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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근의 리허설룸 2] 슈베르트/뮐러 Winterreise 겨울여행 두번째 이야기 < 13-24>

기사승인 2022.03.21  12: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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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reise 겨울여행>의 2번째 파트는 자신의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와 나누는 슈베르트의 독백이라고 할 수 있다. 후반부는 하나의 명상과 같이 구비구비 흘러가는 멜로디와 화음속에 죽음의 신비로운 여정을 떠난다.

 

<13. Die Post 우편마차>에서는 과거에대한 미련과 현재의 설레임이 우편부의 트럼펫과 마차소리로 교차되어 울려퍼지고

<14. Der Greisekopf 백발>은 들밖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샌후 자신의 머리위에 쌓인 서리를 쓸어내리며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다.

<15. Die Krähe 까마귀>에서는 자신의 시체를 탐하며 맴도는 불길한 동물을 저주하며

<16. Letzte Hoffnung 마지막 희망>에서 외마디 비명과 함께 마지막 잎새로 사라지는 자신의 운명을 울부짖는다.

<17. Im Dorfe 마을에서>는 한밤중이 불면증으로 피폐해진 여행자의 멘탈은 생계형 이익집단의 사회에 조소를 보내며

<18. Der stürmische Morgen 폭풍우 아침>에서 겨울폭풍이 몰아치는 아침에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19. Täuschung 환영> 행복추구라는 인간의 본능앞에 다시 혼돈스러워하며 선택을 요구하는 교차길에 서게된다.

<20. Der Wegweiser 이정표>는 연가곡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여행자는 최종적으로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길을 선택해버린다.

 

소월 김정식의 다음의 싯구가 겹쳐지는듯 하다.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돌아서면 무심타' 고 하는 말이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21. Das Wirtshaus 여인숙>에서 여행자는 만석의 공동묘지가의 여인숙에서 발길을 돌리고

<22. Mut! 용기>를 외치며 신의 존재를 거부하기에 이르며 운명은 자신의 손에 달렸음을 선언한다.

<23. Die Nebensonnen 환각의 태양>은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허공의 떠있는 세개의 태양을 부정하고 스스로 어둠속에서 안식을 간구한다.

<24. Der Leiermann 거리의 악사>에서 해탈한 여행자의 눈에 죽음의 전령을 인지하고 그에 음악의 동반자로 손을 내민다.

 

이작품의 비밀은 마지막 노래 <24.Der Leiermann 거리의 악사>에 있다. 짐승들은 저승사자를 알아볼수 있다고 한다. <Winterreise 겨울여행>에는 <1. Gute Nacht 밤인사>, <17. Im Dorfe 마을에서>, <24. Der Leiermann 거리의 악사>에 3번 개의 소리가 등장하고 죽음을 암시하는 불길한 날짐승 <15. Die Krähe 까마귀>가 여행자를 따라다닌다.

필자는 유학시절 이 작품을 공부하면서 피아노파트는 사실상 첫곡 <1. Gute Nacht 밤인사>에서부터 이미 겨울나그네를 동반하는 죽음의 전령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텍스쳐로 입증하기에는 짧은 독일어 실력이 마음에 걸려 지도교수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입밖으로 표현하기가 망서려졌다. 그 후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삶의 풍파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연주나 제작토론에서 나만의 새로운 생각과 해석으로 풀어낼 수 있게되었다.                 

피아노 파트에 숨겨진 은유와 환영은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이 다양한 형상으로 변형되어 24개의 전주곡집처럼 연주된다. 독방에 같힌듯 무기력과 사투를 벌이는 젊은이의 의식은 <23. Die Nebensonnen 환각의 태양>에서 스스로 신앙이라는 허상을 포기하고 <24. Der Leiermann 거리의 악사>에서 실존의 종착역에 다다른다. 

그리고 추운 동네 한모퉁이에서 초라한 손풍금으로 구걸하는 맨발의 악사를 인지한다. 죽음의 전령으로 나타난 헐벗은 노인은 자폐증에 걸린듯 뼈대만 남은 괴상한 세레나데를 반복한다. 젊은이는 그에게 자신의 노래의 동반자로 함께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끝으로 <Winterreise 겨울여행>의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때문에 오랜시간 고민하던중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름 실마리를 찾게되었다. 사형선고를 받은 이방인은 마지막 고해성사를 원하는 신부를 쫓아내며 다음과 같은 독백을 쏟아낸다.

 

내 미래 깊숙이, 내가 겪은 이 부조리한 삶 내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월을 가로질러 어두운 숨결이 불어왔어.

누구든 언젠간 사형 선고를 받게 돼...

사제가 떠나고, 나는 평온을 되찾았다

죽음이 임박하자, 마치 이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씻겨내고 희망을 비워냈다는 듯,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

나는 행복했고, 또 행복하다.

 - 까뮈, '이방인'  중

 

슈베르트, <Winterreise 겨울여행> 24. Der Leiermann, 거리의 악사

토마스 크바스토프, 바리톤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노

 

https://youtu.be/pze4NxCOjg0

윤호근 지휘자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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