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오페라단의 역할은?
국립오페라단 <윌리엄텔> |
지난 10월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오페라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이 국립오페라단과 (사)한국오페라단연합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국립오페라단이 10년간의 내홍을 겪어오며 한국 오페라계 상황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신임 박형식 예술감독이 취임한 직후 국립오페라단이 참여해 처음 열리는 행사여서 관심 있는 오페라인들 50여명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가 됐다.
이상헌의원실(국회 문화체육관광 위원)과 함께 “대한민국 오페라 100년을 위한 준비”라는 거창한(?)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해외 주요 오페라극장의 운영현황과 한국 오페라 제작 환경을 비교 분석한 글로벌 시대에 맞는 운영방식과 해외네트워크의 필요성, 레파토리의 다양성에 대한 발제, 국.공립오페라단과 민간오페라단의 역할, 한국창작오페라의 문제점과 한국형 오페라 등에 대한 내용도 나왔다. 또한 한국 오페라계의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도 펼쳐졌다.
그러나 심포지엄 후 제기되는 질문들은 짚어야 할 과제들을 남겼고, 중요한 핵심 내용이 많았다. 당일 "오페라인들끼리 모여 탁상공론이 이어진 토론회"에서 현황 파악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정작 정책입안자인 국회의원들은 인사와 사진 촬영만 하고 자리를 뜨고, 문체부 담당자 역시 중간에 퇴장해 가버렸다는 것.
또한, 주최한 국립오페라단의 예술감독은 의견 개진도 않고, 한 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자리만 지키고 앉아 그가 취임 시 밝힌 ‘시즌제 예술감독’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다며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한 일이라고 실망감을 나타내는 글들이 올라왔다.
“심포지엄의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 토론자는 참가 후기를 통해 “심포지엄의 토론자들이 오페라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구성이라며, 오페라를 바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비판하고 진단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페라 발전을 위해서는 오페라계 내부의 사정과 그들 자신의 요구가 아닌, 오페라 공연에 왜 관객들이 찾지 않는지, 예술 후원 기업들은 왜 오페라에 후원을 안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심포지엄에 제기된 내용들에 비추어 한국 오페라 발전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자세히 점검해봄으로써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이고, 중심이 되는 국립오페라단의 역할과 당면 과제는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임효정 기자 사진자료 국립오페라단. 한국오페라단연합회 등
▶ 계속
모차르트 시대 살롱 오페라 콘서트 |
한국오페라계 목하, 춘추전국시대?
한국창작오페라의 가능성을 탐색하다
한국오페라계는 지난 해 70년 역사를 지나며, 오페라 진흥을 위한 오페라인들의 활동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한 서울시오페라단, 대구오페라하우스, 광주시립오페라단 등 국.공립 오페라단의 활동 외에 자구책 강구를 위한 민간오페라인들의 활동이 왕성해졌다. 오페라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현재 민간오페라단들이 100여개가 존립해있고, 민간오페라단들의 결성인 한국오페라단연합회 기구가 있어 각각의 오페라 공연 외에 매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행사를 10년째 해오고 있다.
