역 공연을 병행하려 합니다.

 

 

- 여러 극장 경험이 많으신데, 그에 비추어 국립오페라단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국립오페라단만의 특별한 점은 ‘도전 정신’입니다. 유례없는 비대면 시대에 국립오페라단의 도전 정신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특히 OTT 시장으로 발을 넓혀 다양한 각도의 무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부의 아가씨>처럼 선보이기 어려운 작품을 선택하며 과감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제작 여건이 열악한 지역극장 및 민간단체와의 공동제작을 이어가며 팬데믹 시대에도 문화예술 생태계 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나부코> 무대도 도전 정신이 묻어있습니다. 일반적인 작품을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 제가 드릴 수 있는 스포일러는 여기까지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의 끊임없는 시도는 분명 탈출구를 넘어 또 다른 공연문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무대

 

- 합창단 경험도 있으신데, 오페라에서 특히 합창 음악의 묘미가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을 꼽는다면?

 

제가 취임한 이래 국립오페라단에서 올린 모든 공연들은 모두 소중한 제 자식과도 같은 작품들입니다. 모든 공연들이 소중하기 때문에 한 작품만 말씀드리기 무척 어렵네요.

작년에 세계 초연했던 <레드 슈즈>는 오페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일반분들께도 반응이 좋았을 정도로 친근한 선율을 잘 표현해 낸 혼성합창에 대한 평이 좋았습니다.

코로나 확산 때문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콘서트 오페라로 전환해서 무대에 올렸던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작품인 피델리오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베토벤 특유의 구조적인 정교함이 잘 돋보인 완성도 높은 합창으로 관객분들에게 큰 감동을 드린 기억이 있습니다.

올해는 7월에 국내 초연한 <서부의 아가씨>에서 역동적이며 힘있는 남성합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음달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막을 올릴 예정인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아마도 거장 베르디가 남긴 최고의 오페라 합창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분들께서는 이번 공연을 충분히 기대하시고 극장을 찾으셔도 될 만큼 웅장하고 멋진 오페라 합창을 만나게 되실 겁니다.

 

 

 

- 일반 독자들은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예술적 취향과 예술 향유의 방식이 궁금할 것 같습니다. 어떤 장르의 예술을 특히 좋아하시는지요? 평소에 예술을 즐기는 ‘나 만의’ 방식이 있다면?

 

- 저만의 예술을 즐기는 방식은 무척 소소합니다. 출퇴근길 차안에서 KBS 93.1 FM을 켜놓고 항상 청취하면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있습니다. 음악 취향의 폭이 넓은 편이라 간혹 저에게 전화하시는 분들이 경쾌한 리듬의 80년대 팝송이 흘러나오는 통화 연결음을 듣고 놀라신다고 합니다. 어쨌든 음악은 제 인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같습니다. (웃음)

 

 

- 국립 예술기관으로 오페라의 국민적 전파와 확산을 위해 어떤 역할과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세요?

 

- 오페라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 ‘주춧돌’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어로 구성된 창작오페라는 언어적 장벽을 허물고,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소화합니다. 올해 5월 국립극장에서 진행한 서정오페라 <브람스>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창작오페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창작오페라의 퀄리티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SNS을 적극 활용하여 관객과의 친근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연초 국립오페라단 온라인 영상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도 오픈했습니다.

현 시국에 공연장으로 쉽게 발걸음 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지 않습니까. 온라인이라는 열린 공간으로 무대를 확장한다면 관객들의 공연관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앞서 진행된 공연들의 라이브 송출 경험을 통해 이번 오페라 <나부코>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국립오페라단을 주춧돌로 삼아 오페라의 국민적 전파와 확산이 이루어지길 고대합니다.

 

 

- 팬데믹 시대에 예술의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예술의 중요한 가치는 ‘연대’와 ‘결속’입니다. 팬데믹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예술의 역할이 본질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팬데믹 시대에 예술의 가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번 <나부코> 무대와도 연관지을 수 있겠습니다. 예술은 물리적으로는 전달하기 어렵더라도 심리적으로 ‘연대’, ‘결속’시키는 역할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공신력을 갖춘 국립예술단체로서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오페라를 통한 ‘연대’와 ‘결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고의 작품을 선사하겠습니다.

 

인터뷰 임효정 기자    /  사진제공 국립오페라단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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