또한 오페라인협회 라는 모임이 새로 생겨나 지난 10월 9일 예술의전당 음악광장 앞에서 오페라 부흥을 위한 ‘오페라 합창 플래시몹’ 같은 퍼포먼스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10월 25일에는 음악협회 산하 기구로 한국오페라협회가 등록해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목하, 현재 대한민국은 오페라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각개 전투의 오페라 활로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이에 예술의전당과 국립오페라단이 합세해 함께 참여하고 있는 형세여서 더욱 부산한데도 불구하고 정작 오페라 관객들의 관심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이 냉담하다. 활발한 오페라인들의 행보에 앞서 오페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오페라 관객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국고 지원 및 후원을 위해서는 오페라인들의 자각과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립오페라단 <호프만의 이야기> |
1. 국립오페라단의 위상 정립과 당면과제
오페라 전용극장화 시급, 예술감독 전문성 강화, 조직 개선 필요
국내 유일한 국립오페라단은 현재 극장도 없고 단원도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예술기관이다. 더욱이 예술과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채 새로 부임한 박형식 예술감독은 오페라 제작 경험이 없는 본인의 경력에 비추어 스스로 예술감독직을 사양하며 단장으로만 불리기를 희망하고 있어, 현재 국립오페라단은 예술감독이 부재한 예술감독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박감독은 내년 국립오페라단의 라인업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본인이 별도 간여할 일이 없다며 그 다음해에는 ‘시즌제 예술감독’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페라계 일각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의 시즌제 예술감독 도입은 웃기는 일이다. 그럼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욕받이를 만들고 철밥통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닌가?” 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다른 예술기관의 모 예술감독은 “현재 우리 국립예술기관의 직제는 3년의 짧은 임기 동안 예술감독으로서 그조차도 제대로 그 책임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닌 구조인데, 하물며 한 기관의 예술감독 체제하에서 또 산하 시즌제 예술감독제 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라며 실소를 터트렸다. 또한 문체부의 관여와 간섭이 예술감독제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밝혀 국립예술기관 예술감독의 역할과 더불어 권한과 책임에 대한 분명한 명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예술감독의 예술관과 감각은 무대에 투영됨으로써 예술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접근으로 관객들에게 오페라를 통한 시대정신과 더불어 감동을 전달하는 것인데, 이러한 예술감독의 역할이 무시됨으로써 작품의 예술성과 1년 단위의 라인업에 대한 전체적인 주제와 연관된 일맥상통하는 작품의 연관성이 무색해지곤 한다.
국립오페라단 <호프만의 이야기> 연출 뱅상 부사르 |
국립오페라단의 위상 정립을 위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부분에 대한 검토와 제고 및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첫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의 전문성은 절대 중요한 사안이며, 향후 이에 대한 장기적인 검토와 조직 개편 및 개선이 시급하다.
둘째, 오페라 전용극장화. 적어도 전용관 마련을 통해 극장 내에서 국립합창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과의 협업으로 우수한 작품이 제작되어 관객을 만족시키도록 해야 한다. 오페라전용극장에 대해서는 누누이 강조되어 왔음에도 실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재검토와 이에 대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오페라인들의 전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국립오페라단 내부 조직의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 경영 전문가로 불리며 내려온 신임 예술감독이 행정을 담당한다면 문체부에서 파견되어 오는 사무국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예술단원은 없이 20여명의 행정 사무직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국립오페라단의 5개 팀에서 단장 및 예술감독, 그 아래 사무국장, 5개팀의 팀장과 팀원들로 구성된 조직이 중복 없이 각 팀의 팀장급과 그 구성원에 대한 전문성이 확보되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연기획팀을 비롯한 각 팀의 팀장 역할의 전문성에 대한 제고와 더불어 홍보마케팅팀과 교육문화팀의 2개 팀을 한 명의 팀장이 겸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예술기관의 조직에서 각 팀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지 않는지 재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섯째, 국립오페라단의 성악가 캐스팅 방식에 대한 제고가 중요하다. 1년에 6-7개의 정기공연을 올리고 있는 국립오페라단 무대에 설 수 있는 성악가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 작품 당 주요 배역은 외국 성악가들과 국내 성악가들이 섞여 있고, 스탭들 또한 외국팀들 초청이 많아 국내 창작진들에게 기회가 많지 않은데, 작품의 성격에 맞는 주요 배역을 제외하더라도 국내 중견 성악가들의 기회가 더 확장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9 올해 국립오페라단의 출연 성악가들 중 총 9회 공연(정기공연 7회/ 금난새의 오페라이야기 2회) 중에 3개 작품에 출연한 성악가는 김순영, 김성현이고, 2개 작품에 출연한 성악가는 백재은, 윤상아, 김향은, 안갑성, 민현기, 김종표, 이동환, 정제윤 등이다.
<자료 1>
▶ 2019 국립오페라단 주요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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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바리톤(남자 성악가) |
소프라노(여자 성악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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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마술피리 |
허영훈 안갑성, 김성현 |
김순영/ 윤상아/ 김향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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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윌리엄 텔 |
김종표/ 안대현, 김성진 |
백재은, 정주희, 구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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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금난새의 오페라이야기 <라트라비아타> |
김성현 |
김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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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바그너 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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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
마하고니 |
국윤종/ 나유창. 구태환, 박기현, 이두영, 민경환, |
백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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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금난새의 오페라이야기 <라 보엠> |
허영훈, 김종표, 김성현, 안갑성 나건용, 양희준 |
윤상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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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
1945 |
유동직, 이원종, 우경식, 이동환, 민현기, 정제윤 |
김순영, 임은경, 김향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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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호프만의 이야기 |
국윤종/ 김일훈 |
김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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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헨젤과 그레텔 |
정제윤, 민현기, 이혁, 이동환 |
한은혜, 정수연, 임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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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국립오페라단은 국립합창단과의 전속 계약 및 성악가 계약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오페라 공연에서 합창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는데, 특히 올해 <윌리엄 텔> <마하고니 도시의 몰락과 번영> 등 초연하는 오페라 작품의 경우, 훈련되지 않은 민간합창단과의 협업에서는 제대로 된 질적인 퀄리티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성악가들의 일자리 창출과 연관해서도 민간합창단과의 계약은 바람직하지 않고 성악가와의 개별 계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9년 국립오페라단의 합창단 계약 내용을 보면, 국립합창단과 3회 이외에 4회는 민간합창단과 계약이 되어 있다.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 , 국립합창단이 노래하고 있다 |
<자료2>
<2019 국립오페라단 합창단 계약>
3월 <마술피리> 카메라타 안타콰 서울 / 서울시합창단
5월 <윌리엄 텔> 국립합창단 / 그란데 오페라합창단
6월 <바그너 갈라> 국립합창단
7월 <마하고니도시의 몰락과 번영> 그란데오페라합창단
9월 <1945> 국립합창단
10월 <호프만의 이야기> 위너오페라합창단
12월 <헨젤과 그레텔> 합창 없음
일곱째, 한국창작오페라 개발과 해외 교류에 대한 노력이 강구되어야 한다. 국립오페라단의 경영전략 목표와 관련해 한국적 소재의 창작오페라 발굴 및 제작으로 클래식 한류를 전파하는 역할이 있다. 여타 국립예술단체들이 왕성한 해외 극장과 국제교류를 하고 있는데 비해 국립오페라단은 최근 5년 내 국제교류가 없었다는 것은 제고의 여지가 있다. 또한 대구오페라하우스와도 달리 전용극장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여덟째, 국립오페라단의 지역 순회 오페라 공연과 찾아가는 학교오페라 사업은 민간오페라단에 맡기고 국립오페라단은 고품격의 우수한 오페라 제작에 몰두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된다. 지역 공연사업으로 학교오페라 공연의 횟수가 2019년 한 해에 전국 23개 초등학교 50회, 전국 73개 초.중학교 72회로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아홉 번째, 국립오페라단의 총체적인 운영은 이사회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는바, 이사회 구성에 대한 검토와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윤호근 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의 해임시 이사회에서 제안한 내용도 문체부에서 수렴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실질적인 이사회의 역할과 권한이 무용한 것은 아닌지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열 번째, 지금 국립오페라단의 구조로는 한국오페라의 미래는 없다는 의견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내 오페라에 대한 예술적 퀄리티를 담보하기 위한 방편은 이상 열거한 모든 조건이 개선되어야 함은 물론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악가들을 활용할 전문적 오페라 제작 스탭진의 장기적, 지속적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페라 분야의 연출과 무대감독, 디자이너 등의 국내 스탭들을 양성하고 기용할 무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상, 국립오페라단과 민간오페라단의 역할이 다르므로 각각의 역할에 맞는 규모와 제작환경으로 시대에 발맞춘 현대적 오페라 창작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민간오페라단은 공적 자금의 요구와 기업의 후원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가야 한다. 보다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다양한 방식을 고안하고 참신한 프로그램과 매력적인 작품 제작으로 승부해야 한다.
임효정 기자
▶ 다음호에 계속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